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쓰기] 필화의 덫 벗어나기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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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쓰기] 필화의 덫 벗어나기

최 씨의 저주 ‘우리 집안은 벌초를 하지 않는다’

“최 씨 앉은 자리엔 풀도 안 난다.” 성이 최 가인 필자에게 초면인데도 거침없이 건네는 말투가 이렇다. 이런 말을 들을 땐 미리 준비해둔 답변이 있다. “우리 집안은 조상 묘의 벌초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성묘를 가서 앉았다 일어나면 그 뒤로 풀이 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필자는 이렇게 받아넘기며 분위기를 가다듬는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술 더 뜬다. “우리 집안에선 농사를 지으며 논밭에 제초제를 뿌리거나 풀매기는 하지 않습니다. 원체 풀이 나지 않으니까요.” 여기에 이르면 말을 잘못 꺼낸 당사자는 최 씨의 저주가 시작되었음을 눈치 채고 얼굴이 일그러진다.

글을 쓰면서 편견이나 착각에 따라 무심코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이는 표현의 미숙에 그치지 않고 자칫 공개지탄의 대상이 되어 필화를 겪는 단초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생각과 판단을 가지고 있다. 홀로 생각하고 홀로 판단해 그에 따른 행동을 할 경우 그 책임은 오롯이 자기의 몫이기 때문에 별로 개의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것을 문자화하여 읽는 이에게 동의하도록 주장하거나 강요할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기록물의 특성 때문이다.

 

이광수의 <단종애사>와 김동인의 <대수양> 차이

따지고 보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가. 아마 가장 큰 편견은 ‘여자는 남자에 비해 열등하다’는 경우일 것이다. 이는 편견이기에 앞서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

우리가 무심코 빠져있는 편견들의 예를 들면 ‘흑인은 백인보다 머리가 나쁘다’ ‘못생긴 여자는 정조 관념이 약하다’ ‘수양대군은 왕위를 찬탈한 나쁜 사람이다’ ‘옛날 사람은 현대인만큼 똑똑하지 않다’ 등인데 주의 깊게 살펴보면 엄청난 착각이고 편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편견을 버리지 못한 채 글에 인용하면 글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무식한 사람으로 치부된다. ‘일본 사람은 약삭빠르다’느니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다’느니 같은 표현은 글로서 뿐만 아니라 입에 담아서도 안 된다.

요즘은 성적 표현, 신체적 표현, 직업적 표현, 종교적 표현, 지역적 표현 등에 매우 민감하여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상투적인 글을 쓰면 낭패를 겪기 십상이다.

자기가 쓴 글에 대해 자신을 갖지 못하면 독자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그들의 민감한 반응에 대응할 수가 없다. 어떤 사안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편견의 기초가 자신의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차제에 과감히 버려야 하고 더구나 글을 쓸 때는 유념해야 한다.

이광수의 <단종애사(端宗哀史)>와 김동인의 <대수양(大首陽)>동일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지만 제목에서 보듯 두 작가의 관점은 완전히 다르다. <단종애사>는 수양의 왕위 찬탈에 희생된 단종의 편에서 기술됐다. 당연히 단종은 약자이면서 선인으로, 수양은 강자이면서 악인으로 그려진다. 반면 <대수양>은 수양대군을 영웅으로 묘사한다. 소설 속 수양은 출중한 능력에도 어린 조카 단종을 충실히 보필하는 올곧은 인물이다. 권력에 욕심이 없었지만 시대적 상황을 거스를 수 없어 왕에 오른다.

 

손님은 양쪽 팔이 짝짝이군요

그리고 비속어 즉 상스런 표현은 글의 품격을 훼손하는 주요인이 된다. 당연히 좋은 글에서는 삼가야 할 요소다. 우리말은 같은 뜻이라도 점잖은 표현이 있고 상스런 표현이 있다. 욕설만이 상스런 표현은 아니다. 말끝에 ‘~쟁이’ ‘~질’이 붙는 경우 대개 업신여기는 뜻으로 쓰인다. ‘글쟁이’ ‘선생질’ 등이다.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고 부득이한 경우(적확한 표현일 경우) 매우 신중해야 한다.

점잖은 표현은 글의 품위와도 직결된다. ‘모란시장에는 각종 개새끼가 많이 나와 있다’보다는 ‘모란시장에는 예쁜 강아지가…’로 하면 훨씬 점잖다. ‘미친 짓’이라고 하면 저속하지만 ‘정신 나간 짓’이라고 에두르면 훨씬 부드러워진다.

우리는 모르고 있지만 대개 양쪽 팔 길이가 똑같지는 않다고 한다. 양복점 주인이 고객의 치수를 재면서 “오른쪽 팔이 조금 길군요”라고 말 한단다. 만일 “왼쪽 팔이 조금 짧군요”라거나 “양쪽 팔이 짝짝이네요”라고 하면 고객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은 좋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개인의 판단과 생각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기록물은 흔적을 남기고 때로는 그것이 표현미숙을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무심코 던지는 표현은 삼가자. 조금만 신중을 기하면 글 때문에 겪는 화는 피할 수 있다.   ⓒhasaneroglu/Shutterstock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개인의 판단과 생각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기록물은 흔적을 남기고 때로는 그것이 표현 미숙을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무심코 던지는 표현은 삼가자. 조금만 신중을 기하면 글 때문에 겪는 화는 피할 수 있다. ⓒhasaneroglu/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