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파자마 아니면 누드?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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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파자마 아니면 누드?

2016.03.04 · 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작성
서로의 옷을 벗기는데 최소한의 하의만큼은 파트너가 벗기도록 남기는 여유를 챙기자. ⓒWavebreakmedia/Shutterstock
서로의 옷을 벗기는데 최소한의 하의만큼은 파트너가 벗기도록 남기는 여유를 챙기자. ⓒWavebreakmedia/Shutterstock

“그럼, 잘 때 다 벗고 자요?”

파자마가 없단다. 며칠 전 집 앞 카페에서 동네 지인들과 차를 마신 자리였다. 우연히 잠자리 이야기가 나왔다. 뭐, 우연은 아니다. 섹스 칼럼니스트인 내가 모임에 끼면 남녀노소 상관없이 섹스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섹스 칼럼이요? 캐리 브래드쇼!”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언급은 애교다.

“우리 부부야말로 자기한테서 섹스를 좀 배워야 하는데.”

이런 말은 제발! 정 궁금하시면 제 책을 구입하시거나 칼럼을 읽어주세요. 섹스를 배우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의 내 모습을 떠올린다. 1980년대 에로 영화 <개인교수>부터 메나지 아 트롸(3자 간 섹스), 스와핑 온갖 위험한 장면이 금세 머릿속을 꽉 채운다.

 

당신이 파자마에 투자 해야 하는 이유?

여하튼 다시 파자마 이야기로 돌아오자. 한 지인이 자신은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잘 때까지 거의 똑같은 옷을 입는다고 고백했다. “파자마가 없어요?”라고 물어보니 고개를 도리도리 한다. 순간 80/20 법칙이 생각났다. ‘파레토의 법칙’ ‘최소 노력의 원리’ 등으로 불리는 법칙으로, 20%의 노력으로 80%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 법칙의 핵심이다. 경제 분야에서 언급되는 법칙이지만 우리네 전반적인 삶에 다 적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지인의 예만 봐도 거의 20%의 옷으로 80%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나. 하지만 그 20%라는 것이 훌륭한 소재로 멋지게 재단된 옷이 아니라 여기저기 김치 국물이 튀고 목 둘레가 늘어난 티셔츠 쪼가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무엇보다 땀과 음식 냄새가 뒤섞인 옷을 입고도 파트너가 자신을 섹시하게 봐 주리라 착각하면 곤란하다. 세수만 해도 반짝이는 16살이 아니지 않나, 우리는?

어린 아이의 옷장에서 꺼내온 것 같은 핑크색 프릴과 리본 장식의 유치한 면 원피스도 안 되고, 헌 옷 보관함에서 20년은 묵은 듯 촌스러운 스웻 셔츠도 안 된다. 자신의 나이와 성격에 맞게 우아하거나 섹시 혹은 스포티한 잠옷을 준비하자. 흰색 메리야스 내의는 잠옷이 아니다. 영화 <아비정전>에서 흰색 내의를 입고 맘보를 추는 장국영이 멋진 건, 장국영이기 때문이다.

http://riceblue.tumblr.com/post/52250519309/days-of-being-wild-1990

스타일이 좋은 잠옷은 보기에 괜찮을 뿐만 아니라 당신의 진짜 나이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당신이 파자마에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섹스를 멋스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섹스가 예전 같지 않다’, ‘잠자리의 불꽃을 다시 피우는 방법을 모르겠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하다면,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단순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잠옷, 자기 존중이자 배우자에 대한 배려

섹스의 시작은 옷 벗기부터다. 집에서는 무조건 올 누드의 원시인 상태를 고수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내의는 입고 있을 거다.

사실 건강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입지 않고 자는 것이 좋다. 최근 리서치에 따르면 딱 붙는 팬티나 몸에 꽉 끼는 잠옷은 정자 생성에 악영향을 준다고 한다. 침대에서는 오직 ‘샤넬 넘버 5’만 뿌렸다는 전설의 마릴린 먼로 같은 사람도 있지만,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에게 올 누드 잠자리는 여러모로 위험 부담이 있다. 다 벗은 몸에 열광하는 것은 시작하는 연인의 몫이다.

