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엉차와 사랑에 빠진 이유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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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엉차와 사랑에 빠진 이유

우엉차를 직접 만들고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일이 더 없이 기쁘고 행복하다. ⒸGnilenkov Aleksey/Shutterstock
우엉차를 직접 만들고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일이 더 없이 기쁘고 행복하다. ⒸGnilenkov Aleksey/Shutterstock

 

우엉차에 대한 끝 없는 찬사

필자는 요리를 거의 할 줄 모릅니다. 기껏해야 두세 가지를 억지로 만드는 수준이니 요리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사 일을 싫어하거나 전혀 할 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젊은 시절 혼자서 생활하며 보낸 기간이 줄잡아 3, 4년은 되기에 보통의 한국 남성들보다는 청소나 설거지 등 가사 일에 훨씬 익숙해져 있습니다. 주말이면 자동으로 아내보다 앞장서 청소기를 돌리고 식사 때면 싱크대 앞에서 열심히 주방 일을 돕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변명을 가져다 대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아직 어려운 작업입니다. 정성들여 만들어 놓고도 스스로 너무 맛이 없다고 느낀 작품(?)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런 필자가 요즘 우엉차를 만드느라 바빠졌습니다. 아니 우엉차 사랑에 푹 빠진 것 같습니다. 주말마다 재료 사느라 경동시장에 다녀오고 이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아내를 혹사시키다 보니 은근한 원망을 사기에 이르렀습니다.

우엉차의 효능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만 문헌과 인터넷을 뒤져보니 꽤 상세하게 풀이가 돼 있었습니다. 이 글을 접하시는 분들도 간단히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니 긴 설명을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혈당을 억제하여 당뇨병 예방에 좋은 효과를 발휘하고, 간의 독소를 제거하고, 장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혈관을 깨끗하게 해 주고, 몸의 산성화를 막아주고 등등.

워낙 많은 찬사가 따라 붙고 있어 군더더기 설명을 덧붙이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선전하는 것으로 오인 받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입니다.

 

재료 장만에서 건조, 덖는 것까지 스스로

우엉차를 마시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은 아닙니다. 건강을 정성스럽게 챙겨주는 아내가 재료를 사다 직접 만들어 준 차를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마시긴 했습니다. 그러나 커피에 익숙해진 혀가 좀처럼 우엉차로 돌아서지 않는데다 무성의, 무관심까지 겹쳐 잠깐씩 마시고는 금세 시들해져 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올 겨울에는 유난히 우엉차에 관심이 쏠린 겁니다.

지난해 말 아내와 함께 간 경동시장에서 우엉을 두 다발(2관) 사들고 와서 신년 연휴 기간 중 차로 만들면서 뿌듯한 보람을 느낀게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우엉차 특유의 구수한 맛이 매력으로 다가오면서 이 놈과의 2016년 사랑이 시작된 것이지요.

혹시나 관심을 가질 분들이 계실까 싶어 설명을 곁들입니다. 초짜 중의 초짜가 만드는 우엉차 작업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먼저 신선한 우엉(흙이 묻어 있는, 가공 전 상태의)을 삽니다. 보통 대형 재래시장인 경동시장에서 삽니다만 우엉 값이 예년보다 많이 저렴해졌다는 것이 상인들의 이야기입니다. 1관(4kg, 40~50뿌리)에 1만 2000원 안팎이면 싱싱한 것을 구할 수 있습니다. 보관 상태를 잘 살펴 수분이 많은 것으로 골라야 좋다고 합니다.

2. 집에 가지고 온 우엉을 물에 세척해 표면의 흙을 잘 닦아냅니다. 흙과 모래가 워낙 많이 붙어 있어 이를 세게 닦느라 수세미를 사용하는데, 이때 너무 힘을 줘 닦으면 우엉 껍질이 다 벗겨지고 이로 인해 껍질에 함유된 이눌린(혈당을 억제한다고 해서 천연 인슐린이라는 닉네임이 붙어 있답니다)이 날아가니 조심해서 살살 닦아내야 합니다. 1관 분량을 깨끗이 세척하는 데 보통 40~50분이 소요됐습니다.

3. 손질한 우엉을 건조 전에 잘게 썹니다. 가래떡을 잘게 썰듯이 고르게 자릅니다. 이때 너무 작게 썰면 건조 후 크기가 아주 작아져 덖는 과정에서 타거나 그을릴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너무 커도 차를 우려낼 때 좋지 않으니 1회용 밴드의 반 정도 사이즈 이하로 써는 것이 좋습니다.

