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례식은 어떻게 치러질까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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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장례식은 어떻게 치러질까

죽음은 그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세상에서 제일 공평하고 가장 확실한 것이 죽음이다.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 죽는다. 어떠한 삶을 살아왔던지 조금의 시차는 있을지언정 그 어떠한 특권도 없이 누구나 똑같이 빈손으로 떠난다.

Rose Hills Memorial Park에서 하관예배를 드리고 있다. 유가족과 친지 등 10여 명이 목사님의 집례로 차분하게 하관식에 참여하고 있다. 맑고 화창한 날 야외에서 마치 무슨 모임을 하는 모습이다. 하관식은 대부분 가족 중심으로 치른다. 멀리 LA 시내가 보인다. ©진천규

한국과 다른 미국의 장례문화

미국에 처음 와서 생소했던 것 중 하나가 장례식이다. 회사 동료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해 집에 연락을 했다. 그날 밤 집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고. 당연히 밤을 새고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장례 일정을 보니 며칠 뒤 오후 6시 퓨너럴 홈(Funeral Home, 장례식장)에서 환송예배를 하고 다음날 오전 11시 공원묘지에서 하관식을 한다고 한다.

한국과는 장례풍습이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돌아가신 분의 직계가족은 물론 가까운 친지까지 2박 3일을 장례식장에서 함께 보내고 조문객을 맞으며 상을 치르는 것이 풍습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두세 시간 내에 장례식이 끝난다. 유가족이나 조문객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애정이 없거나 덜 슬퍼서가 아니라 장례문화가 그렇다.

Funeral Home(장례식장)에서 천국환송예배(기독교 신자인 경우 이렇게 장례식을 치른다)를 드리고 있다. ©진천규

장례식은 1시간 정도 걸린다. 고인의 살아온 길, 추모의 글, 찬송, 기도 등의 순서가 있고 마지막으로 뷰잉(Viewing, 정장을 입히고 화장을 한 망자의 마지막 모습을 실제로 보며 추모하는 의식. 교통사고나 시신이 많이 훼손된 경우는 보통 생략한다)을 하며 유족에게 위로의 인사를 하고 식장을 나온다. 불교 신자의 경우 같은 장소에서 스님이 예불을 올리고 불교식으로 장례 의식을 진행한다. 각각 다른 종교에 맞추기 위해 망자의 종교, 종파에 맞는 용품 등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종교적으로나 민족적으로 복합국가다. 전 세계 모든 민족, 수많은 종교가 그야말로 용광로처럼 녹아있는 나라다. 특히 기독교나 이슬람교는 부활사상이기 때문에 매장을 전제로 한다. 이슬람교는 100% 가까이 매장이다. 기독교는 1990년대부터 화장을 용인하기 시작하여 현재 미국에서는 약 30% 정도가 화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장례식장 앞쪽에는 유가족이 자리한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낸 슬픔에 간혹 눈물을 훔치기는 하지만, 곡을 하거나 심하게 오열하는 모습은 보기 쉽지 않다. ©진천규

묘지도 멀리 떨어진 산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안에 있다. 어느 지역은 시청 바로 옆에 공원묘지가 위치해 있다. 묘지 주변 주택도 가격이 싼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용해서 좋다며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와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첨단시설로 전혀 무해한 화장터를 짓는다 해도 주민의 민원으로 제대로 진행하기가 어려울 텐데 미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

Rose Hills Memorial Park는 LA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나지막한 산자락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의 공원묘지 같은 묘역을 20여 개 구역이나 가지고 있으며 언덕 위쪽으로는 교회, 화장장, 납골 봉안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다. 우리나라처럼 세우는 비석이 아니라 고인의 약력을 새겨 넣은 금속판을 바닥에 놓아두고 잔디를 관리한다. 오후가 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어 1년 내내 푸른 초원을 유지하고 있다.

