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 골퍼 “내 나이가 어때서”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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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세 골퍼 “내 나이가 어때서”

96세의 나이에도 골프를 즐겨 치고 헬스클럽도 다닌다는 어느 어르신의 모습에 함께 골프연습장에 있던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방민준
96세의 나이에도 골프를 즐겨 치고 헬스클럽도 다닌다는 어느 어르신의 모습에 함께 골프연습장에 있던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방민준

 

노익장 과시하는 96세 골퍼의 등장

혹한이 기승을 부리던 날 썰렁한 동네 골프 연습장에 한 낯선 어르신이 나타났다. 독일제 고급 승용차를 타고 운전기사의 안내로 연습장에 들어선 어르신은 혼잣말로 “라운드 약속이 잡혔으니 추워도 연습은 해 둬야지” 하며 골프백에서 주섬주섬 장갑을 꺼냈다.

80은 훌쩍 넘어 보였으나 지팡이의 도움 없이 균형 있게 걸음을 걸었고 허리도 굽지 않았다. 얼굴에는 주름도 별로 없어 부유한 노년을 보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의 외부 온도가 영하 10도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어르신은 전기 히터와 가까운 타석에 자리 잡고 연습 준비에 들어갔다. 가볍게 몸통을 좌우로 돌리는가 하면 허리를 앞으로 굽혔다 뒤로 제치는 운동을 한참 하더니 아이언클럽을 꺼내 아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볼을 쳐냈다.

몸통 회전도 제대로 되고 백스윙의 높이도 어깨 위까지 올라갔다. 다만 스윙의 속도가 느려 볼은 그리 멀리 날아가는 편은 아니었다. 당시 주변에 대여섯 명이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어르신의 연습 모습을 지켜보고는 휴게실로 들어와 이구동성으로 “대단하신 어른이시네!” 하며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다.

“지금까지 우리 골프장에서는 84세 된 어른이 최고 연장자였는데 이제 기록이 깨지게 되었네요.”

“정확히 연세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아직 골프채를 휘두를 수 있다니 우리가 반성해야겠어요.”

누군가 이 말을 내뱉자 어르신을 모시고 온 운전기사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제가 저 어르신의 비서 겸 운전기사인데요, 지금 주민등록상으로는 99세, 실제 나이는 96세 됩니다.”

휴게실에 있던 모두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얼마나 궁금한 게 많았던지 어르신에 대한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질문에 대한 비서의 대답을 종합해 보면 대충 이랬다.

 

아직 홀이 많이 남았다 전해라

어르신은 이북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피난 와 이런저런 사업으로 큰돈을 벌어 금융 회사를 차려 성공적으로 경영해 왔고, 지금도 일 주일에 한 번 정도 출근한다고 했다.

골프는 50세 넘어 시작했는데 부인과 함께 광적으로 좋아해 일 주일에 두세 번은 라운드를 했단다. 3년 전 부인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함께 라운드를 했다고 한다.

지금은 라운드 파트너로 아들, 딸이나 손자, 손녀들과 함께하지만 3년 전만 해도 가족이 아닌 친구나 후배들과 가끔 라운드를 했는데 모두 죽거나 요양원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별수 없이 가족들과 라운드를 한다고 했다.

어르신을 모신 지 20년이 다 되어간다는 비서 얘기로는 최근 2~3년 사이 감기 한 번 걸린 적이 없고, 냉장고에 소고기를 쌓아 놓고 드실 정도로 육식을 엄청 좋아하신단다. 그런데도 혈압은 정상이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괜찮고 당뇨병 같은 것도 없으시단다.

“그래도 건강을 유지하시는 특별한 비결이 있지 않나요?”

누군가가 비서의 설명에 성이 차지 않았는지 채근했다.

“아, 매일 헬스를 하시지요. 주로 걷기 위주로 하시지만 골프를 위해 근력 강화 운동도 열심히 하십니다. 가끔 수영도 하시고요.”

“96세에 헬스클럽을 매일 다니신다고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탄성을 질렀다.

어르신이 연습을 멈추고 휴게실로 들어서자 호기심 많은 한 지인이 입을 열었다.

“어르신 대단하십니다. 저희가 부끄러워지는군요.”

정작 어르신은 별 대수롭지 않은 일 가지고 야단이냐는 눈빛으로 주변을 씨익 훑어보더니 “며칠 연습 안 했더니 감이 잘 안 와요. 감 잡으려면 며칠 나와야겠어요” 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날 이후에도 어르신은 여전한 모습으로 연습장에 나타나 한 박스나 한 박스 반을 치고는 하신다. 골프백을 챙겨 연습장을 나서는 어르신을 볼 때마다 내 귀에는 이런 소리가 들린다.

“저승사자가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 돌아야 할 홀이 많이 남았다 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