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의 핫플레이스, 우린 노는 물이 달라!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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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의 핫플레이스, 우린 노는 물이 달라!

2016.01.06 · 이영란(전 매일경제 기자) 작성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누군가를 만날 때 주로 찾는 핫 플레이스도 세대별로 다르다. 2030 젊은 세대는 주로 홍대 앞과 강남역 부근에서 만난다. 그렇다면 50+ 시니어들의 핫 플레이스는 어디일까. 시니어들이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를 직접 찾아가 봤다.

 


 

1  서대문 ‘청춘극장’ 2000원으로 즐기는 영화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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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 위치한 ‘청춘극장’ 입구. ⓒ이영란

지난 수요일 오후 2시, 5호선 서대문역에서 2분 거리에 있는 청춘극장 입구에 들어서니 2평이 채 안 되는 공간에 노인들이 가득했다. 오후 3시부터 시작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찾아온 사람들이다. 언뜻 봐도 젊은(?) 50대는 별로 없고 대부분 60대 이상인 듯했다. 오후 3시가 되기 전 1층 198석의 좌석이 가득 차고 하모니카 연주자가 무대에서 황금심 선생의 ‘삼다도 소식’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흥에 겨운 70대 노인이 앞쪽 무대로 나가더니 덩실덩실 춤을 춘다. 청춘극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청춘극장은 서울시가 위탁 운영하는 실버 전용 극장이다. 매달 추억의 영화 4~5편 선정해 하루에 3번 상영한다. 특히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는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7080 문화쇼’ 라는 이름으로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연주곡을 40분간 들려준다. 청춘극장 운영을 맡고 있는 권영우 팀장은 “평일에도 100명 이상의 어르신들이 찾아오지만 수요일 오후 3시에는 더 많은분들이 찾아와 문화쇼를 즐긴다”며 “7080 문화쇼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져 새해부터는 3회차 영화상영시간(오후 3시)에 영화 대신 공연을 1시간 반 늘렸다”고 말했다.

수요일 오후보다 더 많은 노인들이 찾아오는 시간은 바로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청춘 유랑극단쇼’. 이날은 2층 객석까지 개방해 전체 좌석을 260석으로 늘려도 부족하다. 남편과 같이 공연을 보러 왔다는 김분남(62세) 씨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수요일에는 나들이하는 기분으로 극장으로 놀러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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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쇼가 열리는 날은 이른 시간부터 만석이다. ⓒ이영란

청춘극장 입구의 청춘 북카페에서는 100원에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고 간식으로 파는 가래떡은 200원이다. 1000원어치만 사 먹어도 배가 든든하다. 청춘극장은 55세 이상이나 동반가족은 입장료 2000원만 있으면 출입 가능하고 몇 시간 동안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갈수록 인기가 높다.

실버들을 위한 영화관은 청춘극장 이외에도 종로 낙원상가 4층의 ‘실버영화관’, 한국영상문화자료원에서 운영하는 ‘시네마테크 KOFA’ 등이 있다. KOFA에서는 개봉관에서 상영이 끝난 영화나 고전영화는 물론, 일반 영화관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립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2 르미에르빌딩 ‘하이마트 뷔페’ 노인들의 ‘베니건스’ 20년 단골 수두룩

르미에르빌딩 5층에 위치한 하이마트 뷔페. 이곳은 여느 뷔페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오전 11시 반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고객들은 접시를 들고 차분하게 줄을 섰다. 250여 좌석 가운데 절반 정도를 차지한 고객을 자세히 보니 대부분 노인이다. 좌석을 안내하던 김만효 실장은 “오늘은 평소보다 손님이 적은 편”이라며 “점심시간에는 60대 이상이 95%를 차지할 정도로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며, 90대 고객도 종종 찾아오신다”고 말했다.

