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스레 통통] 가장 깊이 있는, 얕은 대화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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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스레 통통] 가장 깊이 있는, 얕은 대화

사람은 누구나 만나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것이 중요한 내용의 대화일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의미심장한 말보다는 너와 내가 사는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너스레일 경우가 더 많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같은 소소한 너스레가 의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30~40년 이상 함께 살을 비비며 살고 있는 노부부들 사이에서는 이런 ‘의미 없는’ 대화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특히 대화가 절대 부족한 우리나라 어른들에게 말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한밤중에 잠을 깬 할아버지가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습니다. 뒤이어 잠에서 깬 할머니가 옆에 앉으며 묻습니다.

“지금 몇 시야? 당신 잠 안 자고 뭐해?”

“알면서 뭘 물어?”

“차라리 달밤인데 나가서 춤이나 추지 그래. 또 그노무 지구를 지키느라 못 잔 거야?”

“그러게 말이야.”

“지구는 슈퍼맨이 지키니깐 염려 놓고 잠이나 주무시라니깐.”

“근데 슈퍼맨은 저들 나라가 있는 지구 저쪽만 지키잖아. 우리나라가 있는 지구 이쪽은 누가 지켜?”

“그건 로봇 태권 V한테 맡겨 둬.”

“그럼 우리 집과 마눌님은 누가 지켜준데?”

“집은 아파트 경비원 할아버지가 지키고 있고 마눌님은 내 스스로가 지킬 테니 염려 끊고 들어가자. 글구 아침까진 내가 당번할 테니. 자 바톤 터치!”

“그럼 나 들어가서 잔다. 근데 배고프다. 라면 하나 끓여먹고 자면 안 될까?”

“지금 먹으면 아침에 호빵 될 텐데?”

“호빵이면 어떻고 찐빵이면 어때.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데.”

“그런데 라면은 누가 끓이지?”

“목마른 자 샘을 파느니. 배고프다는 사람이 끓이는 게 당근이지.”

“야, 그렇지만 그럴 수 있냐. 가위 바위 보 하자.”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당신이 이겼으니 당신이 끓여.”

“그런 법이 어딨냐. 진 사람이 해야지.”

“법은 힘 있는 자의 것. 먹기 싫음 관두든가.”

“…….”

“푸하, 먹었더니 포만감 땜에 잠이 오네. 나 들어간다.”

“그럼 나도 자야지. 지구는 혼자 돌아가게 놔두지 뭐.”

“그러지 뭐.”

“근데….”

“근데 또 뭐.”

“누웠더니 또 잠이 달아나는데.”

“맘대로 하셔. 난 잔다. 쿨쿨.”

“쿨쿨쿨.”

때로는 의미 없이 주고받는 너스레가 더 큰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그저 수다스럽게 떠벌려 늘어놓는 말인 것 같지만 대화 속에서 정이 쌓이고 오해가 풀어지고 더 돈독해지기도 하니까요. ⓒDarren Baker/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