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횡단 가족, 최동익·박미진 부부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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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 가족, 최동익·박미진 부부

2016.02.03 · HEYDAY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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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익 씨는 2013년 6월 3일부터 348일 동안 아내와 세 아이(다윤, 진영, 진우)를 데리고 유라시아를 횡단했다. 12년 된 25인승 중고 버스를 직접 운전해 2014년 5월 16일에 돌아올 때까지 총 25개국, 거리로만 5만km를 다녔다. 이들의 여행은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여행> (북로그컴퍼니)이라는 이름으로 한 권의 여행 에세이로 정리됐다. 살던 집을 팔아서 경비를 마련하고 다시 생계 수단을 찾아야 하는 여행이었지만 부부는 오히려 주변의 시선만큼 염려하지 않는다. “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온 게 아니에요. 1년 만에 돌아왔더니 전혀 다른 삶의 지점에 돌아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최동익)

보통의 사람들에게 ‘유라시아’라는 네 글자는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광활한 초원과 검은 밤이 이어지는 시베리아,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의 차갑고 푸른 눈 같은 것을 상상하는 정도다. 당연히 모두가 말리는 여행이었기에 사람들은 이 가족이 여행을 떠난 이유를 먼저 궁금해한다.

“아침 드라마에나 등장할 법한 전형적인 스토리는 없어요. 부부 관계도좋았고 저도 정상적인 직장에 잘 다니고 있었고 아이들은 친구가 너무 많아서 탈이었지요.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았지요.”(최동익)

아빠 최동익 씨는 울산시의 계약직 공무원으로 박물관이나 세계엑스포의 플랜 등을 짜는 전시 디자이너였고 그림을 그리는 아내는 전업주부였다. 이 가족이 다른 점이 있다면 다들 말랐다는 신체적인 특징 정도(그래서 이들은 스스로 ‘빼빼가족’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여행의 이유는 단순했다. ‘앞으로 가족이 함께 여행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벌어놓은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여행 후 돌아와 지낼 작은 목조 주택을 지었다. 온 가족이 힘을 합쳐 인터넷을 보고 지은 다음 곧장 문을 잠그고 떠났다.

“25인승 버스의 실내는 4평 정도예요. 화난다고 문 걸어 잠그고 들어갈 방이 없는 상황에서 서로를 견디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은 준비만으로는 안 되는 실전이더군요.”(박미진)

차가 고장나 멈추고 혹한을 견뎌야 했다. 여행자가 피살됐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뉴스만 있는 지역들을 통과하고 여권과 지갑을 도난당하기도 했지만 훌륭하게 여행을 마치고 삶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따로 배운 적 없이 부모가 되고 엄마의 역할을 한다고 살아왔는데, 제 본모습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엄마 노릇 하는 방법 중에 하나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다른 가족들도 각자 자신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겠지요.”(박미진)

‘모두가 함께 탄 기차에서 우리 가족은 목적지까지 그대로 가지 않고 창밖을 동경해서 뛰어내린 경우’라고 말하는 이 부부의 얘기처럼, 이제 성년을 앞둔 아이들과 중년의 부부는 인생의 제2라운드를 각각 맞았다. “훗날 이 아이들이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나서까지 이 여행 얘기를 엄청 우려먹을 것”이라는 아빠의 얘기처럼 빼빼가족은 새봄을 맞을 것이다.

 

기획 이은석 사진 박충열(스튜디오 텐)
※ 이 기사는 <헤이데이> 21호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