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배우 성동일의 전성기는 ‘지금’이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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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배우 성동일의 전성기는 ‘지금’이다

2015.12.04 · HEYDAY 작성

성동일

지금 가장 화제인 드라마는 <응답하라 1988>이다. 이전의 ‘응답하라 시리즈’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젊은 세대뿐 아니라 부모님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가족 드라마가 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드라마의 중심에 배우 성동일이 있다.

‘신스틸러(scene stealer)’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장면을 훔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연기력이나 독특한 개성으로 주연보다 주목받는 조연을 뜻한다. 올해로 나이 마흔아홉. 이제 50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배우 성동일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신스틸러다.

포털사이트에서 그의 이름 석자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성동일 연기력’이 뜬다. 사람들이 그의 연기력에 대해 얼마나 많이 검색해봤는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연관 검색어도 있다. 바로 ‘성동일 레전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성동일의 표정을 모아놓은 ‘짤방(참고 이미지를 부르는 신조어)’에 붙은 이름이다. 사진들 속 성동일의 얼굴에 설명이 없어도 웃음이 터진다.

역시 사람들은 성동일에게 웃음을 기대한다. 그 웃음은 1998년 드라마 <은실이>(SBS)에서 시작했다. 평생 거기서 살다 온 듯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에 한눈에 확 띄는 빨간 양말을 신은 사내는 그대로 ‘빨간 양말’로 불렸다. 애초에 배역 이름도 없던 등장인물은 ‘양정팔’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고 그 뒤로 20년 가까이 성동일을 따라다닌다.

 


 

‘빨간 양말’이라는 캐릭터가 워낙 강해서 싫을 때도 있었겠습니다.

서서히 줄여야겠다기보다는 아예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양정팔이 보여준 웃음을 기대하니까 그걸 안 하려면 (배역이 안 들어올 테니) 버틸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건 벌고 버텨야겠다 싶었지요. 꽤 걸렸어요. 그래서 영화 <수상한 그녀>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영화 <탐정: 더 비기닝> 같은 데서는 대본대로만 연기했어요. 주기적으로 바꿔요. 예능도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싶으면 딱 끊고.

 

털털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계획적이시군요.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깨는 것도 배우 몫이에요. 작가나 감독, 제작사는 그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활용하고 써먹지 다시 채워주진 않거든요. 그걸로 돈 받고 영화 찍었으면 다시 채우는 건 배우가 해야 해요. 철저하게. 아니다, 그렇게 철저하진 않아요. 하하하.

 

데뷔했을 때만 해도 배우 장동건, 이병헌 등과 함께 기대되는 신인 배우 3인방으로 언급됐다고 하던데요. 

1991년도 SBS 공채 연기자 출신인데 한 달에 세금 떼고 29만8000원을 받았어요. 제 대학 동창들이 한 달에 월급 140만원 받을 때죠. 양정팔 연기할 때도 일당이 1만원이었어요. 정말 죽기 살기로 버텼지요.

 

어렸을 때 집안이 많이 어려웠다고 하던데요. 

아버지가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할 만큼 가난했어요. 세 살 때부터 일곱 살 때까지는 전남 화순에서 살다가 그 뒤로는 쭉 인천에서 살고 있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전라도 억양이 살아 있네요?  

1980년대에 연극할 때 <금관의 예수> 같은 김지하의 작품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당시엔 시대적으로 검열이 심해서 이걸 마당극 형식으로 풀었어요. 혼자서 북 치고 꽹과리 치고, 일주일 내내 4시 반과 7시 반 두 차례 공연을 하는데 7개월을 쉬는 날 없이 하고 나니 전라도 말이 익숙해져버렸어요.

성동일4

화보 촬영 때도 “우리가 흉내는 잘 내. 시키는 대로는 잘하거든”이라고 하던데. 연기하는 게 시킨다고 되는 수준이 아니잖아요.

기본적으로 배우보다 감독이 대본을 100배는 더 읽었을 거 아니에요. 당연히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지. 감독이 트럭을 만들려는데 내가 스포츠카 만들겠다고 스포츠카의 휠을 트럭에다 끼우려고 하면 되겠어요. 물론 내가 연출을 배웠다면야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잘하세요? 

