[재미있는 IT 이야기] 적정기술,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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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IT 이야기] 적정기술,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

2015.11.19 · 엄판도(전 경향신문 기자) 작성

‘적정기술’이란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기술하면 첨단이나 최고를 지향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적정기술이라니 어색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은 누구나 쉽게 배워 사용할 수 있고 에너지 소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환경 친화적인 기술을 일컫는 말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착한기술’이라 불리기도 하지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따뜻한 기술

‘적정기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윈드호스 인터내셔널 폴 폴락(82세) 대표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1980년대 초반부터 적정기술 보급에 힘써 방글라데시 등 11개국에서 1700만 명을 빈곤에서 탈출시킨 것으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체코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살 무렵 나치의 침공을 피해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건너가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다가 1983년 적정기술을 보급하는 비영리기구 ‘국제개발사업(IDE)’을 창설했습니다. IDE 설립 이유에 대해 그는 “정신 질환으로 장기간에 걸쳐 고통 받는 사람들 중에는 가난과 싸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가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정신병도 치료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IDE 설립과 동시에 세계 최빈국인 방글라데시로 갔던 그는 가난을 해결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만난 농민들 대부분은 하루 2달러(2250원) 미만으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땅은 충분한데 지하수를 퍼내는 시설이 없어 갈수기에 농사를 짓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폴락은 엔지니어들과 함께 발을 굴러 작동시키는 물 펌프를 개발했습니다. “25달러(2만8000원) 수준의 저렴한 펌프였지만 이마저도 없는 농부들에겐 추수 이후 값을 치르는 조건으로 줬다. 펌프가 보급되자 100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농민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그는 당시의 상황을 회상합니다.

폴 폴락은 기존의 기부 방식이 적정기술 운동을 실패로 이끌었다고 지적하며, 전 세계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빈곤층 소비자들을 위해 소규모의 저렴한 기술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hagitberkovich/Shutterstock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기를 이용한 펌프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싼 가격에 많이 파는’ 전략으로 IDE는 수익을 낸다고 합니다. 이렇게 생긴 수익은 새로운 적정기술 개발에 투자한다고 하네요. 2005년 세계적인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은 ‘과학에 기여한 50인’ 중 한 명으로 폴 폴락을 선정한 바 있습니다.

폴락은 언젠가 꼭 북한을 방문해 그곳에서 필요한 적정기술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폴락과 같은 이들이 있어 세상은 살 만한 것 같습니다.

우리 주위에 있는 노인이나 다문화가정, 저소득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필요한 적정기술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요? 적정기술은 첨단기술과 달리 열정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개발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