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손님, 미국에서 만난 들고양이 가족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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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손님, 미국에서 만난 들고양이 가족

미국에서 만난 길냥이 ‘발레로’

가게 주변을 맴돌던 들고양이에게 지난 해 여름부터 먹이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낮에는 어디론가 사라져 지내다 저녁 무렵이면 슬그머니 나타나곤 했습니다.  언젠가 부터는 아침에 문을 열 때면 쏜살같이 뛰쳐나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기 시작합니다.  가게 뒤쪽에 종이상자로 나름대로 단단한 집을 만들어 놓았으나 잘 들어가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가게 주변을 돌아다니던 들고양이에게 지난 해 여름부터 먹이를 사다주기 시작했다. 이름도 지었다. 가게 이름을 따서 '발레로’라고 부르고 있다. ⓒ진천규
가게 주변을 돌아다니던 들고양이에게 지난 해 여름부터 먹이를 사다주기 시작했다. 이름도 지었다. 가게 이름을 따서 ‘발레로’라고 부르고 있다. ⓒ진천규
주유소 뒤편의 숲 속이 '발레로’가 태어나고 살아온 곳이다. ⓒ진천규
주유소 뒤편의 숲 속이 ‘발레로’가 태어나고 살아온 곳이다. ⓒ진천규

그러던 어느 날부터 서서히 배가 불러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영락없이 아기를 가진 것이지요. 한편으로 측은해 보이기도 해 월마트에서 캔푸드(can food) 영양식을 사다 먹이기도 했어요. 날은 점점 추워오는데 언제나 낳을까, 어디서 낳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새해 어느 추운 아침, 가게 문을 열고 1시간 반 정도 청소를 마친 뒤에도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우리 집 자동차 불빛을 보면 밤새 숲 속에서 지내다 반가움에 득달같이 달려드는 이 아이가 어떻게 된 일일까, 무척 궁금했습니다. 집사람과 저는 교대로 주변 숲 속을 찾아보았지만 허사입니다.

점심 무렵, 문 밖으로 몸뚱이에 핏자국이 선연한 채 가게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고양이가 보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하던 일을 멈추고 얼른 나가봅니다. 지난 밤 어디에선가 아기를 낳은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매서운 칼바람까지 부는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 아기들은 몇이나 낳았고, 이 추위에 제대로 견딜 수가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고양이는 어미대로 무척 지쳐 보입니다. 마침 사다놓은 캔푸드를 따서 따뜻한 물에 덥혀주니 허겁지겁 먹기 시작합니다. 어찌됐든 돌아온 어미 고양이에 대한 반가움으로 한시름 놓입니다. 그러나 안심할 틈도 없이, 어느 순간 돌아보니 또 다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녁때가 지나도 보이지를 않습니다.  밤 11시가 넘어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데도 나타나지를 않습니다. 애타는 마음에 주변 숲 속을 둘러봐도 대답이 없습니다.  집에 와서도 밤새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오늘 따라 더디게 가는 시간을 원망하며 날이 새기만을 기다리다가 새벽녘, 부리나케 가게 문을 열고 계속 문 밖을 쳐다봅니다.

 

새해 벽두에 찾아 온 반가운 손님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여보 밖에 좀 나가봐요” 라는 아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뛰쳐나가보니, 고양이가 그야말로 핏덩이 아기를 물고 서있는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 속에서 아련한 무언가가 뭉클하게 올라옵니다. 또 얼마나 반갑던지 눈물이 다 날 지경입니다.

가게 안 조그만 오피스에 종이 상자로 새 식구들의 임시 거처를 급히 마련합니다. 나름대로 안심이 되던지 내려놓고는 조금 뒤 나가더니 금방 또 다른 핏덩이를 물고 옵니다. 이렇게 반복하기를 무려 다섯 번씩이나 합니다.

아기 고양이들이 편안하게 어미 품속에서 젖을 빨고 있다. ⓒ진천규
아기 고양이들이 편안하게 어미 품속에서 젖을 빨고 있다. ⓒ진천규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세 마리의 아기 고양이. 다섯 마리의 새끼를 물고 들어왔으나 두 마리는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진천규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세 마리의 아기 고양이. 다섯 마리의 새끼를 물고 들어왔으나 두 마리는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진천규
서로 잘 나오는 엄마 젖을 차지하려는 자리 다툼은 목숨을 건 전쟁이다. 이것 만큼은 엄마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생존법칙인 모양이다. ⓒ진천규
서로 잘 나오는 엄마 젖을 차지하려는 자리 다툼은 목숨을 건 전쟁이다. 이것 만큼은 엄마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생존법칙인 모양이다. ⓒ진천규
어미 고양이 '발레로’를 쏙 빼닮은 아기 고양이. 사람과 같이 짐승도 자기 핏줄을 속일 수 없는 조물주의 오묘함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진천규
어미 고양이 ‘발레로’를 쏙 빼닮은 아기 고양이. 사람과 같이 짐승도 자기 핏줄을 속일 수 없는 조물주의 오묘함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진천규
모든 치열함에서 해방된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잠을 자고있는 ‘발레로’ 가족이 평화로워 보인다. ⓒ진천규

새해 벽두부터 새로운 식구가 생겼습니다. 낯선 미국 땅에서 우리에게 찾아 온 이 녀석들이 참 반갑고 예쁩니다. 외롭고 힘들었을 발레로에게 우리 가족이 작은 쉼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