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영흥도에서 찾은 제2의 인생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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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영흥도에서 찾은 제2의 인생

2015.12.07 · 안훈(전 여성동아 기자) 작성

지금도 그렇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관공서나 기업들에는 일명 ‘명퇴’ 바람이 불었다. IMF의 후폭풍이기도 했지만 이때부터 각 관공서나 기업체 등에선 몸집을 줄이기 위해 ‘명예퇴직’이란 이름으로 정년을 앞둔 이들에게 ‘40대 명퇴’ ‘50대 명퇴’ 하며 조기 퇴직을 권고했다. 소정의 ‘명퇴금’을 얹어주면서 퇴직을 앞당긴 것이다.

 

명예롭게 퇴직한 후 제2의 인생 찾기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내리에 ‘해오름빌리지’를 마련하여 펜션 사업을 하고 있는 육종률(64세) 씨도 50대 명퇴인 중 한 명이다. 그는 폴리텍대학 기계 분야 교수로 재직하던 2002년 조기퇴임을 하고 농촌생활 진출을 시도했다. 재직 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연수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전원생활을 동경했고, 여건이 되어 미련 없이 조기 퇴직을 한 것이다.

영흥도(靈興島)에 땅을 산 것은 육 씨가 퇴직하기 2년 전이다. 대부도에 살고 있는 처남의 소개로 1000평의 땅을 매입해 퇴직 전까지 주안에 있는 집에서 출퇴근하며 펜션을 짓기 시작했다. 2000년 선재대교 개통, 2001년 영흥대교가 개통되면서 대부도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었다. 퇴직 후 그는 펜션 6개 동을 지어 본격적으로 펜션 사업을 시작한다. 동시에 지역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공부를 이어왔고 때마침 모집하는 문화관광해설사에 응시했다가 합격, 문화관광해설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육종률 씨가 직접 운영하는 해오름빌리지농장. ©안훈

영흥도는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32㎞ 거리에 있는 섬으로 옹진군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영흥대교와 선재대교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데 대중교통으로는 지하철 4호선 종점 오이도역에서 하차해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영흥도로 들어오기 전 여러 섬들을 만나는데, 대부도에서 영흥도로 가는 중간에 있는 선재도(仙在島), 선재도 옆으로 측도(側島)가 있다. 측도는 바닷물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고 그 옆으로 목섬(目島, 물에 빠지면 목만 동동 뜨는 것을 비유)이 있다. 목섬은 최근 CNN 방송이 선정한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섬, 머무르고 싶은 섬 33개’ 가운데 1위에 올랐다. 퇴직 이후 새로운 땅 아름다운 섬 영흥도에서 육종률 씨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Q 시골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요.

“어느 지역이나 그렇겠지만 타 지역 사람이 처음 들어왔을 때는 배척이 굉장히 심하지요. 그래서 이웃들과의 친화력을 갖기 위해 각종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장경리 상가 번영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으면서 이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을 시작했지요. 그 하나가 곤충 사업입니다. 앞으로 2050년이 되면 곤충류의 80%가 완전히 소멸된다네요. 환경 파괴 때문이지요.

곤충은 인간의 몸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에너지원이 되기도 합니다. 현재는 흰점박이 꽃무지(굼벵이의 일종), 갈색 거절이(굼벵이의 일종), 장수풍뎅이, 귀뚜라미 등을 키웁니다. 이런 곤충들은 이미 식약청에서 식용으로 인정되었어요.

고단백 저칼로리식인데 배설물을 빼서 급속 냉각시켜 분말로 만든 다음 건빵, 쿠키, 햄버거 등을 만들 때 활용합니다. 외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베트남, 태국, 중국 등 동남아시아와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도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생산되고 있지요. 인천시, 강화군 그리고 옹진군 이렇게 세 곳에서 운영하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옹진 곤충 이야기’입니다.”

옹진군에 위치한 ‘옹진 곤충 이야기’. 식용으로 쓰이는 각종 곤충을 기르는 곳이다. ©안훈
육종률 씨가 직접 굼벵이를 기르는 곤충 상자. ©안훈

Q 이 지역 관광 사업은 어떻습니까? 펜션 사업은 활발한가요?

