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무교류 동호회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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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무교류 동호회

2016.03.07 · 엄판도(전 경향신문 기자) 작성

취미활동 자체를 즐기는 ‘무교류 동호회’ 인기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이른바 ‘무(無)교류 동호회’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 동호회라면 회원 간의 친목을 강화하기 위해 이름이나 나이, 소속, 관심사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학교 동아리의 경우도 서로 이름은 물론 사는 곳과 취미 등을 알고 있고 또 알려고 하는 게 상식이지 않나요?

그러나 무교류 동호회는 이런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술자리 같은 뒤풀이도 철저히 배제된다고 합니다. 오직 취미활동 자체를 즐기는 데 관심이 있다는 것이지요.

‘묵독 파티’라는 독서 모임이 있다고 합니다. ‘묵독’, 말 그대로 ‘조용히 책을 읽는’ 모임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모임의 참가 방법은 간단합니다. 1주일에 한 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는 공지를 확인한 뒤 정해진 장소로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 오면 그만입니다. 여느 동호회처럼 자기 소개를 할 필요도 없고 혹시 아는 사람이 있더라도 모임을 할 때는 눈 인사만 하는 것이 이 모임의 규칙입니다.

‘묵독 파티’는 얼핏 들으면 모임의 분위기가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오히려 독서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회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 모임 회원들은 “다른 동호회에서는 대화하다 출신 학교나 직장을 얘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라며 “나와 남이 비교되어 감정이 상할 때가 있는데 이곳은 책 읽는 것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라고 회원 가입 이유에 대해 말합니다.

무교류 동호회 중 하나인 '묵독 파티'는 얼핏 들으면 모임의 분위기가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오히려 독서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회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Rawpixel.com/Shutterstock
무교류 동호회 중 하나인 ‘묵독 파티’는 얼핏 들으면 모임의 분위기가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오히려 독서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회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Rawpixel.com/Shutterstock

 

조직 스트레스 증가에 사생활 노출 꺼려

‘무교류 동호회’가 인기를 끌면서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SRC 서울’은 1주일에 두 번씩 한강 둔치를 달리는 모임인데 1시간 남짓 달리는 과정에 회원끼리 대화를 주고 받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달리기가 끝난 뒤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면 바로 해산합니다.

사회 트렌드 전문가들은 “고향이나 출신 학교, 직장 같은 소속감이 주는 스트레스에 지친 사람들이 사생활에서 만큼은 자신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무교류 동호회가 늘어나는 것이다”라고 분석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여가 활동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응답자의 51.6%가 여가 활동의 목적을 ‘개인의 즐거움’이라고 꼽았습니다. 반면 ‘대인 관계’라고 답한 20대는 6.4%에 그쳤습니다.

사회 일각에서는 ‘무교류 동호회’의 활성화 현상을 두고 “지나치게 단순한 인간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끈끈한 인간 관계를 쌓기가 어렵기에 사회 전체의 협력 관계도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 우리 민족은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살아 온 유전자가 있는데 이런 것들이 무너지면서 세대 간의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묵독 파티’와 같은 ‘무교류 동호회’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