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고향을 지키는 목석들의 향연, 제주돌문화공원을 찾아서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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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고향을 지키는 목석들의 향연, 제주돌문화공원을 찾아서

돌과 바람 그리고 신들의 고향, 제주

돌과 바람의 고향. 제주는 그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돌 많고 바람 많고 여자가 많다는 삼다(三多)의 섬, 게다가 빼어난 경관, 특이한 생활 문화가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 가지 더 붙인다면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에서 비롯된 제주 형성 신화(神話) 등 300여 개의 신화와 500곳에 이르는 당()이 있고, 그곳에 1만8000의 신()들이 모셔져 있다. 그 영혼(靈魂)들이 바람 한 줄기, 돌멩이 하나에까지 깃들여 있다. 하여 제주의 기암들은 영험(靈驗)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때문일까. 루마니아의 작가 콘스탄틴 게오르규(Constantin Gheorghiu)는 제주를 ‘신들의 고향’이라 했다. 

제주의 탄생을 의미하는 거대한 원석(圓石)이 오름 능선과 조화를 이룬다. ⓒ문인수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제주돌문화공원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2023번지 일대, 그곳에 제주돌문화공원이 있다. 326만9731㎡(100만 평)의 드넓은 초원에 2만여 점의 목석(木石) 형상이 신화의 세계를 연출한다. 이곳에 전시된 목석 형상은 제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투영하고 있다. 제주 문화는 돌과 바람이라는 척박한 자연과의 투쟁사나 다름없다. 제주돌문화공원은 바로 이런 콘셉트로 이뤄졌다.

‘설문대할망’의 신화와 돌·바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주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 제주인들은 사면이 바다로 갇힌 절해(絶海)의 섬에서 ‘돌과 바람의 문화’를 일궈 왔다. 그것은 제주인에게는 마치 굳게 박힌 옹이와도 같다. 바로 고해(苦海)의 역사이자 삶의 역정(歷程)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제주의 번영은 그 고해의 역사와 삶의 역정을 토대로 쌓아올린 금자탑이다.

무덤을 지키는 제주의 망부석들. ⓒ문인수
무덤을 지키는 제주의 망부석들. ⓒ문인수

제주돌문화공원을 둘러보는 3가지 방법

제주돌문화공원은 3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제1코스는 ‘돌박물관-오백장군갤러리-어머니의 방’으로 구성됐다. 동선 거리는 1.3㎞로 약 1시간 소요된다. 전설의 통로와 숲길을 지나면 돌박물관이 나온다. 박물관은 지하 2층, 지상 3층의 9904㎡(약 3000평)로 국제 규격의 축구 경기장 면적보다도 크다.

돌박물관 지붕 위에는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지름 40m, 둘레 125m의 원형 연못에는 물이 가득 채워져 있다. 가장자리까지 물이 차도 넘치지 않도록 수평 설계한 것이 눈길을 끈다.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에 어리는 태양빛이 신비롭다.

박물관에 전시된 화산석으로 화산 활동 당시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빚어낸 작품들이다. 이런 기묘한 형상들이 박물관에 꽉 차 있다. ⓒ문인수
박물관에 전시된 화산석으로 화산 활동 당시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빚어낸 작품들이다. 이런 기묘한 형상들이 박물관에 꽉 차 있다. ⓒ문인수

돌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제주의 형성 과정을 보여 주는 전시관과 기기묘묘한 용암구와 화산탄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또한 용암이 빚어낸 동물 형상의 용암 석순은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돌박물관을 나오면 신화의 정원을 만난다. 그곳엔 오백장군탑이 우뚝우뚝 서 있고 수십 개의 돌하르방들이 도열한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제주돌문화공원 야외 전시장에 제주를 상징하는 돌하르방이 줄 지어 서 있다. ⓒ문인수
제주돌문화공원 야외 전시장에 제주를 상징하는 돌하르방이 줄 지어 서 있다. ⓒ문인수

돌하르방의 환대를 받으며 오백장군갤러리에 들어섰다. 1층에는 제주의 돌 문화를 소재로 한 서화 작품이 전시돼 있다. 지하엔 돌이 빚어낸 제주의 조록나무 뿌리 형상이 손님을 맞이한다. 승천하는 용의 모습, 포효하는 사자의 모습, 등 굽은 낙타 모습, 족제비 모습 등 제주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희귀한 목상(木像)을 볼 수가 있다.

오백장군갤러리 지하 1층에 전시된 조록나무 뿌리 형상들. 지방 기념물로 지정된 다양한 목상들이 눈길을 끈다. ⓒ문인수
오백장군갤러리 지하 1층에 전시된 조록나무 뿌리 형상들. 지방 기념물로 지정된 다양한 목상들이 눈길을 끈다. ⓒ문인수

제2코스는 ‘제주돌문화전시관’과 ‘돌문화야외전시장’을 둘러보는 코스다. 이 코스는 초가형 전시 동에 돌을 이용한 생활 도구가 기능 또는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주춧돌, 돌방아, 돌그릇, 돌도끼 등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활 도구들을 배치해 숲길을 걸으며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코스는 동선 거리 970m에 30분 정도 소요된다.

제3코스는 제주의 전통 초가마을을 재현한 ‘제주전통돌한마을’이다. 이곳에는 제주의 전통 초가가 형태별로 배치돼 있다. 세거리집, 두거리집, 그리고 방앗간 등을 배치해 옛 제주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동선 거리 약 1180m로 모두 둘러보려면 50분 정도 소요된다.

돌이 많다는 의미의 제주전통돌한마을. ⓒ문인수
돌이 많다는 의미의 제주전통돌한마을. ⓒ문인수

제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볼 수 있는 곳 

제주돌문화공원은 1단계로 9만 9000㎡(30만 평)가 개발됐다. 지금은 설문대할망전시관 등 2단계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돌문화공원 조성에는 제주의 목석을 수십 년간 수집해 온 백운철 씨의 공이 크다. 이 공원은 북제주군이 제주시와 통합하기 전에 백씨가 북제주군에 수집품을 기증함으로써 이루어졌다. 백씨는 제주시 산천단 부근에 갑돌이와 갑순이의 사랑을 테마로 ‘탐라목석원’이라는 이름의 전시장을 운영해 왔다. 백씨는 북제주군의 제안으로 자신이 수집한 전시 목석을 북제주군에 기증했다. 이를 토대로 제주도는 지금의 장소에 제주돌문화공원을 조성하게 된 것. 백씨는 지금 이 공원의 기획단장으로 목석 형상의 의미 부여는 물론 전시 구상을 총괄하고 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한라산 기슭의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전설을 주제로 제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돌과 바람의 고향 제주. 그 제주를 제대로 알려면 제주돌문화공원 방문이 우선이다.

관광객들이 눈 쌓인 제주돌문화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문인수
관광객들이 눈 쌓인 제주돌문화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문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