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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라로 모십니다” 택시기사로 사는 노년

2016.01.06 · 안훈(전 여성동아 기자) 작성

만약 우리가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어느 날 다른 직업을 가져야 한다면 택시기사라는 직업을 쉽게 선택할 수 있을까. 게다가 꽤 잘나가는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어떨까. 언론사 구매부, 관재부, 총무부, 판매영업부를 거쳐 광고회사 대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의 운영본부장을 맡아 2008년까지 근무했던 이병석(65세) 씨. 그는 대단한 용기와 결심으로 택시기사의 길을 선택했다.

 


 

어떻게 택시기사를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원장이 바뀌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을 때 갈등이 많았죠.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직업이 없다는 공포감이 컸어요. 아이들은 한참 대학을 다니고 군대를 가고 아직 가장의 역할이 필요한 때였어요. 한동안 허송생활을 하다 결심 했지요. 일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직장에서 잘나갈 때 택시를 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 택시기사들이 그렇게 편해 보이고 좋아보였거든요. 그때 그분들이 하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힘은 들고 큰 돈은 못 벌어도 할 만하다. 나이 먹어서 이처럼 좋은 직업은 없다.” 그래서 제 머릿속 한구석에는 이다음에 나도 택시기사 한번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그게 동기가 되었던 거 같습니다.

 

주위나 가족들의 반대는 없으셨는지요.

처음 택시 운전 자격증을 따기 전까지는 누구한테도 얘길 안했죠. 혼자 시험 보고 자격증을 취득한 다음인데 택시 회사가 저희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거예요. 첫 출근하는 날 집에 이야기했더니 난리가 났죠. 나중엔 여동생, 남동생, 주위 친구들, 택시 회사 사장인 친구까지 알아서 야단들이었죠. 그랬는데 제가 회사 택시 3년 근무를 무난히 하고 개인택시를 취득하던 날에 그들로부터 엄청 큰 축하를 받았죠.

 

택시 영업하는데 자격증이 필요하나요? 개인택시를 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요.

시험을 봐야 돼요. 택시 영업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절대평가로 시험에서 60점 이상 받아야 하고, 적성검사도 하고 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개인택시를 하기 위해서는 일반 택시 회사에서 3년 동안 무사고로 근무하고 한 달에 17일 이상 3년을 일해야 경력증명서를 받을 수가 있어요. 이후에는 기타 10여 가지 서류를 관할 구청에 제출해야 심사를 거쳐 개인택시 자격증이 나오는 거죠.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저도 받게 되었습니다.

 

개인택시는 어떻게 마련하나요? 직접 사서 등록을 하는 것인지요.

옛날에는 서울시에서 10년 무사고 운전을 하면 무상으로 면허권을 주었는데 지금은 택시 공급이 과잉되다보니 무상 제도가 없어졌어요. 제한된 숫자만 운영하죠. 서울시의 경우는 개인택시가 5만 대 가까이 있는데 그 안에서 개인 사정으로 못하게 되는 경우, 나이가 많아서 못하는 경우, 불치병으로 못하는 경우에 서로 사고팔고 하는 거예요.

 

그러면 개인택시가 실제 차값보다 더 비싸겠네요.

그렇죠. 개인택시 값이란 게 면허를 따고도 영업권(번호)을 사고파는 것이지요. 제가 개인택시를 샀던 때가 2012년 11월이었는데 6450만원이었죠. 지금은 8300만~8400만원 하니까 한 2000만원 벌었죠.

 

처음 핸들 잡던 때의 이야기도 좀 들려주시지요.

저는 처음 회사 택시를 할 때나 지금이나 낮 근무(오전 6시~오후 6시)만 하고 있어요. 야간에 취객 상대하는 게 싫더라고요. 첫날 연세대에서 강남을 가자고 하는 손님이 탔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는 거예요. 솔직히 사정을 얘기하고 길안내를 부탁하면서 갔죠.

또 60대 중반의 아주머니를 태우고 목적지에 갔는데 요금이 0원인 거예요. 미터기(요금계)를 누르지 않은 거지요. 그랬더니 그분이 자신이 금액을 안다며 3500원 나온다고 하면서 5000원을 주시더니 나머지는 커피값 하라고 한 경우도 있었지요.