장례식 다음날 오전 로즈힐 공원묘지 Gateway Terrace #773(고인이 묻힐 묘역) 바로 앞에서 하관예배를 드리고 있다. ©진천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이다. 영정 사진을 어루만지며 이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진천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이다. 영정 사진을 어루만지며 이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진천규
안장식을 마치고 하관을 한 뒤 흙을 덮고 있다. 한 사람이 묻히는 면적은 가로 1m, 세로 2m가 채 안 되는 약 0.6평이면 충분하다. ©진천규
장례식을 모두 마친 뒤 유가족이 마지막 예를 올리고 있다. ©진천규

미국에는 묘역 구분이 없다. 우리나라 국립묘지와는 많이 다르다. 대통령묘역, 장군묘역, 사병묘역으로 구분 짓지 않는다. 살아서 권력의 서열이나 군생활 시 계급이 묘역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단지 가로 1m, 세로 2m가 채 안 되는 정도의 땅(약 0.6평)이면 충분하다. 사설 공원묘지는 물론이고 워싱턴D.C 알링턴국립묘지도 장군이든 사병이든 살아있을 때 계급과는 관계없이 똑같이 묻혀 있다.

한국에서는 장군으로 전역해서 은퇴생활을 하던 중, 골프를 치다 심장마비로 사망을 해도 26.4㎡(8평) 규모의 땅에 시신을 안장하고 봉분까지 설치한 장군묘역에 묻힌다. 사병으로 근무하다 교전 중에 숨져 국가에 목숨을 바쳐도 3.3㎡(1평) 크기에 화장한 유골만 사병묘역에 묻힌다. 차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죽음의 가치를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죽어서까지 계급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류수속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례회사

장례회사 직원이 유가족에게 장례 절차, 용품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안장될 묘지의 위치를 확인하고 비용 정산을 한다. ©진천규
로즈힐 공원묘지 상담실에 유골함 샘플이 전시되어있다. ©진천규
로즈힐 공원묘지 상담실에 유골함 샘플이 전시되어있다. ©진천규
묘지에 비석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평평한 명판에 생몰 날짜와 이름 그리고 간단한 한 마디만 넣는다. 생전에 밝은 모습의 사진을 넣기도 한다. ©진천규

장례회사는 장례식장, 화장장, 공원묘지까지를 포함한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형태로 유가족의 필요에 맞춘 패키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장례지도사가 시신 처치와 사망진단서 등의 서류수속은 물론 유족에 대한 정신적인 지원 등도 함께한다.

비용을 보면 Funeral Home(장례식장) 사용료 750달러, 관 525달러, 유골함 425달러, 명판 710달러(설치비 포함), 차량 160달러(30마일 미만), 매장허가서 12달러, 세금 150달러가 들어간다. 가장 보편적인 경우로 약 2700여 달러가 소요된다. 여기에 묘지 값이 추가된다.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1만 달러 안팎으로 보면 된다.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미국에서도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암매장하는 사례가 있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망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미국

지역 신문에 난 부고기사. 제2면 제일 상단에 위치한다. 우리처럼 지면 아래쪽이 아니다. 그리고 아무개의 부친, 누구의 장인이 아니라 망자 본인의 이름으로 시작한다. 철저히 망자 위주의 기사다. ©진천규

미국은 죽음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나라다. 특별하지 않은 ‘보통 망자’는 이력은커녕 이름 하나 실리지 않는 한국 신문의 부고 기사와는 많이 다르다. 한국의 신문 부고란에는 일반적으로 망자의 이름이 없다. 살아생전 소위 잘 나가던(?) 사람만이 이름을 올리고 그 잘난 직함을 쓴 기사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출세한 자식이라도 둬야 ‘아무개 부친상’ ‘아무개 빙부상’의 이름으로 죽음을 알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망자의 이름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잘나거나 잘난 자식을 두지 못하면 이름도 없이 그저 조용히 사라져야 하는 것이 한국 신문의 부고란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망자를 애도하고 살아생전을 기억하며 죽음에 대해 최선의 예의를 갖추는 미국 장례문화를 경험하며 주어진 생(生 )앞에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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