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철도, ‘눈꽃 열차’로 화려한 변신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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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철도, ‘눈꽃 열차’로 화려한 변신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승부리의 승부역. ⓒ문인수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승부리의 승부역. ⓒ문인수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우리나라 오지 중의 오지 역인 영암선 승부역의 시비에 새겨진 시다. 이곳에서 19년이나 홀로 외롭게 근무했던 김찬빈 역무원이 쓴 것이다.

승부역은 1955년 12월에 개통된 86.4km의 영암선 간이역이다. 태백준령을 남북으로 달리는 산악 철도 영암선의 중간 지점으로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승부리에 있다.

이 역은 험준한 산악 지형으로 둘러싸여 있고, 산 아래 계곡에는 상류의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빽빽한 숲과 계곡뿐 텃밭 조차 가꾸기 어려운 산골 역이다.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고독과 외로움에 몸서리쳤을 그였기에, 김찬빈 역무원은 그렇게 주옥 같은 시어(詩語)를 토해낼 수 있었으리라.

김찬빈 역무원은 1963년부터 19년 동안 승부역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은퇴해 경상북도 영주에서 손자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고 있다.

영암선 승부역에 협곡 열차가 서 있다. 그 앞에 눈썰매장, 그 옆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문인수
영암선 승부역에 협곡 열차가 서 있다. 그 앞에 눈썰매장, 그 옆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문인수

 

영동의 심장이자 수송의 동맥, 영암선

영암선 건설은 해방 후 최초로 우리 손으로 건설된 철도다. 1949년 정부 수립 후 무엇보다도 일제 강점기 시대의 식민지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 자립 경제를 확립하자는 데서 이 철도 건설을 착안한 것이다.

생산 현장에 에너지 공급은 필수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당시 정부는 미국의 경제협조처(Economic Cooperation Administration)의 원조로 1949년 4월 영암선 건설에 착수했다.

그러나 1950년 한국 전쟁이 터지자 건설 공사는 중단되었다. 휴전 후 1953년 9월 다시 공사가 시작됐지만, 험준한 산악 지역인데다 부족한 건설 자재로 맨손 공사를 할 수 밖에 없었으며, 공기 단축을 위해 군 부대까지 동원됐다. 이런 난공사였기에 개통의 감격은 무엇보다 컸다.

그 후 영암선은 태백 탄광의 석탄을 영주까지 수송하고, 영주에서 서울과 부산으로 수송해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한때는 하루 화물 열차 33~35회, 객차 4~5회가 운행됐다. 이 철도가 개통되기 전에는 태백 탄광의 석탄 수송은 해로에만 의존했다. 때문에 이 지역의 자원 개발은 물론 지역 발전도 기대할 수 없었다. 영암선은 바로 김찬빈 역무원의 시처럼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인 ‘검은 철도’로서 우리나라 산업 동맥이었다.

승부역에서 19년이나 근무했던 김찬빈(87, 영주시 거주)가 쓴 승부역 관련 시가 암벽에 새겨져 있다. ⓒ문인수
승부역에서 19년이나 근무했던 김찬빈(87, 영주시 거주) 역무사가 쓴 승부역 관련 시가 암벽에 새겨져 있다. ⓒ문인수

 

사양길 걷던 ‘검은 철도’, 관광객 태우는 ‘하얀 철도’로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영암선 개통 기념’이라는 휘호까지 직접 썼다. 이 철도가 건설되자 분천, 승부리 같은 오지 마을이 세상과 소통하게 됐고, 석탄을 캐고 수송하는 산업 인력이 몰려 들어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그런 영암선이 석탄 산업의 사양화로 한때는 존폐 위기에 몰렸다. 승부역을 홀로 지키던 역무원이 시로 증언하듯 이 철도는 고독의 역사와 함께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힐 뻔한 이 철도는 눈꽃 열차를 타고 찾아오는 관광객 덕분에 검은 때를 벗고 ‘하얀 철도’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분천과 승부리는 관광객들로 들썩인다. 이것은 기적이다.

“기적이지요. 눈꽃 열차만 오면 할매들이랑 마을에서 모두 나와 이렇게 팔지요.”

승부리 마을 주민 송명숙 씨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싱글벙글이다. 석탄을 나르던 ‘검은 철도’는 갔지만, 관광객을 싣고 눈 속을 달리는 ‘하얀 눈꽃 철도’가 찾아온 것이다.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의 주인공이 그렇게 절규했던 영동의 심장과 동맥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코레일이 지난 1월 28일 집계한 올 겨울 관광객은 10만 명이었다. 2월 중순께는 15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석탄 산업의 사양과 함께 전락한 산업 철도가 관광 철도로 화려하게 변신한 것은, 낡은 것에도 생명을 불어넣으면 새로워진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 있다. 부활이란 기적은 아무런 노력 없이 거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영암선 개통 기념비. 이승만 대통령이 행초(行草)에 기반을 두고 직접 쓴 서체가 물 흐름 같은 원활한 산업동맥을 상징하는 것 같다. ⓒ문인수
영암선 개통 기념비. 이승만 대통령이 행초(行草)에 기반을 두고 직접 쓴 서체가 물 흐름 같은 원활한 산업 동맥을 상징하는 것 같다. ⓒ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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