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일자리 찾기, 그 만만치 않음에 대하여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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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일자리 찾기, 그 만만치 않음에 대하여

오늘도 구청에서 일자리 안내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이어 구청 직원이 직접 전화까지 걸어 조건이 괜찮은 곳이니 꼭 응모해보란다. 벌써 여러 번째 받는 메시지다. 우선 구청 일자리 알선 담당 직원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밀려오는 서글픈 심정은 어쩔 수가 없다.

 

우연히 찾아온 재취업의 기회

지난해 가을의 어느 날, 구청 구민대학에서 듣는 문화 강의에 가는 길이었다. 마침 건물 앞 넓은 마당에서 취업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상당히 많은 업체에서 나와 나름대로의 인력을 구하고 있었다. 부스에 따라서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곳도 있었다. 시간이 좀 남아서 필자도 박람회장을 돌며 어떤 일자리들이 나와 있는지 둘러봤다.

강의를 듣고 나오는데 입구에 마련된 박람회 안내 데스크의 직원이 필자에게 바쁘지 않다면 직업 상담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들은 구청에서 나왔으며 노인의 재취업 일자리 상담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앉아서 그들과 이야기를 좀 나누었다. 그리고 구직 희망 서류에 간단한 신상 정보와 경력, 취업 희망 직종 등을 적어 주었다. 물론 조그만 일거리라도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은퇴 후 아내가 8년이나 운영하던 음식점마저 손 떼고 나니 고정 수입이 없어져 버렸다. 아무리 지출을 줄여도 수입이 없으니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젊었을 적엔 은퇴하고 나면 연금 수익 등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은 짝을 찾아서 떠날 것이고 우리 부부 둘만 산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이 들고 보니 현실은 오히려 반대였다. 아이들 결혼도 늦어져 둘 중 하나는 아직 데리고 있다. 각종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았다. 게다가 기본 생활비 자체도 큰 부담이다.

그런데 그날 취업박람회장에서 적어 준 그 서류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구청의 담당 직원에게서 일자리를 구했느냐고 전화가 왔다. 그 후부터 그 직원 이름으로 여러 차례 구인 안내 메시지가 왔다. 그리고 그 때마다 직원이 전화까지 걸어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정말 민원인을 대하는 공복(公僕)의 자세가 좋아졌음을 실감했다. 그때마다 필자도 고맙다며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경력보다 체력, 오기보다 용기

필자가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은 그 일자리들이 그간의 경력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첫날 상담 때 “보수는 적어도 좋으니 내 경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직종을 원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들은 “누구나 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다”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자에게 “아직 건강하니 몸으로 부딪치는 직종도 한번 고려해보라”고 했다. 그러겠노라고 했었다. 몸으로 때우는 일이라도 못할 것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파트나 대형 건물의 경비직은 솔직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연락이 오는 일거리 전부가 경비직뿐이었다. 그중에 비교적 괜찮게 생각된 것은 중학교 도우미였다. 교문에서 등·하교하는 학생들을 살피고 학교의 잔무도 처리하는데, 출·퇴근 시간이 일반 직장과 같았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원서를 보냈더니 이미 채용했다며 퇴짜를 맞았다. 알선 직종은 아파트 경비가 가장 많았고, 공사장 안전관리 경비, 큰 건물 경비직도 있었다. 또 이와는 다르지만 정말 괜찮게 보이는 곳이 있어 그 회사에 두 차례나 계속 지원하기도 했었다. ‘인생 이모작을 위한 55세 이상 은퇴자 대상’이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필자보다 재주 많고 실력 좋은 은퇴자들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리라.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젊음을 바쳐 일했던 직종은 노후생활에 정말 도움을 못 준다는 생각부터 은퇴자들이 설 곳이 없다는 생각까지. 그리고 필자를 포함한 모든 은퇴자들이 아직 너무 건강하다는 점도 생각했다. 그렇지만 은퇴자이자 초로에 접어드는 필자에게는 경비직 같은 일거리 밖에 할 게 없다니 어쩌랴! 나름대로 배웠고 한때는 남들의 부러움도 샀지만 지금 필자 앞에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앞날에 대한 불안감과 자신에 대한 초라한 생각뿐이다. 그러면서도 ‘경비 일이야 할 수 없지’라는 오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세상 사람들이 그나마 대접해서 경비일이라도 알선해주려고 노력하는데 말이다. “에라, 확 벗어던지고 경비라도 맡아 볼까?” 그러나 필자는 잘 안다. 결코 경비 일을 하지 못할 것임을!

은퇴 후 재취업이란 살아오면서 쌓아올렸던 경력과 능력, 지위, 인맥, 어쩌면 자존심까지 하나둘 조심스레 내려놓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흔들릴지라도, 그래도 도전! ⓒGajus/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