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역사] 1997년 11월 21일 IMF 구제금융 신청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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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역사] 1997년 11월 21일 IMF 구제금융 신청

2015.11.21 · 심언준(전 미디어칸 대표) 작성
IMF구제금융(크기변환)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전까지 이미 우리나라는 사실상 국가 부도 상태까지 몰려 있었다. ⓒLim Yong Hian/Shutterstock

“IMF(국제통화기금)에 유동성 조절 자금 200억 달러 이상을 요청하기로 했으며, 구체적인 규모와 조건은 다음 주 초에 방한하는 IMF 협상단과 협의할 예정이다. 자금 지원 시기와 구체적인 규모는 앞으로 3~4주 내에 결정될 것이다.”

1997년 11월 21일 저녁, 임창렬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통령 후보 총재 영수회담에 참석한 뒤 오후 10시 정부1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당시만 해도 우리 국민들에게는 생소했던 IMF 관리체제로 들어가는 신호탄이었다.

 

한 해 동안 하루 평균 40여 개 회사 부도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전까지 이미 우리나라는 사실상 국가 부도 상태까지 몰려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 국가 부채는 1500억 달러가 넘는데, 외환보유고는 4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시작된 동남아시아의 연쇄적 외환위기가 시발점이었다. 외국 기업이 투자 자금 회수를 시작하면서 외화 유출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계속된 외환시장 불안정 속에서 우리 정부는 환율 방어를 시작했고, 외환보유고는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한편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차입금의 규모는 점차 증가하기 시작하여 외환위기가 전면적으로 가시화되었다. 여기에다 금융기관의 부실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경제는 나락으로 몰렸다.

1997년 초에 재계 자산 순위 14위 규모의 한보철강이 자금난으로 인해 부도 처리된 것을 시작으로 3월 삼미그룹, 5월 대농그룹, 6월 한신공영, 7월 기아그룹, 10월 쌍방울 등이 자금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줄줄이 쓰러졌다. 10월에는 미국 S&P, 무디스 등이 잇따라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 연이어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치솟았다.

11월 21일 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불과 2주일 만에 IMF는 21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승인했고 임창렬 부총리와 캉드쉬 IMF 총재가 오후 7시 40분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경제정책 전반이 IMF의 관리체제에 놓이게 되었다.

12월 4일 55억 달러가 긴급히 공수됐지만 기업들의 도산은 계속됐다. 12월 초 고려증권에 이어 재계 12위인 한라그룹이 부도를 내는 등 1997년 한 해 동안 하루 평균 40개 기업이 쓰러졌다.

12월 11일 환율은 1달러에 1719원까지 치솟으며 연초 800원대에 비해 2배 이상 올랐고 생필품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12월 23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사상 최고치인 1995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갚아야 할 외채만 2000억 달러였으며 외화가 절대적으로 모자란 상태에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자꾸만 떨어져 외화 차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3년 8개월 만에 IMF 사태 종료

한편 우리 정부는 IMF가 요구한 규제 완화, 민영화, 시장 개방, 정부 역할 축소,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수용했다. 1998년 5월 자본자유화와 외국인 투자 유치를 명분으로 증권거래업과 선물거래업 등 21개 업종을 외국인에게 전면 개방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

김대중 정부는 이후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종 경제 개혁을 실시하는 한편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금 모으기 운동’을 펼쳤다. 우리 국민들은 자녀의 돌 반지, 결혼 예물로 받은 금 목걸이 등 소중한 사연을 간직한 금들을 기꺼이 내놓으며 동참했다. 금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었고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나는 발판을 마련했다.

2000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국제통화기금의 차관을 모두 상환하고, 우리나라가 IMF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2001년 8월 23일 IMF로부터 빌린 195억 달러를 모두 갚으며 불과 3년 8개월 만에 IMF 관리체제를 조기 종료했다.

우리나라가 IMF에서 벗어난 것과 달리 최근 그리스는 IMF(국제통화기금)의 채무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가혹한 구조조정에 접어드는 등 18년 전의 우리 처지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