“이곳은 십리포해변, 장경리해수욕장 등 해안 경관이 뛰어난데 아직 관광 쪽으로 많이 발전하지 못했어요. 할 일이 많은 편이죠. 관광 사업은 꾸준한 인프라를 만들어 타지 사람이 한번 왔다가 다시 오고 싶어 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 지역 주민들의 인식이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요. 이곳은 관광 산업과 농업, 어업 즉 1차 산업 위주인데 환경 파괴로 식량 생산은 줄어들고 또 어족 자원도 고갈되어가고 있어서 결국 관광 산업의 비중이 높아져야 하지요. 그 전에 먼저 주민들의 인식이 제고(提高)되고 바뀌어야겠지요. 펜션 사업은 성수기, 혹은 비수기철을 타기 때문에 일정하지는 않지만 1년으로 볼 때 수입은 5000만~6000만원 정도 되지 싶군요.”

 

Q 대체로 이곳 생활에 만족하시는지요. 또 앞으로 하실 일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지요.

“네, 좋아요. 이제는 완전히 적응했죠. 아침에 일어나면 아주 상쾌해요. 주변을 돌아보면 소나무, 편백나무, 참나무 등 푸르른 나무들이 즐비해있고 물도 지하수를 이용하는데 하루 300t 정도를 자유롭게 쓸 수 있지요. 뒷산은 밤나무 밭입니다. 농촌에 살아보니까 친환경이 어렵다는 걸 알았지요. 이곳은 고추 농사가 주산물인데 소독 안 하면 안 돼요. 밤나무도 마찬가지로 소독하고 항공 방제까지 하지 않으면 청솔모가 다 까먹어요. 300평 넘는 텃밭도 있어서 일이 아주 많지요. 처음엔 부인이 힘들다고 적응을 못했는데 지금은 지낼 만한지 투정은 안 하네요. 15년 정착하다 보니 여러 가지 애착이 가는 일들이 많지요.”

 

“지역을 위해서 할 일이 아직 많습니다”

육종률 씨가 이곳에 정착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해 하는 일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매주 경인방송(금요일 오후 7시)에 출연해 옹진군 관내 섬을 소개하는 생방송을 진행하는가 하면, 이 지역 현역 시인 태동철 씨의 시비(詩碑)도 세워 영흥도를 기리고 인천향교(양반 교육기관) 수석장의(掌議)도 맡아 청소년 예절 교육도 진행한다.

또한 지역 발전을 위해 인재 양성에도 발 벗고 나섰다. 영흥도는 5년 이상 거주한 가정의 자녀가 대학에서 B+ 이상의 학점을 받으면 학비를 지원해준다. 농협 계통도 조합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학업을 지원하고 있다. 육종률 씨는 이를 잘 활용해 지역 인재 양성을 돕고 싶다고 했다.

“나주 농업박람회에 갔는데 농업 관계 대학들은 국비지원을 받아 학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우리도 영농후계자를 양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곳에서도 청년 지원을 강화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후계 구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영흥도는 인천에서 뱃길로 오면 30분밖에 안 걸립니다. 뱃길로 오는 것은 그것 자체가 관광 요소가 되는 거지요. 특산물은 고추, 포도, 해산물로는 바지락, 낙지, 소라 등 청정지역답게 품질이 참 뛰어납니다. 참 괜찮은 특산물이 많은데 이를 더 개발하고 알리는 역할도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요즘 좀 안타까운 소식이 많습니다. 이곳에 세워진 발전소가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산물이나 특산물의 생산량이 해마다 줄어들더라고요. 생태계 파괴가 오는 거죠. 환경보전을 위해선 신재생에너지 풍력 발전을 해야지요. 자연과 인간이 서로 같이 잘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퇴직 이후 삶의 터전을 옮겨와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육종률 씨. 지역을 위한 진심어린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런 삶도 꿈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옹진군 농촌관광발전연구회 회장직을 맡아 ‘내가 변해야 타인도 변한다’는 신념으로 영흥도의 발전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뛴다. 영흥도를 ‘가보고 싶은 섬, 머물고 싶은 섬’으로 아름답게 가꾸는 것 그리고 미래의 에너지원인 곤충을 잘 기르는 것이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그의 얼굴에서 퇴직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임을 느낀다.

지방에 할 일이 더 많다며 제2의 인생을 즐겁게 살고 있는 옹진군 농촌관광발전연구회 회장 육종률 씨(왼쪽에서 세 번째). ©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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