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한국 서점의 쇠퇴를 통해 본 한국인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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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한국 서점의 쇠퇴를 통해 본 한국인

쇠퇴의 길로 들어선 맨해튼의 한국 서점

맨해튼 한복판인 32번가. 한인 타운의 활성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많은 교포들의 역동적인 삶이 이곳에 있다. 한인 타운에는 약 100여개의 점포들이 200m 남짓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개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주요 비즈니스는 식당으로, 20~30여개가 식당이고 나머지는 커피숍, 마트, 문구, 부동산, 통신사, 화장품 등 우리 여느 상가의 구성과 비슷하다.

어느 민족이든 먼 이국 땅에서 의지할 사람 없이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자국에서 가족과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 어려움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교포들의 애환을 얘기할 때 단골로 나오는 3無(말도 통하지 않고, 가진 것도 없고, 아는 사람조차 없는) 속에서도 그나마 이렇게 맨해튼 한복판에서 60~70년간 자리 잡고 사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사람의 욕심이란 더해지기 마련이다. 아쉬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서점’이다.

32번가 중간 지점에 작은 서점이 하나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이러하지는 않았다. 당시에도 물론 불경기를 타고 하향세였지만 지금은 더 상황이 악화된 듯하다. 단순하게 매장 면적을 보면 쇠퇴함을 쉽게 느낀다. 30여 평 남짓 규모에 일부는 문구류가 판매 중이다. 서점 전용 면적으로 치면 20평 남짓 규모다. 방문할 때 마다 매장에서 책을 보는 사람은 없고, 문구류 판매를 하는 사람만이 몇 보인다. 이제는 약속 시간에 앞서 서점에 들러 책 보던 것도 눈치가 보인다. 한국의 작은 서점들과 유사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문화 형태나 소비 사이클이 한국의 경제 흐름 및 시장 구조와 비슷하게 가고 있다.

맨해튼 한인 타운 내에 있는 한국 서점을 찾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곽용석
맨해튼 한인 타운 내에 있는 한국 서점을 찾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곽용석

 

맨해튼 한복판에서 일본 서점이 건재한 이유

한국 젊은이들의 독서량이 줄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은 0.8권이라고 한다. 미국이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과 비교하면 현격히 낮다. 우리가 더러 무시하는 중국도 2.6권이나 된다. 이제는 우리가 무시당할 수치에 와 있다. 순위에서도 세계 166위로 하위권이다. 이 통계만 보면 우리의 상황이 어디쯤 와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술, 커피 등 음주 가무 분야는 선진국에 뒤질세라 세계에서도 선두권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아주 촌스러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곳 한인 사회에서도 한국인의 이러한 모습이 그대로 녹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42번가 중심 중의 중심가인 브라이언트 파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및 메트라이프 건물 옆에 일본 서점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걸 보면 더욱 낙담하게 된다. 왜 일본과 이것을 비교해야 하며 ‘꼭 일본보다 나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꼭 옳은 것은 아니다. 우리 장년층들의 사고 패러다임이 그렇다. 어린 시절부터 일본의 영향 속에서 교육을 받았고 일본의 손을 거쳐 선진국의 문물을 받아들였기에 이런 형태의 모습들을 쉽게 내던지기가 어렵다. 경제 산업과 문화, 스포츠, 언론 등 모든 분야에서 그들의 가공과 편집을 거쳐 우리에게 왔기 때문이다.

이 일본 서점은 유명한 ‘기노구니야 서점’이다. 면적은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세 개 층을 차지하고 있다. 층당 매장 면적도 족히 70~80평은 되어 보인다. 32번가 한인 타운의 서점과 단순히 매장 면적만 비교해도 거의 10배는 넓은 셈이다. 우리와 일본 간의 단순 사례 비교지만 ‘공평한 사회인 미국 심장부에서도 이렇게 한일 간에 10배나 차이가 나야 하나’라는 생각에 힘이 빠진다.

이용자의 숫자도 훨씬 많다. 기노구니야 서점은 층층마다 사람이 많다. 이용자도 일본인만은 아니다. 현지인도 간혹 보인다. 우리 한인 타운의 작은 서점과 확연하게 비교된다. 매장 크기, 이용자 인종, 이용자 수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일본의 '기노구니야 서점'은 맨해튼 한인 타운 내 한국 서점과  매장 면적만 비교해도 거의 10배는 넓다. ⓒ곽용석
일본의 ‘기노구니야 서점’은 맨해튼 한인 타운 내 한국 서점과 매장 면적만 비교해도 거의 10배는 넓다. ⓒ곽용석
미국 현지 서점도 쉽게 입주하기 힘든 고급 상가에서 서점을 운영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일본의 힘, 일본인들의 자금력과 문화 그리고 책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곽용석
미국 현지 서점도 쉽게 입주하기 힘든 고급 상가에서 서점을 운영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일본의 힘, 일본인들의 자금력과 문화 그리고 책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곽용석

 

활기 잃은 한인 타운, 고국 상황과 유사해

한인 타운이 몰려있는 퀸즈의 플러싱에도 예전 한인 서점이 있었으나 얼마 전 폐점했다. 그 자리에 커피가게가 들어섰다. 한국의 강남이나 홍대 앞의 상황과 아주 비슷하다. 모든 상가에 커피가게와 음식점이 채워지고 얼마 지난 후에는 중국인들이 그 상점의 운영자가 된다. 한인 교포는 다시 한 두 블록의 외곽으로 밀려 나간다. 과거 20~30년 전부터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전철역 주변 상가는 거의 중국인들이 차지하여 차이나타운이 된 지 오래다. 플러싱 중심가에서 한인 가게는 점차 사라져 가고, 기존 가게들도 활기를 잃고 빛이 바랜 채 운영되는 분위기다. 바뀌어가는 흐름을 어찌하겠느냐 만은 고국인 한국의 현재 상황과 오버랩되는 듯하여 마음이 편치 않다.

도서관학을 전공하고 첫 직장 근무를 도서관에서 시작한 사람으로서 항상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브라이언트 파크 한복판 뉴욕 공공 도서관이 바로 보이는 곳에 기노구니야 서점이 있는 것을 보며, 미국 현지 서점도 쉽게 입주하기 힘든 고급 상가에서 서점을 운영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일본의 힘, 일본인들의 자금력과 문화 그리고 책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단순한 비교에 낙담할 필요야 없겠지만, 한국과 일본 국민 간의 독서량과 맨해튼의 서점 매장 면적의 차이가 똑같음에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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