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 기자수첩] 1988년의 기억, M마담을 찾아라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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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 기자수첩] 1988년의 기억, M마담을 찾아라

1980년대와 1990년대 잡지와 신문사를 누비며 써 내려간 기자수첩 속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소환해보는 ‘8090 기자수첩’이 시작된다. ©Wellphoto/Shutterstock

특명! M마담의 행방은?

주간 신문사 사회팀장으로 있던 시절의 이야기다. 월간 여성지 출신인 나는 생활이나 문화 기사가 아닌 화제, 이슈거리를 매주 써내야 했던 이때 무척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군정의 시대가 끝나면서 매일같이 제5공화국의 뒷이야기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시사지 출신 후배들이 일간지도 못하는 특종을 터뜨리며 매주 30만 부 이상 발행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길 때였다. “남 차장은 뭐 없나” 하며 편집회의 때마다 눈총을 노골적으로 주던 국장은 12·12 사태에 얽힌 비화 중에 그 핵심 인물들이 드나들던 특급 요정의 M마담을 찾아보라는 엄명을 하달했다.

장성 출신의 고위급 정치인들이 드나들던 요정의 유명 마담을 내가? 그런 여자들은 어디서 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12·12 사태 당시 연회장 모임에 M마담이 있었다는 보도가 이미 나간 터라 M마담의 행적은 오리무중인 때였다. 그러나 어쩌랴! 홍일점 여기자의 오기인지 호기인지, 아무튼 덤벼 보기로 했다. 

 

민완 여기자의 특급 노하우

일단 혼자 다니기는 어쩐지 섬뜩해 초임 남기자 2명을 붙였다. 그들과 함께 서울 유명 룸살롱의 마담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그들과 연을 틀 때 기자라는 명함을 꺼내는 것은 금물이다. 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고급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과 친해지기 위한 화술과 매너를 나름 연구하여 2주 정도 미용실과 의상실, 술집을 뒤지고 다니면서 그들과 놀고 다녔다.

그들에게서 쓸 만한 정보를 캐낼 때마다 “선배, 탁월하시네요” 하며 감탄하던 후배 기자들에게 현장 취재 훈련은 제대로 시킨 셈이다. 에헴!

10군데쯤 고리를 물고 들어가서 M마담과 같이 일을 했다는 새끼마담 정도와 인터뷰를 딸 수 있었다. 그 새끼마담의 후일담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군 장성들이나 정치인들이 요정에서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는지, M마담이라는 여인이 가진 인맥이 얼마나 화려한지, 12·12 사태 핵심 인물들과의 관계가 진짜인지 소문인지, 이런 야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낼 수 있었다.

 

J장군을 진압할 뻔한 사연 

후일 정보기관의 전화까지 받은 것을 보면 나름 내가 캐낸 정보들이 꽤 쓸모 있는 고급 정보였던 것 같다. 그 기사로 늘 눈총을 주던 국장의 신임도 물론 다시 얻었다. 얼마 후, 몇 달간 공들이며 쫓아다니던 또 다른 12·12 사태의 인물(진압 편에 있었던) J장군의 일기장을 다른 시사 주간지에 뺏기기 전까지는!

그 일기장은 J장군이 꼭 나를 통해 공개하겠다며 보여주기까지 했던 문건이었다. 오늘이냐 내일이냐 하며 그 장군을 다시 찾아가려 하던 아침, 출근하는 나의 책상에 보란 듯이 국장은 막 나온 주간지를 내던졌다. 표지 제목은 ‘반란군을 진압하라!’였다. 그때 난 그 장군을 진압하러 여의도로 뛰쳐나갈 뻔했다.

1990년대 초반, 동료 기자들과 일본 유명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 강담사) 건물 앞에서 찍은 사진. 지금은 시사 주간지의 편집국장, 출판사 대표 등이 되어 있다. ©남혜경
나름 전성기였던 때다. 민완 여기자의 포스가 보인다. 스포츠 전문 기자였던 K선배와 함께. ©남혜경
나름 전성기였던 때다. 민완 여기자의 포스가 보인다. 스포츠 전문 기자였던 K선배와 함께. ©남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