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기억과 흔적] 안방의 이방인, 외국인 선수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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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기억과 흔적] 안방의 이방인, 외국인 선수

최초 계약 시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액은 30만 달러(옵션 포함)며 재계약 시에는 인상률 25% 이하로 제한한다는 규정을 폐지하고 팀당 외국인 보유 한도는 2명에서 3명(2명 출전)으로 변경하고 이 중 야수 한 명이 무조건 포함되어야 한다.

2014년 시즌부터 시행된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규정의 일부다. 거의 모든 족쇄가 무장해제된 셈이다. 1996년 시즌까지 400만 관중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야구의 인기가 흔들리자 경기 향상과 흥미 유발을 이유로 1998년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도입 초기에는 국내 선수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되고 말았지만 그 열기를 막을 길은 없었다.

1997년 11월 3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 열린 외국인 선수 테스트에서 메이저리그 출신 43명을 포함해 모두 160명이 참가했다. 대단한 열기였다.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지만 제도 초기엔 터무니없는 연봉 요구와 배짱 튕기기 등으로 외국인 선수 계약에 난항을 겪었다. 한 예로 롯데의 1차 지명자 빅터 콜(투수)이 지명 후 연봉 협상(45만 달러)이 결렬되자 본인이 뛰었던 대만 프로야구 리그로 가겠다며 비행기를 탄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그는 2000년에 SK 와이번스로 다시 돌아왔다. 그래도 KBO 리그가 좋았던 모양이다.

1998년 첫 시행된 외국선수 제도의 선수명단 신문기사.
1998년 첫 시행된 외국인 선수 제도의 선수 명단 신문기사 <동아일보 1998년 2월 3일자 33면>. ⓒ이호근

우리가 기억하는 최고의 이방인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고의 외국인 선수는 누구였을까? 보는 관점에 따라 상이할 수 있겠지만 타이론 우즈(OB/두산), 펠릭스 호세(롯데), 제이 데이비스(한화), 클리프 브룸바(현대/히어로즈), 카림 가르시아(롯데/한화),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댄 로마이어(한화/LG), 다니엘 리오스(기아/두산), 톰 퀸란(현대/LG), 더스틴 니퍼트(두산), 에릭 테임즈(NC)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정규시즌 MVP에 오른 외국인 선수는 2015년 에릭 테임즈(NC)를 비롯해 2007년 다니엘 리오스(두산), 1998년 타이론 우즈(OB)로 총 3명이다.

2015년 KBO 레코드북에 따르면, 외국인 선수 통산 최다승리 투수는 90승의 다니엘 리오스(2002~2007시즌 출장)며 그 뒤를 더스틴 니퍼트(2011~2014시즌 출장)가 52승으로 쫓아가고 있다. 특히 리오스 선수는 시즌 최다완투승(2007년)과 시즌 최다완투(2007년)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다면 경기 최다탈삼진은 누구일까? 바티스타(한화)와 벤덴헐크(삼성)가 14개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통산 타격 부문(안타, 홈런, 타점, 득점) 중 홈런을 제외한 3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는 제이 데이비스(한화)다. 그는 통산 안타 979개, 통산 타점 591점, 통산 득점 538점을 달성하며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통산 홈런은 174개의 타이론 우즈(두산)가 보유하고 있는데 그는 데뷔 첫 해인 1998년 장종훈이 가지고 있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갈아치우며 시즌 MVP를 차지했고 KBO 사상 첫 번째로 정규시즌, 올스타전, 한국시리즈 MVP를 모두 수상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2015년 시즌에는 에릭 테임즈(NC)란 선수를 우리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타율 0.380(1위), 출루율 0.497(1위), 장타율 0.791(1위), 득점 130점(1위), 타점 140점(2위), 홈런 47개(3위), 도루 40개(5위) 등을 기록했다. 특히 장타율은 1982년 백인천(MBC) 선수가 기록한 0.780을 33년 만에 갈아치웠다. 최초로 한 시즌 두 번의 사이클링 히트(17번째, 18번째)를 달성했고 10월 2일에는 40홈런-40도루를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달성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주로 미국과 남미 출신의 메이저리그 및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태평양을 건너 KBO 리그로 진출한다. 왼쪽부터 에릭 테임즈(NC), 타이론 우즈(두산), 제이 데이비스(한화), 펠릭스 호세(롯데) 모습. ⓒ이혜진