 

택시를 운전하신 지 몇 년 되셨지요? 오늘은 쉬는 날이어서 시간이 있으신 건가요? 쉬는 날은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회사 택시를 3년 하고 개인택시 운전을 시작한 지도 만 3년이 되어갑니다. 이틀 근무하고 하루 쉬어요. 휴일은 주로 부족한 운동을 하고 차의 상태를 체크하기도 하고요. 제가 테니스를 40년 이상해서 시간이 나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지요. 또 친구나 지인들 만나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고요. 쉬는 날이 더 바빠요.

휴일에는 테니스로 몸을 단련하는 이병석 씨. ©안훈
테니스 동호회 게임에서 수상하는 모습(가운데가 이병석 씨). ©안훈

수입은 얼마나 되시는지요? 혹시 하루 수입도 공개 가능하신가요?

수입은 제 경우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근무인데 하루 평균 19만~20만원 하니까 월 수입은 380만원 안팎이에요. 거기서 가스비, 식대 등 기타 경비를 빼면 240만~250만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승객들과의 일화도 많으실 텐데 듣고 싶군요.

차를 가지고 다니면 재미있는 이야기, 슬프고 속상한 이야기 등 사람 사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참 많이 듣죠. 한 번은 홍대 앞에서 여성 4명을 태웠는데 신림역까지 가는데 미터기 누르는 걸 깜빡한 거예요. 여의도에 넘어가서야 사과하고 눌렀던 일도 있고, 과거 직장 동료들이나 직장 상사를 태운 일도 있고요.

한 번은 새벽에 부천역에서 손을 흔들길래 태웠더니 제 아들인 거예요. 버스 타지 않고 택시 탄다고 혼내주는데 이 녀석이 한술 더 떠서 “아빠, 나 공짜로 태워줘” 그러는 거예요. 차비가 8000원 정도 나왔는데 1만원 받고 아들을 손님으로 모시고 간 일도 있지요

또 한 번은 영등포역 롯데백화점 앞에서 손님을 태웠는데 그때가 8~9월쯤이었어요. 키도 조그맣고 얼굴은 시커멓고 대낮에 술을 먹은 것 같지는 않고 한데 굉장히 힘들어 보여요. 말이 좀 어눌하더라고요. 아주대학을 간대서 “병원에 가시나 봐요?” 했더니 그렇대요. “어디가 아프냐”고 했더니, 희귀병을 앓고 있는데 근육위측증이래요. 소뇌가 작아지고 운동신경이 죽어가는 병으로 어머니가 그 병으로 돌아가시고 7남매가 있는데 위로 세 분 형님 중 두 분이 앓고 있고 자기가 또 앓는다는 거예요. 이 병은 40대가 넘으면 나타나는데 병이 발병하니까 아내는 도망가고 중1 된 딸과 살고 있대요. 어떻게 생활하느냐고 물었더니 국밥집에서 130만원을 받는 것으로 생활하는데 “결국 이러다 서서히 죽는 거죠” 하는 거예요. 저 많이 울었어요. 이밖에도 참 많은 이야기가 있지요.

택시기사는 귀한 직업이다.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들어주고 공감하며 위로한다. 길 위에서 행복과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인 셈이다. ©Wesley Guijt/Shutterstock

처음 핸들을 잡고 첫 손님이 탔을 때 입이 떨어지던가 물었다. 그는 사전 연습을 많이 해서인지 괜찮았다고 했다. 무어라고 했냐고 굳이 물었더니 그냥 평범하게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였다고. 언제까지 하실 생각인가 물었더니 “한 20년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84~85세 정도까지를 말한다.

처음 출발할 때 망설임도 많고 두려움도 많았지만 이제는 인생을 다시 공부하는 자세로 매일 즐겁게 살아간다는 이병석 씨. 어렵게 선택한 택시기사의 길이 그의 노년을 빛내주고있다. 노년의 삶이 이처럼 힘차고 씩씩하다면 누가 노년을 두려워하랴. 그의 장도에 행운만 가득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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