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니어 리포트] 일본 빈집 수백만 채, 우리도 따라가나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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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니어 리포트] 일본 빈집 수백만 채, 우리도 따라가나

고성장 시대가 남긴 애물단지, 일본의 빈집


팔리지도 않고 임대도 안 돼 버려진 집이 800만 채를 넘는다. 이런 현상이 지방 도시뿐 아니라 도쿄 외곽, 지방 수도에도 예외 없이 퍼져 간다. 이를 해결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찾느라 지자체의 고민은 깊어 간다.


고성장 시대에 지은 수많은 집들이 고령화와 인구 절벽에 부딪쳐 관심 있는 매수자를 찾지 못해 폐허로 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8A Sprawl of Ghost Homes in Aging Tokyo Suburbs에서 보도했다.

이웃은 10년 전에 다른 데로 이사해 떠났지만 요리코 하네다(77) 씨는 그녀의 빈집을 관리하느라 애쓰고 있다. 바닷가 풍경을 잘 조망할 수 있게 정기적으로 덤불치기와 훌쩍 자란 잔디 더미를 제거한다. 두 집 건넛집도 비어 대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뒤덮여 있다. 도쿄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의 이 언덕 이웃에는 수십 채의 집이 버려져 있다. 20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은 빈집 천지에요. 앞으로 더 많이 쌓일 걸요.하네다 씨가 말한다. 그 동안 빈 이웃집에 도둑이 두 번 들었고 바로 옆집은 태풍으로 지붕이 파손되었다고 불안해한다.

무단으로 버리는 걸 몹시 혐오하는 국민 정서가 뿌리 깊은데도, 버려진 집들은 일본 전역으로 정원의 마름병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장기간 공실(Long-Term Vacancy) 비율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상당히 높다. 일본 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약 800만 채가 현재 비어 있으며, 그중 절반은 팔리지도, 임대도 되지 않아 흉물스럽게 버려져 있다고.

폐허로 변한 일본의 버려진 아파트 모습. ⓒBas van den Heuvel/Shutterstock
폐허로 변한 일본의 버려진 아파트 모습. ⓒBas van den Heuvel/Shutterstock

황폐한 도시로 둘러싸일 위기에 놓인 도쿄

이런 유령집현상은 인구가 5년 전에 정점을 찍고 향후 50년에 걸쳐 3분의 1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서 나타나는 인구 감소의 가장 괄목할 만한 징조란다. 노동 가능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데 그들이 부양해야 할 나이 든 인구 층은 해마다 증가하니 일본 경제에 노령화 굴레는 암울하다. 따라서 이민을 적극 권장해야 하고 여자들이 자녀를 더 많이 낳도록 해야 한다는 오래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인구가 계속 불어나서 수십 년간 고민하던 일본이 이제는 정반대의 고민을 해야 한다. 사회가 축소되어 갈 때 그 많은 건물이 더 이상 필요치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일본의 많은 빈집은 더 이상 사용할 일이 없어 팔아야 하는데 관심 있는 매수자의 부족으로 팔리지 않아 발생한다. 그런 집들을 철거하려 할 경우 재산권에 대한 민감한 문제와 누가 비용을 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대부분의 파손된 집을 철거하도록 장려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전문가들은 새로 생기는 빈집의 거대한 물량을 막기는 어려울 거라고 진단한다.

도쿄가 미국의 디트로이트 같은 황폐한 도시로 둘러싸일 수 있다고 빈집 현상에 대해 연구한 부동산 전문가 도모히꼬 마키노 씨는 경고한다. 한때는 먼 농촌 지역에 대부분 제한되었던 현상이 이제는 지방 도시와 위성도시 외곽까지 퍼지고 있는 실정이며 북적대는 수도에서도 빈집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요코스카 도시는 그중 가장 선두 그룹에 속한다. 도쿄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 내에 있으며 해군기지와 자동차 공장에 가깝게 위치하고 있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었다. 땅이 부족하고 땅값이 올라 전입자들은 작고 단순한 집을 여기저기 마구 지었다. 오늘날 그 붐은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전후 시절의 젊은 일꾼들이 이제 은퇴하여 그들뿐 아니라 자녀들도 더 이상 그 집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식들은 도쿄 중심부의 현대식 고층 건물을 선호한다고 마키노 씨는 말한다. 그들에게 가족 홈(The Family Home)은 자산이 아닌 짐일 뿐이다.

