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역사] 1995년 1월 9일 부동산실명제 발표 – 전성기뉴스
콘텐츠 바로가기

top

[금주의 역사] 1995년 1월 9일 부동산실명제 발표

2016.01.09 · 심언준(전 미디어칸 대표) 작성

지난해 11월 서거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업적 중 ‘가장 높게 평가받아야 할 정책’을 설문조사한 결과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가 42.6%로 나타났다. 김 전 대통령의 경제 개혁 정책은 1993년 금융실명제에 이어 1995년 부동산 거래 실명제에서 정점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명의신탁 금지가 핵심

부동산실명제 이전까지 대표적인 차명 거래는 명의신탁이었다. 명의신탁이란 실질적으로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등기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부동산을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보유에 따른 조세 등 의무 부담을 회피하는 대신 재산권을 행사하는 명의신탁이 성행하면서 부동산 투기 열풍도 생겨났다.

정부가 등기된 권리 관계와 실제의 권리 관계를 일치시켜 등기제도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살리기 위해 1990년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을 제정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투기 목적의 명의신탁을 금지한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은 사실상 투기 목적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워 법 제정의 실효성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1993년 8월 금융실명제가 도입됨에 따라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입법 예고된 상황에서 부동산에 대한 명의신탁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금융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부동산실명제를 위한 특별팀이 1994년 10월 가동되기 시작했고, 1995년 1월 6일 김영삼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실명제를 천명했다.

사흘 뒤인 1월 9일 홍재형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과 안우만 법무부 장관은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부동산을 실제로 소유한 사람의 명의로만 등기하도록 하는 ‘부동산실소유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3월까지 제정해 7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에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전세권·저당권·지상권 등 모든 물권은 명의신탁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기하는 경우 무효이며, 실권리자의 이름으로 등기하지 아니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 부동산 가액의 30%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를 병행하기로 했다.

1995년 1월 9일, 홍재형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왼쪽)과 안우만 법무부 장관이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부동산실소유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3월까지 제정, 7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5년 1월 9일, 홍재형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왼쪽)과 안우만 법무부 장관이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부동산실소유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3월까지 제정, 7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행하지 않을 때는 형사처분과 과징금

과징금 부과 후에도 실명등기를 하지 않는 경우 과징금 부과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부동산 가액의 10%, 2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20%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다만 종중(宗中) 부동산의 명의신탁 또는 부부 간의 명의신탁에 의해 등기한 경우에는 조세를 포탈하거나 강제집행 등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경우에 한하여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부동산실명제에 따라 명의신탁은 △신탁법에 의한 신탁등기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채무변제 목적의 양도담보 △종중 재산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정부의 부동산실명제 실시 발표 직후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다. 특히 미등기 전매(專賣)가 성행했던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거래가 아예 끊겼다. 하지만 차츰 부동산 시장은 정상을 되찾아 갔다.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었던 명의신탁이나 장기 미등기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경제 전반에 미친 효과도 컸다.

시행한 지 만 20년이 넘은 부동산실명제는 거의 정착됐지만 일부에서는 자신 명의의 부동산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기했다가 적발돼, 과징금을 부과 받고 형사재판에도 넘겨지고 있다. 부동산실명제 위반으로 기소된 사람은 2005년 928명에서 2013년에는 578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지난해 2월 이완구 전 총리의 청문회에서는 분당 땅을 차명으로 소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부동산실명제 위반은 고위 공직자 청문회에서 아직까지 단골 이슈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