한국은 기회의 땅

그러나 외국인 선수 모두가 화려한 장밋빛 생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부진을 거듭해서 시즌 도중에 퇴출당하는 경우, 재계약에 실패한 선수, 좋은 계약 조건을 찾아 떠난 선수 등 다양하다.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 중 최고의 경력을 자랑할 만한 스타는 단연 훌리오 프랑코(삼성)일 것이다. 그는 아메리칸리그에서 3시즌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고 5번의 실버슬러거상을 수상했으며 1991년엔 타격왕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체계적인 몸 관리 등 메이저리그식 교육과 훈련 방법은 그대로 국내 선수들에게 전수되기도 했다. 그는 다시 메이저리그에 복귀해서도 성공한 선수로 남았다.

또한 명성만큼 성적을 낸 펠릭스 호세(롯데), 더스틴 니퍼트(두산)도 있다. 반면,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조차 없었던 타이론 우즈(두산), 클리프 브룸바(현대)는 KBO 리그에서 코리안드림을 이룬 선수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루크 스캇(SK)처럼 실력보다 무뢰한 태도로 구단과 선수들을 힘들게 하고 심지어 감독에게 항명까지 하는 우를 범하면서 불명예로 방출된 선수도 있다. 트로이 오리어리(삼성), 알 마틴(LG) 등의 선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 안타까운 경우다.

각 구단 외국인 선수 현황(2016년 1월 6일 현재)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투수), 마이클 보우덴(투수)

삼성 라이온즈  앨런 웹스터(투수), 콜린 벨레스터(투수), 아롬 발디리스(야수)

NC 다이노스  에릭 해커(투수), 재크 스튜어트(투수), 에릭 테임즈(야수)

넥센 히어로즈  라이언 피어밴드(투수), 로버트 코엘로(투수), 대니 돈(야수)

SK 와이번스  메릴 켈리(투수), 크리스 세든(투수), 헥터 고메즈(야수)

한화 이글스  에스밀 로저스(투수)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투수), 지크 스프루일(투수), 브렛 필(야수)

롯데 자이언츠  조쉬 린드블럼(투수), 브룩스 레일리(투수), 짐 아두치(야수)

LG 트윈스  헨리 소사 (투수), 루이스 히메네스(야수)

kt 위즈  슈가 마리몬(투수), 트래비스 밴와트(투수), 앤디 마르테(야수), 요한 피노(투수)

그리고 에스밀 로저스(한화)가 190만 달러로 재계약함으로써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최대 금액을 경신했다. 지난해까지 최대 금액은 더스틴 니퍼트(두산)의 150만 달러였다. 바다 건너 온 귀한 선수들인 만큼 선진 야구,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KBO 리그와 함께했으면 한다.

 

한 발 앞선 미래 고민이 필요한 때   

초창기 때만 해도 굴욕적일 정도로 국내 선수와의 연봉 차이가 있었지만 지금 국내 FA시장도 엄청난 규모의 연봉으로 외국인 선수 부럽지 않은 액수로 넘친다. 그러다 보니 프로야구, 더 나아가 아마추어 야구까지 외국인 선수 제도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실정이다.

스포츠도 성과 중심으로 연봉 협상을 하고 소수의 유능한 선수들에게만 많은 돈이 몰리게 되면, 대다수 선수들의 꿈이 작아지고 움츠러들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밭 즉, 아마추어 야구의 부실로 외국인 선수 제도가 더 확고해질 것이라며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 옳고 그릇된 것인지 단정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한국인이냐 외국인이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야구를 사랑하는 관중, 팬, 선수, 야구인으로서 야구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보다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야구의 희망찬 꿈을 어린 새싹들에게 심어주는 일 또한 프로야구 흥행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