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 가락 따라 느리게 즐기는 정선 여행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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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 가락 따라 느리게 즐기는 정선 여행

정선 동강을 굽어보며 서있는 가수리의 수령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 정선의 지킴이로 마을 사람들은 ‘가수리 어르신’이라 부른다. ⓒ남혜경

“가는 날이 장날인데에에 비가 오는 장나알알~~ 정~선에 왔으이 아라리로 놀아보자아아아~.”

여행객이 정선에 도착하면 우선 정선문화회관의 창극 <아리랑>을 관람하라는 권유를 받는다. 관람료는 5000원인데 그 5000원을 문화상품권으로 그대로 돌려받아 음식점이나 장터에 가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 창극은 공짜인 셈이다.

터미널서 문화회관 가려는 택시를 잡으려니 장날이라 그런지 통 택시를 볼 수가 없다. 지도를 보니 걸어가도 될 듯하여 지나가던 아주머니에게 방향을 물었더니 냉큼 자기 차로 태워다 주신단다. 야호! 가는 길에 식당을 가리키며 곤드레밥을 먹을 거면 여기서 먹으면 된다는 현지인의 신뢰할 만한 먹거리 정보까지…. 이렇게 되면 또 여행 기분이 업! 업!

싸리골식당의 곤드레밥은 정말 맛있었다. 밥값 6000원, 창극 표를 끊고 받은 문화상품권 5000원에 1000원짜리 하나씩을 보태면 된다.

정선의 문화 정서를 느끼려면 <아리랑> 창극을 보기를 권한다. 대부분의 단원이 주민들인데 노년의 배우들 창에는 지역 정서와 연륜이 배어있어 신선한 감동을 준다. ⓒ남혜경

창극 <아리랑>은 기대 이상이었다. 한양으로 행상을 떠나는 아우라지 뗏목꾼들의 이야기가 큰 줄기인 가운데 정선아리랑 창과 팔산대 농악무, 사자탈춤의 해학 등이 어우러지는 판소리극이다. 팔산대 단원들을 빼고는 모두 정선 주민들 중 오디션으로 선발해서 꾸린 거라는데 창은 물론이고 연기도 크게 모자라지 않았다. 정선에서는 이 창극단에 들어가기 위해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해마다 열리는 오디션 시기가 되면 온 동네가 난리가 난다고.

정선아리랑은 진도아리랑이나 밀양아리랑에 비해서 느리고 높은 음과 낮음 음의 차이가 적어 은은한 가운데 비감미가 있다. 아리랑 가사는 부르는 이가 즉흥적으로 만들어서 리듬에 맞추기도 하는데 노동가로, 이별가로 불리면서 고단하고 서글픈 인생살이를 읊조렸을 것이다.

강원도의 별미 곤드레나물밥. 슴슴하면서도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남혜경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정선5일장

사실 요즈음 시골장에 특별함을 기대하고 갔다가는 실망하기 십상이다. 서울에 없는 게 없기 때문이고 시골에만 있는 것이라면 택배로 주문하면 그만이다. 시골장은 특별한 물건을 기대하기보다는 장터의 풍성함과 운치를 느끼러 간다고 봐야 한다. 그중 정선5일장은 장날에 맞춰 관광열차도 다니고 창극도 볼 수 있는 등 아직은 장날의 흥이 많이 남아 있는 경우다. 주변 마을에서 모든 먹거리와 생활재가 모이기 때문에 신선하고 저렴하다. 정선5일장에서는 강원도에서만 나오는 나물과 약초, 수리취떡 같은 특산물을 사가면 후회하지 않는다.