 

빈집을 재활용하려는 노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고 많은 여성들이 직장에 다니기 위해 출산을 기피하다 보니 일본의 출생률은 1970년대 이래 현상유지선 아래로 계속 떨어져 왔다. 요코스카 도시는 변화를 꾀하고자 절치부심. 그 일환으로 폐가 주인을 설득해 집 단장을 하게 한 후 매매 시장에 올려 준다. , 온라인 빈집 뱅크(Vacant Home Bank)를 열어 상업적인 부동산 업자를 끼지 않고 집을 보여주는 식이다. 요코스카의 땅값은 1980년대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지금은 70% 폭락 중이다.

그 집들은 비록 사려는 사람이 드물지만 사면 횡재하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빈집 뱅크를 통해 단 한 집, 아주 작은 정원이 있는 60년 된 단층 나무집이 팔렸는데 66만 엔(5400달러)이니 거저다. 언덕 훨씬 위쪽으로 가면 비슷한 규모로 수백 달러짜리도 있다. 네 채는 임차인을 찾았고 그중 한 채는 가까운 대학의 요양 간호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생들에게 그 지역 노인들을 건강 검진해 주고 할인을 받는 조건으로 임대해 주었다.

다른 마을도 빈집을 사서 이주해 오는 타 지방 사람들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등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해법을 찾고 있다. 도시의 고객을 인터넷으로 엮을 수 있으므로 예술가와 프리랜서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곳이 몇몇 군데 있다. 그 집들이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되긴 어렵다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잘 보존하여 긍정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얼마나 많은 집들을 재활용을 통해 구제할 수 있는지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인다.

 

베이비부머 비율이 높은 한국에도 곧 닥칠 빈집 문제

일본의 인구는 12700만 명인데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매년 100만 명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출생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며 대량 이민 정책에도 대중은 큰 저항은 없어 보인다고 도시계획 교수이며 일본과학협회장인 다카시 오니시 씨는 말한다. 그는 정부는 물, 도로, 교량 정비와 같은 서비스를 인구 감소가 가장 큰 지역에는 점차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걸 다 유지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제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후지쓰 연구소의 하우징 전문가인 히데타카 요네야마 씨는 일본에서 집은 허물고 다시 짓는 걸 예상하여 최근까지 30년 연한으로 지어졌다. 건축의 질은 향상되었지만 중고 집에 대한 시장 규모는 여전히 미미하다. 빈집이 쌓여 공급 과잉인데도 개발자들은 한 해에 80만 채 이상의 새 집이나 아파트를 짓고 있다. 고성장 시절에는 모든 사람이 그런 구도에 만족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20년 후에는 일본 집의 4분의 1 이상이 비게 될 것이다. 인구는 감소하고 누구도 이런 낡은 집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일본의 베이비부머들은 1947~1949년에 태어난 80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5%(2011년 기준)를 구성하는 반면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1955~1963년 태생으로 712만 명에 이르고 인구의 14.6%를 점유하는 거대 집단이다. 통계청의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이란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09년 인구 정점을 찍고 201512700만 명에 달한 인구가 2060년에는 130만 명으로 19.2% 감소하고, 한국은 20155100만 명인 인구가 2030년 정점을 찍고 20604400만 명으로 13.2%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머지않아 노후 자금 부족으로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집을 팔아야 하는데 최악의 청년 실업과 고용 불안으로 젊은이들이 살 여력이 없어 오래된 집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 우리나라에도 버려지는 빈집 문제는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사상 최초로 1235조원을 넘어선 가계 부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역동성 상실, 집값 상승 기대심리 실종 등으로 집이 더 이상 자산이 아닌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데 10년이 채 걸리지 않을 거란 불안감이 점점 커진다.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으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