오랜 관계일수록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유혹의 단계가 필수다. 천천히 옷을 벗는 것부터 전희다. 그 옷이 향기로운 냄새가 밴 고급 실크 소재의 파자마라면 벗기는 손길도 섬세해진다. 성기를 간신히 가리는 야한 팬티나 브래지어 차림일 필요는 없다. 너무 노골적인 의상이 때로는 이상한 방향으로 반발을 일으키게 만들기도 한다.

“나도 예쁘고 야사시한 잠옷이 있기는 한데 자주 입긴 좀 그래.”

“왜요? 옷이 헤질까봐 아까운 거예요?”

“아니. 남편이 오해할까봐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날은 남편에게 미리 오늘 샤워도 안 했다는 밑밥까지 깐다는 다른 지인의 말을 듣고 놀랐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조금 고민하더니 그 분은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요새 살이 많이 쪘어.”

결혼 후 잠자리는 한 사람하고만 섹스를 한다고 약속한 것이지 다른 사람과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의 지적, 영적 케어만큼이나 외적 관리도 중요하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에 어울리는 잠자리 옷, 자신에 대한 존중이자 함께 사는 이에 대한 배려다.

 

옷 벗기기에도 여유가 필요하다

섹스란 원래 더 하고 싶은 사람이 이끄는 행위다. 자신의 성기가 발딱 섰다고 해서 덩달아 상대방의 몸도 버튼을 누르면 바로 열이 오르는 열풍기로 변신하지는 않는다. 서로가 즐거운 섹스를 위해 워밍업 단계는 꼭 필요하다. 여자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손과 입술로 핥고, 만지고, 빨기를 20분 이상, 이건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전희 테크닉이다. 전희에 이렇게 공을 들이다 정작 본 게임에서 지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최소한 옷 벗기기라도 정성껏 하자. 잠자리에 어울리는 옷을 입었는데 처음부터 방이 깜깜하면 어떻겠나. 침대 옆 미등을 살짝 켜 놓는 센스는 탑재하자. 서로의 옷을 벗기는데 최소한의 하의만큼은 파트너가 벗기도록 남기는 여유를 챙기자. 섹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이 간단한 에티켓을 무시하고 그저 옷을 빨리 벗는 게 미덕인 양 굴었다가 애인에게 ‘노는’ 여자(사실 좀 놀긴 했다)로 찍혀 한동안 피곤했던 기억이 난다.

같은 파트너와 십여 년이 넘게 잠자리를 가져 이미 서로의 알몸은 눈감고도 그려질 만큼 익숙해도 매일 처음 보는 모습인냥 탐구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30초면 할 수 있는 일을 3분 이상 넉넉히 즐기는 태도. 이 태도를 적용하기에 가장 손 쉬운 곳은 전희, 그 중에서도 옷 벗기기다. 단추가 여러 개 달린 파자마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꼭 위, 아래 매치가 되는 잠옷을 입자. 그것도 어려우면 시작할 때만큼은 위, 아래 잠옷을 다 갖춰 입자. 내 남자가 샤워를 한 뒤 잠옷의 상의만 입고 돌아다니거나, 하반신을 시원하게 드러내놓은 채 헤어 드라이를 하고,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치실을 한다면? 자신감이 있는 건 좋은데 그런 난해한 옷차림에 내가 흥분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다. 제발 씻고 나서 하의도 같이 입고 나와 주세요, 허니!

이이미 서로의 알몸은 눈감고도 그려질 만큼 익숙해도 매일 처음 보는 모습인냥 탐구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Wavebreakmedia/Shutterstock
이미 서로의 알몸은 눈감고도 그려질 만큼 익숙해도 매일 처음 보는 모습인냥 탐구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Wavebreakmedia/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