주로 노인들이 많이 찾는 종로 하이마트 뷔페. ⓒ이영란
르미에르빌딩 5층에 위치한 하이마트 뷔페.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시니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영란

1985년 문을 연 하이마트 뷔페는 만 31년째 뷔페 하나만을 고집하고 있다. 그동안 청계천 삼일빌딩 31층 스카이라운지에서 영업하다 2015년 초에 종로구청 인근 르미에르빌딩으로 옮겨왔다. 영업을 총괄하는 김민철 부사장은 “창업주인 장인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음식 값을 올리지 말라’는 유언까지 남기셨다”고 소개했다. 이곳 평일 점심 뷔페 가격은 1만6900원. 뷔페의 특성상 어느 정도 여유가 되는 고객들이 타깃이지만 퇴직한 분들의 사정을 고려하고 또한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를 겸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 중이다. 일반 뷔페에 비해서는 당연히 저렴하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노인들에게 만만한 금액은 아닌 셈. 대신 품질에서는 최고를 고집한다.

30년 이상 뷔페를 운영한 경험으로 무조건 최근 추세에 맞추기보다는 예전 방식으로 시니어들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 포인트다. 주방 직원들도 대부분 시니어들이다. 61세인 주방장은 대형 호텔 주방장을 두루 거친 전문가라고.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노인들도 많지만 퇴직자 모임, 군 퇴역동기 모임 등 노인들 위주의 다양한 모임이 자주 열린다. 모 연구소 퇴직자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병혁(84세) 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점심시간에 모이는데 20년 이상 여기서만 계속해 왔다”면서 “다른 곳을 정하면 새로운 퇴직자들이 장소를 헷갈릴 수 있고 이곳 음식이 맛있어서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친구와 둘이서 식사 중이던 70대의 노인은 “음식이 깔끔하고 비슷한 또래가 많아서 자주 찾아오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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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하게 단체모임 중인 노인들이 많다. 식사는 물론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공간이다. ⓒ이영란

시니어들이 즐겨 찾는 편안함 때문인지 오전 10시부터 커피를 마시면서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노인들도 종종 있다. 오후 3시까지인 점심시간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지만 저녁 시간에는 좀 더 연령대가 젊어져서 50대 이하도 많은 편이다.

 

3 종로 ‘파고다타운’ 4000원 돈까스에 라이브 공연은 덤

“46번에 돈까스 두 개, 소주 하나.” 점심시간 종로 2가의 유흥 음식점인 ‘파고다타운’에 가면 지배인이 테이블에서 주문을 받고 이를 마이크로 방송하는 흔치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조건 4000원인 점심 메뉴를 일일이 주문받아 주방에 전달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나름대로의 전략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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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삼삼오오 모여앉아 식사와 함께 음악을 즐기는 노인들의 모습이 꽤 신선하다. ⓒ이영란

예전 7080시대의 카페 같은 식당 분위기와 ‘듣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밴드에게 말씀 하세요’라고 붙어 있는 안내 문구가 왠지 정겹다. “노인들이라면 노숙자 빼고는 우리 가게에 한 번은 와 봤을 것”이라는 이승구 지배인의 얘기처럼 파고다타운은 50대 이상의 노인들이 주로 찾는다.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오전 11시 반부터 자리가 차기 시작해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 오후 1시에는 200여 좌석이 가득 찬다.

4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돈까스, 사골우거지탕 등 다양한 메뉴를 고를 수 있고 라이브 공연은 덤이어서 인기 만점이다. 일주일에 서너 번 혼자서 점심을 먹으러 온다는 70대 한 노인은 “혼자와도 눈치주지 않아서 좋고, 가격이 저렴해서 좋고, 라이브 공연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매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라이브 공연 시간에는 노인들에게 익숙한 트로트를 중심으로 연주와 노래를 들려준다. 몇 명이 힘께 와서 낮술을 마시며 흥겨운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것도 파고다타운만의 특징이다.

