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까말’로 쓴 나의 재테크 실패기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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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까말’로 쓴 나의 재테크 실패기

은퇴한 중·노년들이 앉아서 두 눈 뜨고 금쪽같은 재산을 날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필자의 재테크 실패기를 공개합니다. ©Robert Kneschke/Shutterstock
은퇴한 중·노년들이 앉아서 두 눈 뜨고 금쪽같은 재산을 날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필자의 재테크 실패기를 공개합니다. ©Robert Kneschke/Shutterstock

오늘은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나 털어 놓을까 합니다. 청소년들이 흔히 쓴다는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로 저의 형편없는 재테크 실력에 관한 것입니다. 명색이 경제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30년 넘게 언론사 밥을 먹고 살았다는 사람이 실명으로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해도 좋을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다시는 필자와 같은 바보 투자자들이, 특히 은퇴한 중·노년들이 앉아서 두 눈 뜨고 금쪽같은 재산을 날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신상고백을 하기로 작정했습니다.

돈 버는 데는 그래도 부동산이 최고라며 주위 사람들이 부동산에 열을 올릴 때에도 필자는 부동산을 마치 돌보듯 해 왔습니다. 불로소득은 기대하지 않겠다, 금융회사에 차곡차곡 맡기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 쓰겠다는 생각이 워낙 강해서였지요.

일본에 거주했던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집값 폭락의 후유증에 몸살을 앓으며 인생 말년을 망쳤다는 뉴스를 하도 많이 보고 들었던 영향이 컸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필자는 빚을 내서 땅이나 집에 투자하는 일은 아예 생각도 안 해 봤습니다. 퇴직 후의 세컨드 라이프에서도 빚이 있으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에 집도 제 지갑 능력에 맞는 곳에 마련하느라 서울 강남은 욕심도 못 내고 강북에 낡은 아파트 한 채를 겨우 장만한 걸로 만족했습니다.

 

부동산 No, 금융상품 Yes라고 믿은 외눈박이

그러나 필자의 재테크 불운은 지나치게 금융자산을 선호한 데 있었습니다. 물론 주식 투자는 위험이 따르니 증권사 창구를 기웃거려 본 적도 거의 없었지만 예금, 적금, 펀드를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하며 외눈박이 식으로 짝사랑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연장선 상에서 퇴직금으로 받은 몇 푼 안 되는 돈을 해외 채권에 묻었습니다. 아무 상품이나 고른 것은 아니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대형 증권사를 제 발로 찾아가 전문가와 상담을 마치고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해외 채권은 브라질 정부가 발행한 10년 만기 국채였고 이 때가 20135월 초였습니다. 이 당시 경제신문을 비롯한 거의 모든 미디어는 브라질이 노후 자산의 운용처로 매력적이라는 기사를 연일 쏟아냈습니다. 국채의 표면이율은 10%로 당시 금융회사의 정기예금 연이율 약 3%를 세 배 이상 앞질렀습니다. 전문가는 브라질 국채의 매력을 고율의 이자가 안정적으로 또박또박 나온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 강조했습니다. 수십억원을 한꺼번에 맡긴 투자자도 있다는 얘기도 곁들였습니다. 설명을 들으며 필자는 생각했습니다.

설마 브라질이라는 나라가 망하기야 하겠느냐? 세계 어느 나라 부럽지 않은 자원 부국이고 월드컵 축구에 이어 하계 올림픽까지 어마어마한 국가적 행사를 곧 치를 나라 아니더냐? 한국보다 장래가 나으면 나았지, 뒤질 것은 없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부동산보다는 유독 금융자산을 선호하던 필자에게 매월 또박또박 안정적으로 고율의 이자가 나온다는 금융 전문가의 말은 귀가 솔직할 수밖에요. ©Deeepblue/Shutterstock
부동산보다는 유독 금융자산을 선호하던 필자에게 매월 또박또박 안정적으로 고율의 이자가 나온다는 금융 전문가의 말은 귀가 솔깃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Deeepblue/Shutterstock

하지만 이런 필자의 생각은 브라질 국채를 산 직후부터 여지없이 빗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브라질이 아니라 우라질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로 브라질 국채 값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끄러지면서 필자의 노후 인생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브라질 국채를 만난 것이야말로 필자에게는 눈물의 씨앗이 된 것이지요.

계좌를 개설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브라질 정부가 바로 필자에게 배신을 하나 때렸습니다. 해외 자금을 한 푼이라도 더 빨아들이기 위해 투자원금의 6%씩 부과하던 토빈세를 없앤 겁니다. 토빈세가 뭐냐고요?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해외 핫머니의 지나친 이동을 방지하고 거래 질서를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브라질 정부가 외국에서 들어오는 투자금에 매기던 세금입니다. 브라질이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던 시절, 하도 외국자금이 물밀듯 들어오니 한편으로는 겁을 먹고 또 한편으로는 배짱을 피우며 뜯어내던 일종의 입장료였던 셈이지요. 지금처럼 브라질 국채가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시기라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필자는 가만히 앉아 수백만원을 그대로 뜯긴 셈이 됐습니다. 그러나 10%의 이자가 또박또박 나온다니, 그리고 채권 값이 오를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설명에 위안을 받으며 화를 삭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더 큰 배신이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브라질 경제가 나빠지고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때마다 이 나라 돈(헤알)의 가치는 곤두박질쳤습니다.