후배들이 물어요. 선배님, 어떻게 해야 연기를 잘할 수 있나요. 전 거기다 대고 예술을 얘기할 것도 아니고. 솔직하게 “네가 갖고 싶고 사고 싶은 거 많으면 연기 잘한다”고 해요. 쉽게 표현하면 집을 사고 싶어, 어떻게 하겠어요. (기자는 바로 “돈을 벌어야죠”라고 대답했다) 그렇죠, 돈을 벌어야죠.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겠어요. 현장에 안 늦고 인사 잘하고 연기 잘해야겠죠. 연기 잘하려면 남 배려할 줄도 알아야 하고. 전 목표가 있으면 정말 열심히 해요. 자식들한테 다양한 경험도 시켜주고 아내한테 ‘헤르메스’ 백도 사주고 싶으니까.

 

아… 에르메스입니다.

하하하, 부평에서는 헤르메스라고. (헤르만) 헤세라고 하듯이.

 

연기를 철학으로 포장하고 싶지 않은 건가요? 

그런 건 없어요. 전 역할에 몰입을 절대 안 해요. 그 배역이 나한테 오는 거지. 지금 <응답하라 1988>에서는 배역 이름도 ‘성동일’이던데, 그럼 몰입이 더 쉽지 않나요? (안 되는 건) 똑같아요. 드라마에서 누가 나를 (아버지나 아빠라고 부르지) 성동일이라고 부르지는 않으니까. 미국 드라마도 아니고, 하하하.

 

연극을 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나하고 안 맞더라고요. 난 쉬운 쪽으로 가고 싶었어요. 시나리오가 유럽에서 왔는데 서구 문학을 이해하려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알아야 하잖아요. 대사가 입에 잘 붙지도 않고 가식적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일단 ‘동일아~!’ 이게 아니라 ‘오, 세바스찬~!’ 이러니까, 하하하. 어렵게 연기하지 말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 했죠.

 

일상적인 연기를 더 원한 거군요. 

대배우 말론 브란도가 “아버지에게 맞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한 게 연기였다”고 했다더군요. 가장 공감이 가는 말이에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연기가 그런 거죠.

성동일3

배우 성동일이 그려 내는 아버지를 보면 예전에도 이런 아버지 캐릭터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순돌이 아버지’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나이 들면서 아버지 역할을 자연스럽게 맞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 캐릭터를 계산하는 것도 좋다고 봐요. 오히려 힘을 빼서 ‘왜 저러나’ 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죠. <응답하라1988>에서 연기하는 아버지 역할도 웃기지만은 않아요. 가슴 아파하고 남을 위해 울 줄도 알죠. 영화 <국가대표>나 드라마 <추노>에서도 그랬지만 캐릭터에 일부러 희로애락을 다 넣어요. 피에로가 분장을 지운 얼굴이 없으면 피에로가 아니잖아요.

 

아버지 역할을 해보니 어떠세요? 

애들을 위해서 이렇게 연기하며 배워야 하지 않나 싶어요.

 

연기하는 동안 아버지라는 자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나요? 

생각은 해요. 아주 깊게 하진 않고. 내 친구들은 다 겪고 지나갔는데 (늦게 결혼해서) 내게는 앞으로 닥쳐올 일이고. 준이가 내년에는 4학년이 되니까요.

 

<아빠, 어디가>에서 보여진 것처럼 여전히 엄한 아빠인가요? 

저 절대 엄하지 않아요. 정확하게 가르치는 거죠. 우리 자랄 때는 부모님이 엄하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였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이 생각하는 엄하다는 안 그런가 봐요. 그래도 회초리 들 때는 들어야죠. 내 자식은 내 가치 기준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방송할 때처럼 여행도 다니나요? 

촬영하러 갔다가 그 동네가 좋으면 불러요. “여보, 선생님한테 얘기하고 애들 데리고 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주말에 촬영 일정이 없으면 주말 내내. 애들하고 그런 경험하려고 돈 버는 거니까요. 돈 벌면 기부한다는데 저한테는 아직도 제 자식이 불우 이웃이에요. 지금이야 명절 때 과일이나 떡 같은 것도 보내오고는 하지만 ‘저 죽고 나면 누가 챙겨주겠나’ 생각해요.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으세요? 

다들 경험으로 비교 대상이 있잖아요. 남자라면 보통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이랑 결혼 안 해’라던가 ‘우리 아버지 같은 아버지는 안 돼야지’처럼.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난 무조건 우리 아버지 반대로만 살면 좋은 아버지다’라는 목표가 있었어요. 이번 <응답하라1988>에 “아버지도 처음부터 아버지가 아니었잖아”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참 공감이 가요.