시골장들이 지방색을 잃어가지만 정선5일장에는 아직 향토 음식과 흥취가 가득하다. ⓒ남혜경
정선5일장에서는 강원도 특산물인 나물과 약초 등의 먹거리가 장보기 1순위다. ⓒ남혜경

그 많은 먹거리 중에서 2000원에 10개나 주는 찐빵을 골랐는데, 쫀득하고 과하게 달지 않은 팥소가 입에 딱 맞았다. 가격 대비 맛(‘가성비’라고 하더만요) 최고! 황기 넣고 달인 족발과 송어회도 동네 분들이 추천하는 아이템. 송어회는 특별히 채소와 콩가루, 초고추장을 넣고 비벼 먹기를 권한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도 꼭 들르기를…

어디로 눈을 돌려도 산으로 둘러싸여 푸른 이파리들이 무성한 정선이지만 가리왕산을 가보지 않았다면 정선을 반밖에 못 본 것이다. 11월 늦가을의 산 능선에 이파리들이 떨어진 홀쭉한 나무들이 병렬하듯이 서있는 모습은 동양화의 먼 배경을 보는 것 같다. 휴양림 입구에서부터 너르게 굽이치는 회동계곡의 청아한 물소리가 새소리와 아우러지는 호젓한 숲길에는 노랗게 물들어 있는 이깔나무들이 무더기를 이루고 있다. 소나무과이면서도 ‘낙엽송으로 잎을 간다(낙엽이 진다)’는 뜻의 이깔나무는 잎이 다 지기 전에 노랗게 변한다. 정선의 산마다 이깔나무가 노랗게 물들면 곧 산골의 겨울이 시작된다.

가리왕산의 회동계곡이 굽이치는 물소리가 새소리와 어우러지는 숲길을 호젓하게 걷다보면 진정한 평화를 알게 된다. ⓒ남혜경

이 휴양림에는 숲속의 방갈로와 산림문화휴양관 등 크기가 다양한 숙박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다. 휴양림은 펜션에 비해 비교적 싸면서도 환경이 좋아 예약이 힘들다. 가리왕산 휴양림은 비수기에는 6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고 주말과 성수기는 추첨한다. 휴양림 중에서 최상급으로 꼽히는 곳이다.

가리왕산 휴양림에는 숲속 방갈로와 문화휴양관 등 크기가 다양한 숙소가 잘 마련되어 있다. ⓒ남혜경

손 크고 통 크고 마음씨 넓은 정선댁

가리왕산 휴양림이 있는 회동리 마을에 사는 권혜경 씨. 산악인 출신으로 정선에 터를 잡은 지가 십수 년이 되어 이제는 모자람 없는 정선댁이다. ‘수정헌’이라는 200년 묵은 흙집을 개조해서 아담한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있는데 진짜 직업은 재능기부다. 손도 마음도 야무져서 뭐든 척척해내는 정선댁은 해마다 이 무렵이면 김장을 몇 백 포기씩 담아 지인들에게 보내고, 동네 분들과도 나눈다. 올해는 600포기라던가? 흐미~~.

이런 인심에 화답하여 그녀의 집에는 토종꿀부터 고추며, 더덕이며, 산나물이며 동네 어르신들이 거두어 나누어준 먹거리와 멀리 중국서 온 값비싼 자기 그릇까지, 친구들이 보내온 물건들이 가득하다.

해마다 이맘때면 수백 포기의 김장을 하느라 ‘수정헌’에는 이런 진풍경이 펼쳐진다. 동네 어른신들이 오며가며 주신 농산물들에 김장으로 보답하는 더불어 살기다.   ⓒ권혜경

‘수정헌’에서는 우리가 간 주말부터 김장 준비가 한창이었다. 동네 친구들이 와서 비닐 휘장도 쳐주고 배추를 100포기씩 절일 수 있는 도구도 빌려주었다. 그들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중국, 미국, 네팔까지 견학 다니며 농사를 배우고 새 작물을 실험 재배하는 지혜로운 농사꾼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 오는 주말여행을 유익하고 한가롭게 마무리했다.

장날은 신나는 날. 먹을 게 너무 많아요! 오른쪽이 ‘수정헌’의 권혜경 씨. ⓒ남혜경
청량리역에서 정선행 아리랑 관광열차를 타면 충청도와 강원도의 풍광을 감상하며 쾌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아쉽게도 밤 기차를 예약해 경치 구경은 못했다. ⓒ남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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