브라질 국채의 이자가 나오는 방식은 이랬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이자를 헤알로 지급하고 이 돈이 원화로 직접 교환이 안 되니까 달러로 환전한 후 다시 원화로 바꿔 투자자 통장에 넣어주는 식이었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달러가 강세이거나 원화 값이 치솟을라치면 필자의 손에 들어오는 이자는 한없이 쪼그라들었습니다.

증권사 전문가의 당초 설명은 이랬습니다. 1억원을 맡길 경우 이것저것 다 제해도 연간 700만~800만원 정도의 이자를 손에 넣을 수 있지 않겠느냐? 월로 따지면 매달 60만원쯤 될 테니 한국 금융상품들에 비하면 그래도 안정적이면서 매력적이지 않느냐는 식이었습니다.

그럼 이 설명이 얼마나 뻥에 지나지 않았는지 필자가 받은 이자를 솔직히 까 보이겠습니다. 20141월에 입금된 이자는 337만원이었고 6개월 후인 7월 초 들어온 돈은 343만원이었습니다. 둘을 합쳐 봐야 7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숫자였습니다. 더 가관인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20151월엔 304만원이 입금되더니 7월엔 273만원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지난해에 모두 받은 이자래 봤자 570만원을 조금 넘은 데 불과한 겁니다. 그러더니 올 1월에 들어온 이자는 220만원을 겨우 웃돌았습니다, 상식적으로 연이율 10%라면 필자의 손에 들어오는 돈이 연간 900만원은 돼야 맞습니다. 그런데 새까맣게 모자라는 금액을 이자랍시고 손에 쥐어주며 열통을 터뜨리게 하더니 이제는 브라질 국채 값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헤알화가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는 소식마저 들려주고 있습니다.

 

투자 원금 절반 삼킨 브라질은 ! 우라질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겠습니다. 필자가 받은 이자는 가입 후 첫해 7월에 받은 돈(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 앞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370만~380만원 정도 될 것입니다)을 합쳐 올 1월까지 모두 2000만원에도 크게 못 미칩니다. 투자 후 만 3년을 불과 넉 달 앞둔 지금 브라질 국채의 평가액은 얼마인지 아십니까?

3500만원을 간신히 넘고 있습니다. 너그럽게 생각해 이자 받은 걸 몽땅 합친다 해도 투자 원금의 절반이 날아간 겁니다. 부동산 투자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저 곧이곧대로 금융상품이 옳다는 말만 믿고 알토란같은 돈을 맡긴 필자에게 증권사와 브라질이 안겨준 선물은 이처럼 참담한 내용의 성적표였습니다.

노후 자금을 적잖이 까먹은 주제에 무슨 변명을 하겠습니까만 필자는 글을 마무리 지으며 몇 가지 푸념을 늘어놓고자 합니다. 우선 투자는 투자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니 모든 게 필자의 무지와 경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스스로를 탓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증권사에 대한 원망은 평생 가셔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회사는 지점장 출신의 오너(Owner) 회장이 투자의 귀재라는 소리를 듣는 증권사입니다. 이런 회사가 시장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필자의 노후 미래에 상당한 상처를 안겨 준 것입니다.

증권사가 투자자들의 미래를 책임진다고 선전할 때마다 필자는 울화통이 터지고 증권사 창구로 달려가 멱살을 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필자가 환매 상담을 할 때 기다려 보자고 답했던 전문가에게도 주먹을 날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한 번 지나간 시간과 돈은 돌아오지 않는 법! 부디 여러분들은 필자의 실패기를 통해 귀중한 시간과 돈을 잘 지켜내시길 바랍니다. ©Artem Shadrin/Shutterstock
한 번 지나간 시간과 돈은 돌아오지 않는 법! 부디 여러분들은 필자의 실패기를 통해 귀중한 시간과 돈을 잘 지켜내시길 바랍니다. ©Artem Shadrin/Shutterstock

증권사는 미래를 책임진다고 광고하지만

하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사랑이 눈물의 씨앗이라는 노랫말이 있듯 금융상품을 너무 믿은 게 필자에게는 비극의 씨앗이었던 걸 말입니다. 브라질이냐, 아님 우라질이냐처럼 개그 같은 대사나 흘려대며 쓴 소주 한잔으로 필자의 재테크 불운을 달래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털어 놓고 나도 속이 풀리지 않고 부끄러운 마음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필자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비는 마음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노후 중년에 저지르는 재테크 실패는 정말 만회하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먹고 살기도 바쁜 요즘 세상에 헛발질 한 번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재테크 투자의 대상은 수백 번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필자가 이번에 얻은 결론입니다. 증권사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설명과 광고, 언론의 찬사도 절대 믿을 게 못 된다는 것 또한 이번에 체득한 경험입니다.

마이너스 재테크의 고수로 불리는 필자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의 재테크 대박을 기원합니다. 브라질 국채가 안겨준 상처가 아물 때까지 필자가 할 일은 그저 아껴 쓰고 부지런히 일해 근로소득으로 때우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필자의 타고난 팔자임을 다시 확인하는 오늘, 밖에서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길 위를 비질하듯 마구 쓸어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