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남은 마지막 흔적, 일산5일장을 가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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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남은 마지막 흔적, 일산5일장을 가다

일산 민속5일장 모습. 매달 3일과 8일, 13일과 18일, 23일과 28일에 열린다. 장날엔 경의중앙선 일산역~일산시장 일대 인도에 장꾼들의 간이천막이 들어서고 천막 안에서는 밀고 당기는 거래가 하루 종일 이뤄진다. ©문인수

도심 속 유일한 일산5일장

도심 속의 전통 민속 5일장. 경의선 전철 일산역 앞에 펼쳐지는 전통 민속장이다. 매달 끝자리 수가 3일과 8일인 날에 열린다. 도심 속에 남아 있는 유일한 5일장으로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민속 일산5일장은 온종일 왁자지껄하다.

장날 오후엔 발 들여놓을 틈이 없다. 일산역에서 일산시장까지의 거리는 물론, 주변의 찻길까지 좌판이 쫙 깔린다. 노점이 찻길까지 점령하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구수한 등갈비 냄새에 취하고 걸쭉한 막걸리에 취한 나그네의 입담이 즐겁고, 이것저것 물건 보는 재미를 느끼다 보면 하루해가 짧다. 주변에 아파트 등 주택이 밀집한 도심이지만 이곳은 아직도 시골의 인심이 남아 있다. 풋풋한 시골 정서와 온기가 따뜻하다.

노점상을 벌인 할머니(왼쪽)와 장보러 나온 시민들 (오른쪽). ©문인수

우시장이 들어섰던 100년의 장터

수도권 일대에 드문드문 장이 서지만 일산5일장처럼 도심 속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장은 거의 없다. 일산5일장의 추억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산장의 모태가 된 것은 지금의 고양시 대화동 일대에 섰던 사포장이다. 1900년대 초반 경의선이 개설되고 면사무소가 이전하면서 장터는 일산역 인근 일산사거리로 옮겨갔다. 일산장은 한때 파주, 고양의 중심 상권으로서 호황을 누렸다. 논을 매립해 시장을 확장했고, 우시장까지 들어설 정도로 규모가 컸다.

일산시장은 목조건물을 헐고 새롭게 단장한 후 상설시장이 됐고, 5일장은 전통 민속장으로 매달 끝자리 수가 3일과 8일인 날에 일산시장 주변에 들어서고 있다. 일산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전통시장의 의미는 물론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생활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사고파는 물건 하나하나에 선조들의 숨결이 묻어있다.

일산5일장의 명물 메추리구이 등 각종 구이 안주. ©문인수

일산5일장의 구수한 별미, 등갈비

5일장 하면 추억의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향수에 젖은 도시민들에게는 5일장의 주전부리만큼이나 향수를 자극하는 것도 없다. 평소에 보기 힘든 고향의 먹거리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일산장에서 돋보이는 주전부리는 등갈비다. 과거의 우시장 터답게 노천에 등갈비 가게가 즐비하다. 갈비뼈에 붙은 듬직한 고깃점이 시장기를 자극한다. 노점에 앉아 석쇠에 등갈비를 구워 먹는 묘미가 색다르다. 우시장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등갈비 뜯는 맛은 더욱 추억으로 다가온다.

족발과 순댓국도 옛 추억을 더듬는 좋은 먹거리다. 녹두전, 수제 어묵, 수수전병, 손두부 등 시골 5일장에서 만날 수 있는 주전부리들이 손님들의 입맛을 돋운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꼬마와 엄마의 실랑이, 일상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것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자식에게 가르치려는 엄마의 생존경쟁의 교훈이 아닐까.

노천의 등갈비 가게(왼쪽)와 소주잔을 나누는 손님들(오른쪽). ©문인수

근대문화유산으로 남은 옛 일산역

일산5일장에서는 즉석에서 기름을 짜는 풍경도 볼 수 있다. “뻥이요~”라고 외치는 뻥튀기 아저씨도 볼 수 있다. 무, 오가피, 치자 보따리를 장판에 펼친 할머니들은 직접 생산한 천연식품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떨이요, 떨이~” 흥겨운 흥정도 하고 “이건 덤이오~” 인정도 베푼다. 엿장수의 가위 장단과 장돌뱅이들의 고함소리에 장날의 해는 짧다. 어느덧 겨울도 코앞이다. 장꾼들의 호객소리에도 입김이 서려있다. 장판에 등장한 두툼한 옷과 털양말이 겨울이 코앞임을 알리고 있다. 옛날 어머니와 함께 갔던 장날 생각이 문득 난다.

일산5일장 주변은 많이 변했다. 경의선 역사가 새로 바뀌어 예전 역사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보호되고 있다. 시장 주변은 아파트와 상가건물이 빼곡히 들어섰다. 빌딩 숲속의 둥지랄까. 마치 숲속의 새둥지처럼 아늑하다.

서너 시간 동안 이것저것 채운 검은 비닐봉지, 그 속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묻혀있고 잊혀있는 옛 추억들, 선조들이 이어왔고, 또 우리가 이어가고, 앞으로 우리 후손들이 이어갈 전통의 생활문화와 세파를 이겨낸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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