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마음 불어넣기 [터치의 심리학]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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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마음 불어넣기

“만약 우리의 초기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후의 관계들이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하여 안정된 애착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자유를 누리고 사랑하고 느끼고 성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줄 수도 있다. 성공적인 심리치료는 바로 이런 치유적인 관계를 제공한다.”

‘애착과 심리치료’ 전문가인 미국의 심리치료사 데이비드 웰린 박사의 말이다. 신체심리치료는, 바로 그러한 ‘안정된 애착을 위한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해주는 방법이다. 내담자의 ‘지금-여기’ 상태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몸과 마음의 성장과 치유를 돕기 위해 언어적, 비언어적 접근을 융합하고 있는 새로운 치료적 접근인 것이다.

신체심리치료에서 중요시하는 ‘접촉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신체작업’에서 치유자가 내미는 보살핌의 손길은 내담자에게 안전함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느슨해진 몸과 마음의 상태에서 무의식의 문이 조용히 열리면 자신의 내면에 억압하고 거부하고 왜곡 시키고 있었던, ‘알고 있지만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이 의식으로 떠오른다. 또한 언어로 기억되지 않고 몸에 기록된 정서체험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경청하고 공감하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내담자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되고 문제해결과 자기성장을 위해 자아의 힘을 키워간다.

이를 정리해보면, 신체심리치료란 신체적인 자기를 ‘말로 하는 치유(talking cure)’에 통합시키는 방식이다. ‘몸에 마음을 불어넣기(minding the body)’가 가능할 때, 다른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깊이 있는 자기 인식과 타인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게 된다. ‘마음이 깃들여 있는 몸’과 ‘몸으로부터 정보와 에너지를 얻는 마음’을 조화롭게 가질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온전하게 건강한 상태로 현재에 머물 수 있게 된다.

 

보살핌의 손길, 새로운 알아차림의 촉진자

보살핌의 손길을 체험하고 있는 동안, 문득 나에 대한 새로운 알아차림이 생긴다. 마음속의 마음, 나의 내면은 이미 알고 있지만 생각해보지 않은 것과 접촉한다.

 ‘나는 누군가와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고 있구나.’

인간으로 태어난 ‘나’는 개체로서 개별적인 존재다. ‘나’는 삶 속에서 자기 밖에 존재하는 타인과 관계한다. 또한 ‘나’의 환상과 기대, 그리고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다른 인간으로 채워진 세계와 연결되며 살아간다. 따라서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내 안에 존재하지만 분리된 몸과 마음이 하나의 나로, 같은 하늘 아래에서 제각각 따로 존재하던 너와 내가 ‘우리’라는 이름의 끈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렇게 연결되어 있는 우리가 하나임을 깨닫게 되면 ‘나’는 거기에서 큰 위안과 힘을 얻는다. 그것이 접촉을 통한 성장이며 관계를 통한 삶의 치유과정이다.

우리 인간의 삶에서 거부할 수 없는 절대고독, 모든 관계의 장애로부터 비롯되는 우울, 상실, 분노, 사랑의 부족으로부터 오는 모든 정서적인 불균형과 결핍들이 이러한 접촉을 통해 근원적인 돌봄과 치유가 가능하다. 접촉을 통해 누군가와의 ‘연결됨’을 체험하는 것으로, 삶에서 끊임없이 불편함과 고통을 주던 내 몸과 마음에 묶인 관계로부터의 ‘생채기’가 아물기 시작한다.

​안전하게 돌봄을 받고 있다는 몸의 체험은 나는 결코 외롭지 않은 존재구나 하는 사랑의 순수의식을 되찾게 한다. ‘내 삶에는 고통 없는 온전한 돌봄의 순간,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했던 지복(至福)의 순간도 있었구나’ 라며 긍정의 데이터들이 무의식의 문을 열고 떠오른다. 통찰의 떠오름, 그런 알아차림의 순간에 우리의 자아는 한 뼘씩 더 성장하고 의식은 애벌레의 껍질을 벗고 나비로 탈바꿈하듯 확장된다.

터치는 힘이 있다. 우리는 한번의 포옹과 쓰다듬의 손길로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종종한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은 자아를 회복시키고 행복하게 만든다. ⓒPressmaster/Shutterstock
터치는 힘이 있다. 우리는 한번의 포옹과 쓰다듬의 손길로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종종한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은 자아를 회복시키고 행복하게 만든다. ⓒPressmaster/Shutterstock

받은 것이 없어 줄 줄을 몰랐던 안타까운 어머니

“사실은 엄마의 돌봄과 사랑이 필요했던 건데 저는 그때 그걸 어떻게 전해주어야 하는지 몰랐었어요.”