4. 이번에는 건조입니다. 우리집 앞 베란다에 햇볕이 잘 들어와서 낮에는 여기를 활용하고 밤에는 실내로 들여와 아파트 거실 바닥에 널어 말렸습니다. 물론 우엉 밑에 비닐과 수분 흡수를 위한 종이 등 다른 깔개를 대고 말입니다. 건조에는 보통 3~4일이 걸렸는데 다 마른 우엉 조각은 모양이 무말랭이와 비슷했습니다.

5. 다음은 개인적으로 필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덖는’ 과정입니다. 옹기 재질의 프라이팬(금속으로 된 것은 되도록 피하도록 합니다) 위에 건조된 우엉을 적당량 얹어 놓고 약한 불에 천천히 덖습니다. 조심해야 할 것은 불의 세기와 덖는 시간입니다. 타거나 많이 그을리지 않도록 겉과 속의 것을 뒤엎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계속 했는데, 10분이 좀 지나자 우엉의 구수한 내음이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20분이 지나도록 꾸준히 덖자 건조한 우엉에서 스며 있던 생 것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고 노릿노릿하면서도 갈색에 가까운 볶음 우엉이 탄생했습니다. 이때 깨달은 노하우는 이것입니다. 작업을 빨리 끝내려고 불을 세게 해서도 안 되고, 힘들다고 시간을 단축하려 해도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불의 세기와 시간을 적절히 잘 조화시켜야 구수하고도 맛난 우엉차가 탄생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체득했습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아내로부터 핀잔까지 들어가며 거의 10관 가까운 우엉차를 만들었는데요(1관 4kg의 생 우엉에서 나오는 우엉차의 분량은 1kg을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다른 모든 과정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덖는 과정까지 정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볶아지지 않은 우엉차는 달인 후에도 차 맛이 밍밍하고, 구수한 냄새도 없을 뿐만 아니라 푸른 빛을 내면서 맛이 없었습니다. 설 연휴 기간 중 우엉차를 덖고 마시는 과정에서 이 사실을 눈과 혀로 확인했습니다.

 

작은 노력과 정성으로 이루는 건강 기부

엉터리 아마추어의 솜씨로 만든 우엉차지만 우엉차를 여러 지인들과 친척들에게 선물하면서 작지 않은 기쁨을 맛봤습니다. 예전에는 아내가 만들어 준 우엉차를 예쁘게 포장해 건네면서(저 혼자 생색내면서 말입니다) 기분 좋은 인사말을 여러 차례 들었지만, 차를 만드는 과정에 이토록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작업에 신경이 쓰인다는 걸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재료를 사고, 시린 손을 참아가며 찬물에 우엉을 씻어내는 과정에서 아내가 차를 만들면서 숱하게 고생한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두어 시간을 프라이팬 앞에 서 있어야 하는 덖는 작업을 통해 고마움의 의미와 가치를 새삼 깨달았으며, 우엉차를 선물 받고 기뻐할 사람들의 얼굴을 미리 떠올리며 나름의 작은 행복을 만끽하기도 했습니다.

우엉차는 혈당을 억제하여 당뇨병 예방에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등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YamabikaY/Shutterstock
우엉차는 혈당을 억제하여 당뇨병 예방에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등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YamabikaY/Shutterstock

 

우엉차는 이제 변변한 재주도, 재능도, 재물도 없는 필자가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건강 기부’가 된 것 같습니다. 만드는 과정이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고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받는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행복하고 또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가지 않아서입니다.

겨울에 한창 나오는 우엉은 봄이 가까워질수록 수분이 적어지고 물건 상태도 안 좋아진다고 합니다. 반대로 물량이 줄어드니 값은 뛸 테고요. 재료값이 오르면 필자는 부담이 커지니 우엉차 선물을 주저할 것이 틀림없겠지요.

하하하! 그러니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우엉차를 만들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부지런히 주변 이웃과 친척들에게 나눠 드려야겠습니다.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고, 이를 통해 건강과 기쁨을 선물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설 연휴 동안 산지(안동, 예천 등지에서 많이 오는 것 같더군요)에서 올라오는 우엉이 거의 없을 테지만 이번 주말부터는 다시 정상화 될테니 토요일에는 경동시장에 서둘러 나가 봐야겠습니다. 벌써부터 코 끝에 생 우엉 고유의 냄새와 차로 만들고 난 후의 내음, 그리고 우엉차 한 잔의 구수한 향기가 진하게 전해져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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