저녁에는 노인들을 위한 유흥음식점으로 운영된다. 단체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에는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필자가 찾아간 날에도 10여 개의 크고 작은 모임이 예정되어 있었다. 조기축구회 모임으로 파고다타운을 찾았다는 60대의 노인은 “몇 년째 여기서 행사를 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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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는 편안한 식사공간으로 저녁에는 노인들을 위한 유흥음식점으로 변신하는 파고다타운. ⓒ이영란

 

4 제기동‧청량리 ‘콜라텍’ 디스코텍의 흥겨움과 끈적임이 동시에

필자가 버스를 타고 동대문구 제기동 로터리에 내리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광경은 보행신호에 맞춰 청량리 방향으로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횡단보도를 가득 메울 정도의 인파는 한눈에도 5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다.

제기동에서 청량리로 이어지는 지역은 이른바 ‘노인들의 홍대’라고 불린다. 제기동역 주변에는 약령시장, 경동시장, 청량리종합시장 등 다양한 재래시장이 몰려 있다. ‘지공거사(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노인들을 일컫는 말)’들은 청량리역에서 경춘선으로 환승하면 강원도 춘천까지 무료로 나들이가 가능하다.

제기동과 청량리 일대에 걸쳐 있는 노인들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가 바로 콜라텍이다. ‘스포츠체육단련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N콜라텍을 찾은 시간은 오후 5시. 빌딩 안으로 들어서자 ‘3주년 기념 평일 무료입장’이라는 안내문이 반긴다.

대낮에 성황을 이루는 실버들의 놀이터 콜라텍 입구. ⓒ이영란
대낮에 성황을 이루는 실버들의 놀이터 콜라텍 입구. ⓒ이영란

지하 1층 콜라텍 입구에서 만난 노인은 “주변에 경쟁이 되니까 3주년을 빌미로 무료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아는 체를 했다. 계단으로 내려가자 500원을 내고 옷을 맡길 수 있는 물품보관소와 찻집, 간단한 요기가 가능한 식당이 나란히 붙어 있다. 차는 대부분 1000원이며, 음식 값도 4000~5000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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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가격. ⓒ이영란

식당 바로 맞은 편 공간인 무도장에서는 색소폰과 함께 흥겨운 트로트가 연주됐고, 20여 명의 노인들이 쌍쌍으로 혹은 혼자서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시간이 너무 일러서 썰렁한가 했더니 콜라텍 영업 종료 시간이 다 돼서 그렇단다. 보통 콜라텍은 오후 12시부터 오후 5시 정도까지 영업하는데 대낮에는 몇 백 명이 찾을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일찍 시작하기도 하고 늦게 끝나기도 하는데 “오늘은 늦게 끝나는 편”이라고 의자에서 잠깐 쉬던 노인이 일러줬다.

혼자서 콜라텍을 찾았다는 82세의 노인은 “3층 의료기 체험장에 들렀다가 분위기 전환하러 지하 1층 콜라텍에 오면 기분도 좋아진다”면서 “여기서 10분만 걸어가면 이보다 훨씬 규모가 큰 콜라텍이 영업 중인데 어떻게 외진(?) 이곳까지 왔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제기동과 청량리역 주변에는 나이별로 즐길 수 있는 콜라텍이 5~6곳 정도 더 있다. 제기동이 노인들 위주라면 청량리는 좀 더 젊은(?) 고객이 타깃이다. 입장료는 대부분 1000∼2000원 선이며 평일에는 무료로 운영하기도 한다. 입장 수익 대신 차나 음식을 팔아서 수익을 남기는 것이다. 콜라텍을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눈들이 많지만 콜라텍에서 만난 노인들은 “좋잖아요. 시간도 잘 가고 친구들도 만나고 너무 재미있어요”라며 신나게 말한다. 콜라텍은 제기동과 청량리 이외에도 종로 3가에서도 몇 곳이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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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텍을 이상한 시선으로 볼 필요 없다. 실버 세대가 친구를 만나고 함께 춤추며 웃고 노는 놀이터일 뿐이다. ⓒ이영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