 

그럼 그런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주나요? 

제일 부러운 게 애랑 농구도 하고 스키도 타고 수영도 하는 아버지예요. 난 그런 걸 해본 경험이 없으니 애와 놀아주는 방법을 모르거든요. 다행히 돈은 좀 버니까 스키 강습을 받게 해주거나 <국가대표> 같은 영화 찍었으니 인맥을 동원해서 국가대표 코치한테 배우게 해준다거나. 그것마저 안 하면 이 애들은 경험할 길이 없으니까. 이 나이에 스키 타고 내려오다 자빠지면 가족은 물론이고, 하고 있는 일에 피해가 가잖아요.

성동일2

<아빠, 어디가> 출연은 그런 점에서 보면 좋은 경험이었겠어요. 

12년 넘게 집에 TV가 없어서인지 다행히 아이들이 그게 방송이란 걸 잘 몰랐으니까요. 그거 찍으면서 어른과 아이의 시간이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의 시간 개념이요. 가령, 대화가 이런 식이에요. ‘밥 먹을 거야, 준이?’ ‘……’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 ‘얘기를 해.’ ‘……’ ‘에잇, 먹지 마!’ 그런데 얘는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던 거죠. 그걸 깨닫고 “아빠는 네가 답이 없으면 화를 냈는데 너는 어떤 말을 할까 생각하고 있었구나” 했더니 “몰랐어?”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몰라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이제는 기다리죠. 그것 하나면 부모 자식 사이는 해결된 게 아닐까요.

 

사춘기가 돼서 서먹해지면 속상하겠어요.

아, 그렇지 않아요. 그 전에 이미 정이 떨어져요, 하하하. 유치원 가면서 좀 떨어지고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또 떨어지고 중학교 가면서 많이 떨어지고 고등학교 들어가면 또 확 떨어질 것이고. 하하하. 후배들에게도 빨리 결혼해서 애 낳으라고 해요. 그 애가 네 인생의 스승이 될 거라고.

 

방송에서는 준이를 위해서 술 담배 끊겠다더니 전자담배를 피우시던데요?

방송이잖아요, 하하하. 실제로는 1년간 끊었었어요. 그런데 다시 피우게 하는 것은 누굴 것 같아요. 가족이에요. 나 때문에 친구 때문에 담배를 피우진 않잖아요, 하하하.

 

술은 주 5회를 마신다고요? 

스태프와 자주 마셔요. 가내수공업을 해도 좋은 미싱이 나오면 바꾸는데 우리는 투자할 일이 없으니 스태프에게 투자하자는 거죠. 술을 좋아하기도 하고. 집사람도 그게 유일한 내 스포츠라는 걸 아니까 특별히 뭐라 하진 않고요. 술을 그렇게 마시고 다녀도 딴짓은 일절 안 해요. 결혼이라는 부분은 철저하게 계약 관계여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계약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존경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기분이 좋을 때만 술을 마셔요. 혼자 마시진 않죠. <탐정: 더 비기닝> 촬영을 50회차 정도 했는데 술은 67회차를 마셨다고 알려주더군요, 하하하. 다음 날 ‘이걸 왜 마셨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얼른 어떻게 속을 풀까 고민하죠. 긍정적으로. 운동은 특별히 안 해요. 전 ‘산’과 ‘스포츠’는 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하하하.

 

결혼식을 못 올린 대신 유럽 여행을 가자고 한 것으로 아는데 다녀왔나요? 

크루즈 여행을 가자고 했거든요. 두 사람이 5000만원 정도 들이면 80일 정도 걸리더라고요. 그런데 애들을 맡길 데가 없어서. 겨우 작년에 아내랑만 홍콩에 갔었는데 아내가 마음이 안 편하다고 놀지도 못하고 그냥 왔어요.

 

배우 성동일의 전성기는 언제인가요? 

요즘보다 나았던 과거는 없었으니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하하하. 그런데 제 전성기는 아이들 키워놓고 벌어놓은 돈 마음껏 쓰게 되면 그때가 되지 않을까요?

 

노후에 아내랑 손 잡고 다니는 게 로망이에요. 오픈카 타고. 지금은 고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나이 먹고서 애들에게 손 벌리지 말아야지, 하하하.

 

기획 이은석 사진 정지은 헤어 이수 메이크업 조은 패션 스타일링 서가영
※ 이 기사는 <헤이데이> 1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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