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신간, 지적인 아름다움을 탐하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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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신간, 지적인 아름다움을 탐하다.

2016.02.24 · HEYDAY 작성

중년의 여성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모두 잃었다며 두려움과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가 선물한 지혜와 균형 감각, 조화로움과 현명함 같은 것들은 젊은 여성이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고유의 아름다움이다. 이번엔 나이 들수록 여성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아주 놀라운 책들을 소개한다.


 

바느질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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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숨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1994년 3월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의 소설 <세상의 모든 딸들>이 국내에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이 카피가 라디오 광고에 등장했다. 여성의 존재성을 따져 묻는 이 절절한 문장은 곧 시대적 유행어가 되었고 책은 기록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여성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세상의 모든 딸들> 이후에도 수많은 책들이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대답을 세상에 던졌다. 그리고 21년 9개월 후 ‘나는 엄마처럼 살고 싶어’라는 대답이 나왔다. <바느질하는 여자>라는 소설에서 말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 울산의 변두리에 있는 한 바느질 집이다. 그 집의 이름은 ‘우물집’이다. 이 집에는 바느질을 업으로 삼아 성이 다른 두 딸을 혼자 키우는 여인이 살고 있다. 엄마 남수덕과 그녀의 두 딸 금택과 화순, 이 세 여인이 소설 속 중심인물이다.

“누비는 똑같은 바늘땀들의 반복을 통해 아름다움에 도달하지. 자기 수양과 인내, 극기에 가까운 절제를 통해 최상의 아름다움에 도달하는 게 우리 전통 누비야.” 주인공 수덕은 누비 바느질을 한다. 누비 바느질은 여느 바느질에 비해 품과 공이 많이 든다. 두겹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지게 바늘로 꿰매는 작업인데, 불과 3cm 남짓한 짧은 누비 바늘로 0.3mm의 바늘땀을 무한 반복하는 행위이다. 수덕은 평생에 걸쳐 이 누비 바느질을 하지만 돈과 명예를 위한 것은 아니다. 남수덕의 바느질 솜씨가 더 뛰어났지만 명장은 다른 사람이 된다. 하지만 수덕은 이에 개의치 않는다. 세상이 인정해주거나 말거나 그녀는 묵묵히 자신의 일에 그야말로 목숨을 건 듯 정진해가는 것이다.

주인공 수덕은 수십 년간 옷을 짓지만 그 어떤 과정도 허투루 건너뛰지 않으며, 속도를 내지도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바느질 하나로 인간적 경지를 지나 궁극에 이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누비 바느질로 자신의 긴 인생을 기워 내며 자신의 두 딸을 먹이고 입혀 키운 수덕은 결국 손가락이 비틀어지고 몸이 굳고 눈이 멀고 정신이 혼돈하며 생의 마지막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런 어머니를 곁에서 지켜보는 두 딸은 엄마를 죽도록 사랑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결국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아니 이해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삶은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한 땀의 바느질은 지극히 단순한 행위지만 수십만, 수백만 개의 바늘땀이 촘촘히 놓여 이루어진 한 벌의 옷, 한 채의 이불은 그 자체로서 경탄을 자아내지 않던가. 인생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바로 그것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소설을 읽고 나면 세상의 모든 딸들은 이렇게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엄마처럼 살 수밖에 없네.’

 


 

남편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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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앤 카슨 / 옮긴이 : 민승남 / 출판사 : 한겨레출판

이 책은 아름다움에 관한 소설이지만 등장인물이 전혀 아름답지 않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아내는 아름다운 그 남자를 만나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자신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음을 아내 앞에서 고백한다. 남자의 어이없는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아내가 쓴 시를 훔쳐 자기 것으로 발표한다. 또한 모든 일에서 거짓말을 일삼는데, 어떠한 죄책감도 없다. 이렇게 소설 속 남편은 나쁜 남자를 넘어 잔인하고 기괴한 인물이다. 그러나 작가는 시종일관 그 남자를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맹목적이다.

소설 속 아내에게 아름다움이란, 존 키츠의 시 구절처럼 ‘진리이자 지상에서 자신이 아는 모든 것, 알아야 할 모든 것’이다. 그러다 결국 두 사람은 이별하게 되는데,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남편의 입장에서 다른 각도로 표현된다.

이 소설을 쓴 앤 카슨은 캐나다 출신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며 고전학자다. 고전에서 영감을 얻은 독특한 작품들을 발표해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고, 2001년에는 여성 작가로서는 최초로 T. S. 엘리엇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 소설 역시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서 쓴 작품이라고 한다.

29개의 챕터마다 키츠의 시와 메모 편지 등에서 인용한 글이 서두에 적혀 있는 까닭이다. 화자인 ‘아내’가 어린 시절 ‘아름다움’이라는 치명적 매력을 지닌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배신을 겪고,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격렬하고도 아름다운 탱고의 이미지 위에 겹쳐놓았다. 슬픔과 분노, 격정과 관능 같은 사랑의 모든 감정 기복이 마치 탱고처럼 감각적인 문장으로 펼쳐지는 것도 이 소설의 특징이다.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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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미레유 길리아노 / 옮긴이 : 박미경 / 출판사 : 흐름출판

샴페인 브랜드 ‘뵈브 클리코’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저자는 이 책에서 프랑스 여성들은 다른 문화권 여성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으로 나이 드는 것을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의 매력을 당당하게 드러내지만 그렇다고 풋풋한 청춘인 척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프랑스 여성들의 마음가짐이야말로 ‘늙지 않는 비결’이며 ‘우아하게 나이 드는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와 더불어 프랑스 여성들만이 알고 있는 구체적인 미용 방법과 생활 습관까지 상세하게 소개한다.

 


 

본 투 런 Born to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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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크리스토퍼 맥두걸 / 옮긴이 : 민영진 / 출판사 : 여름언덕

이들은 당뇨병이나 우울증에 걸리지 않으며 심지어 늙지도 않는다. 이는 멕시코 차와와 주의 협곡에 실제로 살고 있는 타라우마라 족의 이야기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오래달리기’에 대한 실로 놀라운 이야기들을 펼쳐놓는다. 작가는 고고학과 진화인류학, 스포츠 과학 등등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배경으로 인간의 ‘질주 본능’에 대해 설명한다. ‘오래달리기’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움직임을 통해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나이 듦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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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미숙, 장회익, 정희진, 김태형, 유경, 남경아 / 출판사 : 서해문집

각계를 대표하는 6명의 지식인들이 2015년 11월 한 달 동안 ‘나이듦’에 대해 릴레이 강연을 펼쳤고, 그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늙은이’가 아니라 ‘어른’이 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에서 고미숙이 쓴 이 문장 하나쯤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다. “철없는 상태로 대부분을 보낸 삶은, 산 것이 아닙니다. 이 시간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나이들고 오래 산다는 것은 내가 그시간을 어떻게 통과 하느냐가 핵심이지 그저 객관적으로, 양적으로 시간이 늘어난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기획 장혜정 김성신(출판평론가)
※ 이 기사는 <헤이데이> 21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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