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징비록 30 –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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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징비록 30 –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다

광화문 언론사 전광판의 방산비리 뉴스를 접하는 장군의 심정은 어떠할까? ©김동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불철주야 불침번(不寢番)을 서고 있는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은 언론사 전광판에서 쏟아내는 뉴스를 실시간으로 지켜봐야하는 운명이다. 특히 국가 안위에 관계되는 방산비리 결과에 비상한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은 2015년 연말 뉴스 보도 내용이다.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년여 간 1조 규모의 비리를 밝혀내고 군 최고위직을 재판에 넘기는 등 성과를 남기고 사실상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거물 무기중개상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달아 기각되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고, 기소된 군 지휘관(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합수단은 해상작전 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 비리에 연루된 최윤희 전 합참의장을 뇌물수수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와일드캣을 우리 군에 중개한 업체 S사 대표 함모(59세) 씨도 뇌물 공여와 배임 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합수단 출범 이후 재판에 넘겨진 군인과 민간인은 총 74명이다. 구속기소자는 51명이었다. 군인이 42명으로 가장 많았고 장성급 11명(현역 1명, 예비역 10명)과 영관급 30명(현역 13명, 예비역 17명)과 기타 1명이다. 군인 중에서는 해군이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육군이 5명, 공군이 6명이었다. 방위사업청 공무원은 전·현직이 1명씩이었으며,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장을 포함한 공무원이 5명, 일반인은 25명이었다.’

1993년 감사원이 율곡사업 비리조사를 착수한 이래 22년 만에 합동수사단이 방위산업비리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결과다. 1993년 출범한 YS 문민정부는 30년 군사정권의 ‘성역(聖域)’인 방산비리에 사정의 칼을 들이댔다. 그 결과 국방부장관 2명, 공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 각 1명씩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기소됐고 현역장성 8명 등 총 53명이 징계를 받았다. 당시 돈 냄새 맡는데 귀신같은 비리 장군들을 일컬어 세상사람들은 ‘똥별’이라고 칭했다.

자칭 ‘충무공(忠武公)의 후예(後裔)’라는 해군이 비리에 가장 많이 연루됐다는 사실은 이순신 장군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특히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고위직 3명(정옥근, 황기철, 최윤희)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茫然自失)했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은 차기 호위함을 수주, 납품하는 편의 제공 대가로 STX에 금품을 요구하고 아들 회사를 통해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1심에서 징역 10년이란 중형을 선고받았다. 또 황 전 총장은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이던 2009년 통영함 음파탐지기 사업 과정에서 관련 문서를 조작하고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H사 제품이 납품되도록 해 38억원의 국고를 낭비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를 받았다. 통영함 소나는 40억원을 주고 들여왔는데 알고 보니 참치잡이 어선에서 어군(魚群) 탐지용으로 쓰는 2억원대 것이었다.

더욱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로 전 세계의 시선이 우리나라에 집중된 상황에서 3500톤급 통영함은 경남 거제시 옥포동 대우조선해양 특수선건조암벽에 방진포를 뒤집어 쓴 채 잠자고 있었다. 그러나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1심 재판에서 “좀 더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 아래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잠작전 헬기 와일드캣. ©김동철

비리로 얼룩진 최첨단 무기 사업

또한 영국제 해상작전 헬기 ‘와일드캣’ 도입과 관련 허위 공문서 작성을 지시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윤희 전 합참의장이 지난해 12월 불구속기소됐다. 군 최고위직인 합참의장 출신이 법정에 서기는 1996년 경전투헬기 사업비리로 기소됐던 이양호 전 국방장관 이후 처음이다. 와일드캣은 천안함 폭침 이후 고성능 대잠 작전헬기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1조3000억원을 들여 도입하기로 한 첨단무기다.

와일드캣은 실물이 완성되지 않아 성능을 확인할 수 없는 기종이었다. 하지만 2012년 최 전 의장은 해군참모총장 시절 이런 보고를 묵살하고 해군 전력기획 참모부장 P소장에게 “통과시키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와일드캣을 중개한 무기거래상 함 씨는 최 전 의장의 부인 및 아들과 친분을 쌓았다. 부인 K씨는 함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자주 들러 공짜로 이용했고 자신이 다니던 사찰에 2000만원 상당의 시주를 권유했다. 또 P소장에게 “미국 것은 절대 안 된다. 총장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라”는 압력을 넣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함 씨가 인사할 텐데 얼마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 증언도 나왔다. 최 전 의장의 아들도 함 씨로부터 2억원 가량의 사업자금을 지원받기로 하고 2014년 9월 2000만원을 먼저 받았다. 우리나라 최첨단 무기 수입은 이렇게 참모총장 부인의 뜻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음이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이와 관련 합동수사단은 지난해 6월 17일 김양 전 보훈처장이 와일드캣을 제작한 영국-이탈리아 합작사(社) ‘아구스타 웨스트랜드(AW)’로부터 10억원대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구속기소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2011년에 국가보훈처장을 지낸 김 전 처장은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이며, 부친은 김신(93세) 전 공군참모총장이다.

“오호 애재(哀哉)라….” 이순신 장군의 장탄식(長歎息)은 멈추지 않았다. 합동수사단은 군 수뇌부의 금품수수 의혹을 밝히는 데 핵심 인물로 꼽힌 무기 중개상을 구속 수사하지 못하면서 차질을 빚었다. 출범 초기부터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며 공들여 수사한 ‘1세대 무기중개상’ J씨(76세)의 구속영장이 지난 7월 기각된 것이다. J씨는 방산비리혐의로 구속된 이규태(66세) 일광공영회장보다 훨씬 큰 대어(大魚)로 꼽히는 인물이다.

