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도심 속 옥상에는 낙원이 있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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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도심 속 옥상에는 낙원이 있다

2015.11.26 · HEYDAY 작성

동대문 옥상낙원

패션의 메카 동대문의 화려한 건물들 뒤로, 낡고 허름한 동대문신발도매상가 옥상에 ‘낙원’이 들어섰다. 18톤의 쓰레기를 치우고 지역 주민들과 꿀을 나눔으로써 도시의 역기능인 소통의 단절을 해결하고 청년들의 꿈을 실현해주는 파라다이스. 남녀노소 불문 누가 찾아와도 반갑게 맞이해주는 곳. 옥상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도심 속 죽은 공간인 ‘옥상’을 발굴해서

가능성 많은 청년들과 재미있는 일을 벌이고 있죠”

 

동대문 옥상낙원
동대문 옥상낙원에서 내려다 본 전경.

옥상은 모두의 공간

“동대문은 24시간 내내 불야성을 이룰 정도로 화려한 곳입니다. 반면에 아무도 찾지 않아 죽은 공간들도 많죠. 우리는 그런 곳을 발굴해서 가능성 많은 청년들과 함께 재미있는 일을 벌이고 싶었습니다. 그게 바로 지금의 동대문신발도매상가 B동 옥상에 위치한 동대문 옥상낙원(DRP : Dongdaemun Rooftop Paradise)입니다.”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지원하는 혁신활동가 단체인 ‘동대문 청년’의 3인조 박찬국(56세, 낙원 플래너), 김현승(35세, 낙원 메이커), 이지연(25세, 낙원 매니저)은 지자체가 계획해 세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동대문의 상점들과는 달리 자생적으로 움직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어떤 한계점이나 목적 없이 모호한 상태를 유지하되, 끊임없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를 실험하고 싶었습니다. 이미 개발이 끝나 많은 조건들이 고정된 도시에서는 자본과 특별한 기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잖아요. 기존의 산업구조에서 안 된다고 했던 일들을 도심의 외딴 섬, 하지만 오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아이러니한 공간 ‘옥상’에서 실행하고 싶었어요.”

다행히도 이들의 뜻을 지지한 상가 주인의 허락으로 B동 동쪽 옥상에서 첫 삽을 떴다.

동대문 옥상낙원
동대문 옥상낙원을 만든 ‘동대문 청년’ 3인조.

이웃에게 인정받는 것부터 시작

처음에는 옥상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일에만 3개월을 투자했다. 묵은 쓰레기들이 너무 많아서 치우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이 기획한 첫 번째 프로젝트가 ‘옥상유물 발굴파티’로 SNS를 통해 참가한 사람들이 옥상에서 찾은 비디오테이프, 야한 책, 고무신 등을 모아 전시를 열었다. 늘 재미있는 것을 찾으려는 기자, 디자이너, 그리고 대학생들까지 많은 이들이 참여했고 약 18톤의 쓰레기를 치울 수 있었다.

이런 노력들이 엿보였을까? ‘무당집’이라며 불편해하던 주민과 상인들이 동대문의 이웃으로 받아들여줬다. 초기 옥상낙원 자체가 지역 주민과 공생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었으니 일단은 물꼬를 튼 셈. 이어서 이들은 주민들에게 수작(?)을 거는 프로젝트로 ‘채밀파티’를 열었다.

채밀한 벌꿀
옥상에서 꿀벌을 키워 채밀한 첫 꿀.
동대문 옥상낙원
옥상낙원의 연구소이자 아지트가 된 옥탑방. 모두 직접 리모델링했다.
동대문 옥상낙원
버려진 신발을 모아 옥상텃밭을 조성해 수확한 채소들은 파티 때마다 요긴하게 쓰인다.

“삭막한 상가의 모습을 바꾸는 것과 동시에 주민들과 친해지는 방법은 꿀벌을 키워 꿀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도시에는 꽃이 부족하니 집집마다 꽃을 심어 달라 얘기하기도 하고 직접 꽃을 심어드리기도 했죠. 첫 채밀을 기념해 주민들을 초대해서 함께 먹는 파티를 열었는데 다들 많이 즐거워하시며 ‘다음 꿀을 따기 전에 내가 얼른 꽃을 심어야겠어’ 하는 분도 있어서 뜻깊은 파티였습니다.”

세대가 함께하는 불판파티 동대문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들을 수집해보니 옥상낙원과 뜻을 같이하는 청년들과 지지하는 시니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각 세대를 모아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자리를 만들고 싶었던 이들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게 바로 옥상낙원의 간판 프로젝트이자 월간 이벤트인 ‘옥상불판’이었다.

“어느 날 저희와 뜻이 맞는 봉제 공장 한상민 대표를 만나게 됐습니다. 매번 밥값을 내는 게 미안해서 피해 다녔더니 ‘시간 될 때 불러 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5만원을 보내줬죠. 어떻게 하면 뜻깊게 쓸까 고민하다가 SNS으로 봉제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초대하고 한 대표까지 불러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파티를 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적게는 열 살, 많게는 서른 살 이상 차이 나니 처음에는 다들 어색한 기운이 역력했다. 그래서 옥상낙원은 몇 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첫째, 45세 이상의 시니어를 호스트로 섭외하는 대신 자신의 일을 홍보한다거나 채용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은 배제했다. 둘째, 직업이나 사회적 위치, 나이 등으로 대우받으려 하지 말고 철저하게 평등한 위치에서 얘기하기로 했다. 와우책문화예술센터 대표인 이채관 문화 활동가에게도 경력에 대한 얘기는 자제할 것을 부탁했다.

“이채권 대표에게 경력 자랑하는 순간 ‘외톨이’가 될 거라고 엄포를 놓았더니 ‘자신은 평생 엉뚱한 길을 가고 실패를 반복했다’는 얘기를 하며 청년들과 눈높이를 맞추더군요.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겁니다. 일상에서 스트레스 받는데 고기 먹으러 와서까지 잔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은 없어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어떤 장벽도 없이 대화하면 누구나 마음이 열리기 마련입니다.”

50+가 기존 프로젝트를 포함해 옥상낙원의 신규 이벤트를 기획하는 데 참여하고 싶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좋을까?

“시니어가 이곳에 참여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단, 이곳은 어떤 정해진 목적이나 목표가 없으니 투자한 시간 대비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강박을 버렸으면 해요. 또한 자신이 살아온 삶을 예로 들어 가르치려 하지 말고, 가끔 청년들이 엉뚱한 이야기를 해도 친구처럼 함께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인이 따로 없는 옥상낙원에서는 모두가 동등하기 때문이죠.”

옥상낙원 불판파티
옥상낙원의 불판파티.

 

불판파티 참여 방법매월 25일 진행되고 참가비는 시니어 호스트 5만원, 청년 유저들은 1만원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참고하길.

홈페이지 www.facebook.com/dongdaemunyouth
문의 010-6616-6214

 

옥상낙원의 기발한 실험

 

기획 이충섭 사진 김연제(스튜디오 텐)
※ 이 기사는 <헤이데이> 11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