3주 전에 딸을 데리고 왔던 어머니가 딸이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신체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며 오셨다. 파킨슨으로 그녀의 온몸은 뻣뻣하게 굳어가고 있었고 현재 자신이 느끼는 고통의 점수를 물었더니 ‘10점 만점에 5점’ 이라고 했다. 그동안 자신이 아프고 힘든 것을 표현하지 못했고 마음이 불편한 것은 밑바닥에 아이들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녀가 데리고 온, 지금 성인이 된 딸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슴의 답답함을 호소했다. 안타까운 어머니는 어린 딸을 건강센터에 보내 명상프로그램을 시키기도 하고, 말로 하는 심리상담이며 그림이나 놀이로 하는 심리치료를 받게 했다. 딸은 엄마 손에 이끌려 이곳저곳을 가보긴 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학교도 가지 않으려고 하고 ‘왠지 신경이 날카롭다’라고 느끼게 했던 딸은 엄마와 격렬하게 대립하며 사춘기를 보냈다. 음악을 하고 싶어하던 딸을 챙겨주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그런 딸이 자신이 원하던 음악으로 대학에 가게 되었지만 조울증이 심해 통제가 되지 않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퇴원 후에 또 상태가 나빠져 개인상담을 보냈더니 울기만 하고 ‘똑같은 얘기하는 게 싫어서 다신 가지 않겠다’고 했다.

말보다 몸을 통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이 신체심리치료라고 했더니 딸은 그냥 반신반의하며 따라왔단다. ‘자기 안에 갇혀 있는 것만 같다’ 던 딸은 첫 번째 세션을 마친 날 꿈을 꾸었다. 온 가족이 한 배를 타고 자기에게 왔는데 그 꿈의 느낌이 참 좋았다고 했다. 무기력해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하루의 많은 시간을 게임으로 보냈다는 딸은 심리검사에서 중독 부문의 척도가 93으로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세 번째 세션에선 지난 한 주 동안은 일을 하면서 게임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했다. 첫날, 발을 잡아주는 손길이 참 따뜻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던 딸은 이마를 쓸어줄 때 위로받은 느낌과 안도감을 느꼈고, 머리를 만져줄 때 자신의 뿌리 깊은 두통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그 근원을 찾은 것 같아 나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제가 기댈 언덕이 생겼다는 생각을 했어요. 안정이 많이 되었고요. 엄마 생각이 났어요. 엄마 몸을 만질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픈 거에요.”

딸은 엄마의 아픔을 가슴으로 이해하는 듯 했다. 딸의 치료가 끝나고 따로 시간을 내서 센터를 방문한 딸의 어머니는 신체작업을 마치자 굳어 있던 얼굴에 미소가 실렸다.

“이 시간이 끝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선생님이 힘드실까봐 미안하다는 마음이 드는 거에요.”  딸의 어머니는 말을 이어갔다.

“엄마가 제가 여섯 살 때 돌아가셨어요. 아프시니까 계속 누워계셨는데 어느 날인가 기도하러 가신다고 나를 데리고 가셨어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서 나는 팔짝팔짝 뛰어 올라가면서 쉬엄쉬엄 올라오시는 엄마에게 ‘엄마 뭐해. 빨리 와’ 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힘들어서’ 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엄마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내가 얼마나 미안했는지 몰라요.(울음) 그렇게 어렸던 내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딸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자신은 돌보지 않았던 삶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랑의 접촉이 필요했던 어린 시절, 자신에게 필요로 했던 관심과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자신이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 없고 체험해보지 못했으니 자신의 딸에게도 무엇이 필요한지 몰랐고 어떻게 주어야 할지도 몰랐다.

아픈 엄마를 바라보며 안타깝기만 했던 어린 딸은 엄마가 되었고 딸을 낳았다. 그리고 자신도 딸에게 아픈 엄마가 되었다. 딸이 지금 느낄 감정이 어떨지 너무 잘 알아서 그녀는 가슴이 아팠다. 그 안타까운 가슴 아픔의 대물림 패턴을 바꿔 줄 따뜻한 보살핌이 이 가정에는 필요했다. 가족 모두 안정된 애착의 재체험을 통해 긍정적으로 바뀌어 갈 것을 기대한다.

누구나 사랑과 감정을 나누는 것에 서툴다.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 볼 여유도, 상처의 원인을 알아차릴 시간도 없다. 그럴 때 일수록 한걸음 물러서서 내면의 나를 돌아보고 타인의 감정도 살펴보며 서로를 안아주자. 터치는 말보다 힘이 있다. ⓒLeszek Glasner /Shutterstock
누구나 사랑과 감정을 나누는 것에 서툴다.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 볼 여유도, 상처의 원인을 알아차릴 시간도 없다. 그럴 때 일수록 한걸음 물러서서 내면의 나를 돌아보고 타인의 감정도 살펴보며 서로를 안아주자. 터치는 말보다 힘이 있다. ⓒLeszek Glasner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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