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 전성기뉴스
콘텐츠 바로가기

top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2016.01.29 · 호천웅(전 KBS LA 특파원) 작성

수필집을 뒤적이다가 ‘내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이란 글의 제목에 시선이 꽂혔다.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언제였던가? 행복했던 일들도 생각나지 아니한다. 그저 그렇게 살아온 것 같은데… 생각을 뒤집어 본다. 그리고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거기에 황홀한 순간이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 그 황홀한 기억

대학을 졸업하고 1년간의 직장 생활을 하다 뒤늦게 군대에 갔다. 논산훈련소 생활은 정말 모든 게 힘들었다. 특히 사격에 영 소질이 없어 훈련 때마다 기합을 받았다. M-1 소총의 실제 사격시험을 치르게 된 날, 당연히 불합격이었고 모진 기합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후에 다시 칼빈 소총 사격시험이 있었다. 아침부터 그날 당할 일들을 생각하니 끔찍했다. 죽을 맛이었다. 구보로 사격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사선에 올랐다. “엎드려 뻗쳐!” 사격 준비에 들어갔다.

누군가 필자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필자의 엉덩이를 발로 차는 게 아닌가? 아이쿠 또 일 났구나! 내가 뭘 또 잘못했지? 눈앞이 노래졌다. “훈련병 호천웅 일어나! 열외.”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천웅이!” 하고 누군가 전혀 다른 톤의 목소리가 필자를 부르는 게 아닌가? 이런 일도 있는가? 그 목소리의 주인은 고향 친구였다. 그는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고참 병장이었고 칼빈 사격장의 통제관이라는 아주 높은 자리에서 중대별 사격 성적을 매기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었다. 우리 중대장도 그에게 잘 부탁한다면서 손을 비빌 정도였다.

그 친구가 “호 훈련병 오후는 제가 맡겠습니다”라고 하자 중대장이 “네, 김 병장님 잘 부탁합니다”라고 답하는 것이 아닌가? 도깨비에 홀린 것 같았다. 그리고 열외로 빠져 쉬고 있던 필자는 점심시간에 김 병장과 함께 훈련소 영역을 벗어났다. 철조망이 멀어졌고 개울을 건너 작은 등성이를 넘자 아담한 시골집이 나왔다. 무허가로 음식을 파는 집이었다. 그리고 김 병장과 필자는 쌀밥에 김치찌개로 식사를 했고 반주도 한잔 걸쳤다. 김치찌개에서 건져 먹었던 그 돼지고기 맛이라니! 거기가 낙원이었고 그것이 황홀함이었다.

40년이 훨씬 더 지났다. 원초적인 본능인 식도락, 먹는 쾌락이 필자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각인돼 있음을 고백한다. 그 뒤로 비싼 식당에도 가보았고 손에 꼽히는 외국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폼도 잡아봤다. 그러나 어렵고 힘든 시절 호 훈련병이 먹었던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뛰어넘는 맛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날의 기억을 뛰어넘는 황홀함은 느낄 수 없었다.

인생에서 어느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가? 아름다운 순간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그것은 자신이 삶을 느끼고 대하는 태도에 있다. 나와 내 마음의 문제다. 인생은 마음먹기 달렸다고 하던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행복도 슬픔도 모두 나로부터 시작된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오로지 나의 마음에서부터 만들어진다. 기쁨, 슬픔, 원망, 소망, 긍정, 부정 등 삶의 모든 말과 행동은 자신의 마음에 의해 결정된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가장 행복하고 황홀한 순간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은 나의 마음에 달려 있다. ⓒBABAROGA/Shutterstock



전성기뉴스가 새롭게 태어납니다.

지난 2015년 9월 첫 문을 열었던 <전성기뉴스>가 새롭게 태어납니다.

보다 가까이에서 소통하기위해 SNS 채널을 개설, 50+를 위한 유익한 콘텐츠를 지속 제공합니다.

전성기뉴스는 2017년 12월까지 운영되며, 기존 콘텐츠는 라이나전성기재단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콘텐츠 보러가기

그동안 <전성기뉴스>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SNS 채널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