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쓰기] 어줍은 외국식 표현 덜어내기 – 전성기뉴스
콘텐츠 바로가기

top

[좋은 글쓰기] 어줍은 외국식 표현 덜어내기

‘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말깨나 하고 글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우리말이 아니다. 영미에서 흔히 쓰는 ‘No matter how~’ 또는 ‘too~ to~’ 용법을 유식한 체 하느라 흉내 낸 표현이다. ‘교육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라고 해야 우리말이고 그렇게 해도 뜻이 충분히 전달된다.

‘가장 높은 산 중의 하나.’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 중의 하나.’

이 역시 영어의 ‘one of the highest mountain’ ‘one of the most famous person’을 본받아 우리말처럼 쓰고 있지만 우리말에는 그러한 표현방식이 없다. ‘아마도 제일 높은 산입니다’ ‘꽤 유명한 사람입니다’가 훨씬 정답고 실감나는 우리 고유의 표현이다.

‘오늘 중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 꼭 해야 한다’는 우리말을 멋있는 표현인 줄 알고 일본식 표현인 ‘なければ いけない’를 흉내 내 쓰고 있다. 우리의 말글에서 일본어 단어인 ‘다꾸앙’ ‘벤또’ ‘와르바시’ ‘요이똥’ ‘요시이’를 제거했다 해서 언어의 탈일본화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의식이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식에 뼛속 깊이 오염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다.

때로는 외국식 표현이 고급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어줍게 사용하는 외국식 표현은 말과 글의 의도를 흐트러뜨리고 언어의 기능마저 망가뜨린다. ©SeDmi/Shutterstock

“아버님, 좋은 밤 되세요~”

요즘 종종 아침인사로 “좋은 아침!” 하고 소리친다. 주로 청장년층에서다. 영어의 ‘Good Morning’을 본 딴 표현이다. 우리의 아침인사 “안녕히 주무셨습니까?”가 촌스럽게 보였던 것이다. 요즘 외국인들이 그렇게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한국어 “안녕하세요”를 우리는 정작 기피하고 ‘좋은 아침’을 일상화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정다운 말 대신 “좋은 밤 되세요”를 사용하는 게 요즘 대세다. “좋은 밤 되세요”는 예전 화류계에서 쓰이던 상스런 표현인데 설마 알고도 쓰는 것은 아닐 게다. 갓 시집온 며느리가 시부모님에게 “좋은 밤 되세요”라고 인사했는데 “너희들이나 잘 자라”라고 시큰둥하게 대꾸하는 속뜻을 한번 상상해보시라. 그리고 우리 말글에서 ‘어젯밤’은 사라진지 오래고 지금은 ‘지난밤’만 남은 사실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글을 써나가노라면 외국어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많이 쓰는 예가 스트레스, 웰빙, 쇼핑, 스타트, 멤버 등이다. 긴장, 참살이(좋은 삶, 건강한 삶), 장보기, 시작, 회원 등 우리말로도 너끈히 표현할 수 있을 터인데 안타까운 일이다.

이처럼 외국어를 자주 쓰는 것은 평소의 언어습관이 잘못되어 있거나 우리글의 훌륭함을 미처 깨닫지 못해서 일 뿐이다. 우리말은 1600개의 소리값을 가지고 있어 세계 어느 나라 말이라도 충분히 번역할 수 있을 만큼 어휘가 풍부하다. 현존하는 세계의 언어 중 가히 최고로 아름다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얼이 좋은 글의 뼈대다

영어식 표현이든 일본식 표현이든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면 그만 아니냐는 반박을 자주 듣는다. 절대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는 게 필자의 일관된 답변이다. 그렇게 해서 밥술을 얻어먹는 데는 큰 불편이 없을지 모르겠으나 문화인으로서 좋은 글을 남기고자 한다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말과 글은 사고의 표현이다. 어법과 문법의 구조가 사고의 구조를 변화시킨다. 영미 식으로 계속 말하고 글을 쓰면 우리의 사고도 영미 식으로 바뀌어 우리의 얼을 잃어버리게 된다. 일제 35년 동안 일본의 강압에 맞선 우리의 선열들이 우리 말글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도 처절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래어와 외국식 표현의 무분별한 사용은 좋은 글을 쓰고자 할 때 겪는 첫 번째 장해요인이다.

말과 글은 우리의 사고 구조다. 영어식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다보면 사고도 바뀐다. 우리의 사고가 바뀌면 고유 얼을 잃어버린다. 좋은 글의 뼈대는 우리 얼을 지켜나가는 것임을 잊지 말자. ©PathDoc/Shutterstock
말과 글은 우리의 사고 구조다. 영어식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다보면 사고도 바뀐다. 우리의 사고가 바뀌면 고유 얼을 잃어버린다. 좋은 글의 뼈대는 우리 얼을 지켜나가는 것임을 잊지 말자. ©PathDoc/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