1993년 율곡비리 수사 때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J씨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해군 차세대 잠수함 도입 과정에서 외국업체에서 받은 1000억원대 중개수수료를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합수단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합수단은 J씨가 빼돌린 돈이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의심하며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또 와일드캣 도입 사업에서 금품 로비를 한 혐의를 받은 S사 대표 함 씨의 구속영장도 두 차례나 기각된 바 있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自畵像)이다.

 

‘모순(矛盾) 전쟁’이 예상되는 비리 방지 대책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부랴부랴 비리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앞으로 정부합동수사단 단장은 검찰 조직 개편 결과에 따라 차장검사 또는 부장검사가 맡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방위사업추진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 비율도 현 25%에서 35%로 늘려 의사결정 과정에서 군인들의 결탁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하기로 했다. 또한 인적 비리사슬 차단을 위해 직무회피 범위도 대폭 확대해 500만원 이상의 금전거래가 있거나 퇴직 전 5년간 같은 부서에 있었던 사람, 최근 2년 이내에 직무 관련해 직접적인 이익을 준 사람과 같은 부서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했다.

비리의 온상이자 ‘복마전(伏魔殿)’으로 꼽힌 방사청은 인사독립성을 강화하여 감시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방사청에 보임된 현역 장군과 대령은 전역할 때까지 각 군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그동안 장군과 대령이 방사청에 근무하면서도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는 자군(自軍) 총장의 눈치를 보거나 지시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방법으로 방위사업에 잘못을 저질러 온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조치다.

국방부는 또 방사청 퇴직 공무원의 직무관련 업체 취업제한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비리 연루업체 입찰 참가 제한기간을 최소 6개월, 최대 1년에서 아예 2년으로 연장할 계획이다. 또한 업체 수행 개발시험평가를 민간 공인시험기관(KOLAS)으로 교체하고 업체와 국방기술품질원, 시험기관 사이에 시험성적서 정보공유체계 구축 등을 논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또 눈 가리고 아옹하는 미봉책(彌縫策)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다는 창과 어떤 창이라도 능히 막아낼 수 있다는 방패와의 싸움, 그 지리멸렬한 ‘모순(矛盾) 전쟁’이 예상된다. 교활한 업자들은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갈 기발한 비법(秘法)을 벌써부터 궁리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항상 문제는 사람과 시스템에 있고 문제 해결의 열쇠도 사람과 시스템이 쥐고 있다. 사관학교 선후배끼리 오랜동안 상명하복의 문화 속에서 지내온 온정과 의리, 그것도 폐쇄된 울타리에서 어울려 일을 해야 하는 숙명은 참으로 깨뜨리기 어려운 숙제다.

그동안 군사 비리를 감시감독하는 청와대와 국방부 조사본부, 기무사와 군검찰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사람을 걸러내는 인사검증시스템에서 모두 실패했다.

검찰에 정비 비리가 적발된 링스헬기. ©김동철

무기거래 사업은 로또다?

2010년 링스헬기가 바다에 추락해서 4명이 사망했다. 그때도 문제의 원인은 방산비리였다. 업체에서 부품을 적시에 교환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작업을 완료한 것처럼 꾸민 탓이다.

예나 지금이나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의 군기문란은 도를 지나쳤다. 1595년 10월 ‘전시재상’ 류성룡(柳成龍)은 경기, 황해, 평안, 함경 4도 순찰사에게 내린 공문에서 맨 먼저 기강불립(紀綱不立)을 지적했다. 기강이 확립되지 않아 모든 폐단이 생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기강이 잡히지 않자 류성룡은 1596년 4월 같은 도 순찰사들에게 다시 공문을 보냈다.

“근래에 기강이 더 해이되고 온갖 법도가 폐지되었다. 안팎과 위아래 예절과 체면이 모두 없어지고 공경하고 신하하려는 마음도 사라졌다. 감사의 명령이 수령에 시행되지 않고 수령의 명령이 민간에 시행되지 않는다. 장수의 명령이 편비(褊裨, 각 영문의 부장)에 시행되지 않고 편비의 명령은 군졸에 시행되지 않는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그러니 오합지졸(烏合之卒)의 조선군이 잘 훈련된 왜적과 맞서 싸워 이긴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기대난망(難望)이었다.

국내 방위산업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0조원 정도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무기중개업체는 300여 개로 이 중 30여 개가 거의 대부분을 싹쓸이 하고 있다. 무기거래 사업은 흔히들 ‘로또’라고 한다. 거래 품목의 가격이 천문학적이고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사업비가 수천억원에 이르다 보니 수수료(대개 수주금액의 5%)만으로도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

한번 납품이 성사되면 유지보수를 위한 부품 조달 등 안정적인 수입도 보장된다. 또 군사보안과 엮여 있어 로비스트로 활동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놀이터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그래서 린다 김 같은 국제 로비스트들은 ‘미인계’까지 써가며 군 지휘부를 흔들었다. 고소득이 보장되고 군과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로비스트는 전역 후 재취업을 바라는 고위 장교들에게 선망의 자리로 꼽히고 있다.

방산비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통영함. ©김동철
명과 왜 사이의 강화협상으로 전쟁이 소강상태이던 1594년 2월 16일 <난중일기> 기록이다수령즉엄악포계(守令則俺惡褒啓) : 수령들은 뇌물 받고 비리 덮어주고 포상 받게 해주었다
기망천청지어차극(欺罔天廳至於此極) : 국왕의 귀를 기망하니 이것이 극에 달했다
국사여시만무평정지리(國事如是萬無平定之理) : 국사가 이러니 나라가 결코 편안할 수 없다
앙옥이이(仰屋而已) : 나는 그냥 천장만 바라볼 뿐이다

동장군(冬將軍)이 한껏 기승을 부리던 날, 핏발선 이순신 장군의 눈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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