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타임캡슐’ 30년 전의 자취 – 전성기뉴스
콘텐츠 바로가기

top

‘85타임캡슐’ 30년 전의 자취

서울 남산 팔각정 광장의 ’85타임캡슐‘ 현장. ⓒ신종오

서울 남산의 팔각정 광장 귀퉁이에 가면 조그만 표지석 하나를 볼 수 있다. 평면형이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타임캡슐이 묻혀 있는 곳임을 알려준다. 이에 앞서도 작은 규모의 타임캡슐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규모나 추진 주체, 매설 기간, 기술성, 추진 방식 등 여러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최초임은 분명하다.

’85타임캡슐‘의 석조물. ⓒ신종오

필자는 당시 이 ‘85타임캡슐’ 사업 실무자의 한사람으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에 마침 올해로 묻은 지 30년이 되었기에 얼마 전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그 후 새로 등장한 여러 타임캡슐에 비하면 참 초라한 모습이지만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기에 감회는 남달랐다. 거기 대리석판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여기 1985년 9월 22일 현재 대한민국 땅 위에 사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과 환경을 나타내 보이는 466점의 물건과 기록들이 묻혀 있읍니다. 그 주제는 사람으로 이 시대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지혜와 노력과 솜씨를 다해 이룩한 문화와 문명의 산출물이 타임캡슐 속에 담겨 있읍니다. 이 사업은 이 시대 대한민국의 가장 권위있는 신문의 하나인 중앙일보가 창간 2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500년 후인 2485년 우리의 자랑스러운 후손들이 이 타임캡슐을 열어 우리와 만나는 기쁨을 나누어 주기 바랍니다.

 

후손을 위한 문화유산 전수법, 타임캡슐

타임캡슐이란 그 시대의 과학기술·문화·산업·사회적 유산 중 대표적인 것들을 골라 금속 용기에 담아 땅속 깊이 묻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이를 파내 선대의 지혜와 생활양식을 되새겨보게 하는 것으로 흥미롭고도 유익한 문화유산의 전수 방법의 하나로 여겨져 왔다.

근대적 타임캡슐은 1939년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뉴욕 세계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박람회가 열린 플러싱 메도우 코로나공원 지하 15m에 매설한 것을 효시로 본다. 웨스팅하우스는 1965년에도 <뉴욕 세계 박람회> 개최 기념 ‘타임캡슐Ⅱ’를 ‘타임캡슐Ⅰ’ 근처에 묻었다. 개봉 시기는 둘 다 자그마치 5000년 후인 6939년이다. 일본은 1970년 열린 <엑스포 70>을 기념해 마이니치신문사와 파나소닉이 공동으로 두 개의 캡슐을 제작해 오사카성에 묻었다. 한 곳에 같이 묻었는데 아래쪽 캡슐은 5000년 후에, 위의 것은 2000년에 한 번 개봉하고 다시 묻었다가 100년마다 개봉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 ‘85타임캡슐’은 중앙일보사가 창간 2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한 것으로 1985년 10월 17일 남산 팔각정 부근에 묻었다. 이날 매설식에는 과학기술처 장관, 국회 문화체육공보위원장, 서울시장, 문화공보부 차관, 6개 후원 그룹 총수(사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

이 타임캡슐은 기술자문위원회의 지도하에 길이 240㎝, 외부 지름 35㎝, 내부 용적 160ℓ의 어뢰형 특수금속 용기로 제작되어 가장 온도 변화가 적은 지하 15m에 묻었다. 수장품은 선정위원회와 독자 공모를 거쳐 선정된 466종(실물 199점, 마이크로필름 169종, 미니어처 14종, 비디오테이프 56종, 녹음테이프 28종)이었다. 매설 위치는 독립기념관, 중앙박물관, 남산 등이 거론되었으나 남산 팔각정 부근으로 결정되었다. 개봉 연도는 500년 후인 2485년으로 했다.

‘85타임캡슐’의 노하우는 이후 서울시에 제공돼 1994년 11월에 묻은 서울 정도 600년 기념 ‘서울천년타임캡슐’(2394년 개봉) 사업에 많은 참고가 되었다.

남산 팔각정 광장에서 열린 매설 기념식 모습. ⓒ중앙일보 30년사
타임캡슐 매설 보도 기사(중앙일보 1985년 10월 17일자). ⓒ신종오

아쉬운 타임캡슐의 오늘

매설 30주년을 맞아 ‘85타임캡슐’ 현장을 보면서 몇 가지 아쉬운 상념이 떠오른다.

첫째는 표지 조형물이 500년 간 자리를 지켜주기에는 너무나 볼품이 없어 있는지 없는지 조차 알기 어려운 초라한 모습이라는 점이다. ‘서울천년타임캡슐’은 물론 지자체나 기업이 조성한 타임캡슐 광장보다도 초라한 형색이다. 거기다 한글로만 된 표지석만 하나 있을 뿐이라 남산을 찾는 외국인들도 그냥 지나치고 마니 참 안타깝다.

SAM_0001
초라한 모습의 타임캡슐 표지석. ⓒ신종오

둘째는 당시 매설용과 전시용으로 두 개를 만들었는데, 전시용 타임캡슐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전시용은 내부 수장품을 볼 수 있게 조금 깎아내고 내용물은 매설용과 똑같이 만들었다. 종각역에서 한 달간 전시 후 서울시에 기증해 추후 서울역사문화관이 완공되면 상설 전시키로 하였는데 그 후의 소식은 들은 바가 없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이 타임캡슐을 찾아서 있어야 할 곳에 갖다놨으면 좋겠다.

셋째는 이 같은 의미 있는 사업을 하고도 후세에 전할 기록보고서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수천 년간 보존될 수 있도록 특수하게 제작한 기록집 수천 부를 세계 주요기관이나 도서관 등에 보급했었다. 이 기록집에는 후세 사람들을 위해 타임캡슐의 설계도면에서부터 제작 및 추진 과정, 상세 일지, 개봉 방법과 주의사항, 자료 해독방법, 진행 과정을 담은 화보, 제작 참여자 명단 등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85타임캡슐’에는 그것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의 후손들은 수천 쪽 분량에 달하는 500년 전의 기록들을 읽을 수 있을지, 17종의 종자를 잘 틔울 수 있을지 별별 걱정이 다 든다. 부디 이런 아쉬움들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전성기뉴스가 새롭게 태어납니다.

지난 2015년 9월 첫 문을 열었던 <전성기뉴스>가 새롭게 태어납니다.

보다 가까이에서 소통하기위해 SNS 채널을 개설, 50+를 위한 유익한 콘텐츠를 지속 제공합니다.

전성기뉴스는 2017년 12월까지 운영되며, 기존 콘텐츠는 라이나전성기재단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콘텐츠 보러가기

그동안 <전성기뉴스>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SNS 채널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