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옳다? 자수성가 증후군 – 전성기뉴스
콘텐츠 바로가기

top

나는 언제나 옳다? 자수성가 증후군

2016.02.04 · HEYDAY 작성

완벽의 올가미에 갇혀 스스로를 더 옥죄는 이들. 올가미를 풀 해답은 자신과 상대방을 모두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뿐이다.

사이즈수정_shutterstock_92984662

Q_ 독불장군 아버지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아버지는 5남매의 맏이로, 스무 살 때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자수성가한분입니다. 아버지의 성공 덕에 당신의 형제들 역시 서울에 정착할 수 있었죠. 아버지의 집안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은 존경스럽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이룬 것이 많다 보니 자기주장이 강하신 편입니다. 무엇보다 가족들 앞에서 당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법이 없지요. 사소한 문제가 생겨도 ‘네 어머니 때문에’ ‘너희들 때문에’ 하며 책임을 떠넘깁니다. ‘아버지가 잘못하셨잖아요?’라고 말했다간 아버지의 훈계가 1시간 이상 이어집니다. 연세가 들어도 계속되는 아버지의 독선에 가족들 모두 지쳐만 갑니다.

A_ 다른 사람들은 늘 틀린 것 같나요?

맨몸으로 사업을 일구어 성공한 이른 자수성가형들은 외로움과 절박함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과거의 아픔이 있고, 현재도 속앓이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믿을 것이라고는 나 자신밖에 없습니다. 누구에게 의지하겠습니까? 나를 믿고, 나를 강하게 하는 것이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아내나 아이들은 너무 나약해요.”

이런 마음을 갖고 있으니, 자수성가한 아버지들은 가족들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무도 자기 마음을 몰라줘 서운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가족을 위한 헌신은 멈추지 않는다.

“나도 외롭습니다. 편하게 인생 즐기고 싶어요. 그런데 한평생을 내가 쉬면 우리 가족이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달려왔는데, 갑자기 멈출 수 있겠습니까?”

이 시대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강한 책임감을 갖고, 삶에 헌신해온 사람. 누구의 도움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삶을 일구어온 사람. 이런 사람들이 중년 이후에 겪게 되는 심리적 문제를 ‘자수성가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이런 분들이 겪게 되는 마음의 문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성공을 이뤄냈기 때문에, 언제나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다. 자신만을 의지하면서 성공을 이뤄냈기 때문에 자신의 삶의 방식, 태도, 철학이 정답이라고 과도하게 집착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족들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인정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 하지만 이런 욕망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속으로는 자신이 고생해서 지금 가족이 누리고 있는 풍요에 대해 인정받기를 강렬히 원하지만 말로는 표현하지 않고 가족이 알아서 인정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이 조금만 서운하게 해도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너희들이 그럴 수가 있느냐”며 쉽게 역정을 낸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완벽에 대한 충동이 매우 강하다. 모든 것이 완전해야 마음이 놓인다. 빈틈, 예외, 실수, 허술, 여유, 지는 것, 느린 것 등은 못 견딘다. 그렇기에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더 어려워한다.

 

나밖에 믿지 못하는 자수성가 증후군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해답도 드릴 수가 없다. 이런 갈등을 억지로 해결하려고 하거나, 어설픈 조언을 따라 하다가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지는 경우를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아버지를 변화시키려고 하다가 싸움만 커지고 부모 자식 사이만 나빠진다. 가족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아버지를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이 전부다.

아버지에게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면, 오히려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인식을 갖고 아버지를 대하면 아버지는 더 자신을 방어하려고 할 뿐이다. 오히려 자기 문제를 남 탓으로 투사하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아버지를 비난하지 말고, 해결할 수 없는 이슈에 매달려 함부로 아버지를 바꾸려고 덤벼들지 말아야 한다. 그냥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처방전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아버지의 마음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카스파르 다피트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를 추천한다. 검은색 망토를 입은 한 남자가 안개로 둘러싸인 산과 벼랑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림 속 풍경은 현실의 세상을 상징하는 것 같다. 어디를 봐도 안개에 가려져 있고, 분명한 것은 없고, 뚜렷하게 보이는 것도 없다. 그림 속의 남자는 바위에 서 있다. 언뜻 보면 뭔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남자가 진정으로 속한 곳, 진정으로 편하게 자신의 몸을 누일 곳은 없어 보인다. 그 남자는 고독하고 외로워 보인다. 아버지의 심정이 바로 이 그림 속 남자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사이즈수정_00030055
카스파르 다피트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책임감과 부담을 내려놓는 용기

혼자 힘으로 성공을 이뤄낸 이들, 완벽을 향한 충동이 강한 분들, 그리고 책임감이 강한 이들에게는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힘든 일이다. 인정을 한 순간 자신의 삶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실수가 있었다고 해서, 아버지가 “내가 잘못했어. 내 탓이야”라고 말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또 다른 완벽을 아버지에게 강요하는 꼴이다. 마음이 여리기 때문에 쉽게 상처 받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더 크게 느낀다. 그래서 책임감이 강한 것이고, 여린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더 철저하게 자신을 단련해온 것뿐이다.

자수성가로 큰 사업체를 이뤄낸 어느 사장님이 했던 말씀으로 이번 사연에 대한 답을 대신하려고 한다.

 

“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만들어온 나의 껍데기를 이제 와서 부숴버릴 수는 없습니다. 하라고 해도 그렇게 못합니다. 그게 인생이에요. 외롭고, 서글프고, 때로는 지치고 힘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아야 해요. 나라고 부드럽게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고 싶지 않을 줄 아십니까? 그래도 그렇게 할 수 없어요. 힘들어도, 내가 다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겁니다. 그게 인생이에요.”

 

기획 이인철 김병수(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교수)
※ 이 기사는 <헤이데이> 21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전성기뉴스가 새롭게 태어납니다.

지난 2015년 9월 첫 문을 열었던 <전성기뉴스>가 새롭게 태어납니다.

보다 가까이에서 소통하기위해 SNS 채널을 개설, 50+를 위한 유익한 콘텐츠를 지속 제공합니다.

전성기뉴스는 2017년 12월까지 운영되며, 기존 콘텐츠는 라이나전성기재단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콘텐츠 보러가기

그동안 <전성기뉴스>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SNS 채널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