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나는 ‘철인의 꿈’을 접지 않았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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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나는 ‘철인의 꿈’을 접지 않았다

내가 50대 후반에 트라이애슬론(3종 경기) 입문 준비를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는 환갑 전에 ‘철인’이 되는 것이다. 트라이애슬론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 나는 10년 가까이 마라톤을 한 마라톤 광(狂)이었다. 하지만 엉겁결에 마라톤을 시작했던 것과 달리 철인이 되기 위한 트라이애슬론 입문은 준비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수영과 사이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나는 트라이애슬론 입문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내가 당초 목표했던 철인은 아직 되지 못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 스포츠 

우리가 통상 말하는 철인 3종 경기는 본래 한 사람이 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순서대로 하는 트라이애슬론 ‘아이언맨 코스’ 경기(제한시간 17시간)를 일컫는다. 한마디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 스포츠다. 하지만 보통 많은 아마추어들이 하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의 3종 경기(제한시간 3시간 30분)는 ‘인터내셔널 코스’ 경기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트라이애슬론을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하면서 인터내셔널 코스로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그 후 ‘올림픽 코스’라고도 부른다.

트라이애슬론의 첫번째 종목인 수영은 조금이라도 짧은 코스로 빨리 가려는 참가자들이 뒤엉켜 서로 손발로 치고 차이는 몸싸움도 치열하다. ⓒ이광복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트라이애슬론을 철인 3종 경기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 코스의 트라이애슬론도 철인 3종 경기라고 통칭한다. 이는 1987년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트라이애슬론이 처음 소개될 당시 이 인터내셔널 코스가 먼저 알려지면서 ‘철인 경기’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데서 비롯됐다. 그 후 트라이애슬론을 코스 구별 없이 철인 3종 경기라고 하는 바람에 명칭에 약간의 인플레이션 현상이 생긴 것이다.

 

쉽지 않은 철인의 길 

물론 올림픽 코스에 참가하는 아마추어 대부분이 아이언맨 코스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고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기에 도전해서 철인이 된다. 하지만 트라이애슬론 인구가 많은 일본이나 미국,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아이언맨 코스 경기가 1년에 한두 번밖에 열리지 않고, 참가자도 500명 수준이며 그 중 60대 철인은 20명 안팎에 불과하다.

그만큼 철인이 되기는 쉽지 않다. 훈련을 열심히 한 경우라고 해도 아마추어들은 평균적으로 1시간 30분 내외 수영을 하고, 물에서 나오자마자 7시간 가까이 사이클을 타고, 사이클에서 내리면 곧바로 4~5시간 정도 달린다. 그런 극한의 시간을 견뎌내고 초죽음 상태로 결승선을 밟으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감격의 눈물을 훔친다. 한계를 넘나드는 도전에서 살아남은 자기 자신이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오전 7시에 시작한 경기는 제한시간인 밤 12시에 골인하는 선수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런 경기를 완주한 사람을 어떻게 철인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철인을 내가 꿈꾼 것이다. 사실 트라이애슬론에 입문하는 아마추어 가운데 가장 많은 부류가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다. 수영이나 사이클을 하다가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에서 큰 벽을 느낀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 수영이나 사이클에서 만나는 벽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마라톤 동호회에는 트라이애슬론을 하는 사람이 많고 트라이애슬론 동호회에는 마라톤부터 시작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엉겁결에 시작한 마라톤 

내가 트라이애슬론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마라톤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내 마라톤 입문은 정말 ‘예상 밖’의 일이었다. 50대 진입을 눈앞에 둔 어느 봄날, 술로 찌든 몸을 재생시키자며 회사 근처 헬스클럽에 등록을 할 때만 해도 달리기는 내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등록 첫날 트레이너의 안내를 받으며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시속 8km의 페이스로 2분을 달리고는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상태에 도달해 “다시는 달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한 달쯤 후 호기심 반, 오기 반의 심정으로 다시 트레드밀에 올라 1분 달리고 5분 걷기를 1시간 쯤 했고, 조금 익숙해진 며칠 후에는 2분 달리고 3분 걷기, 이어 5분 달리고 3분 걷기식으로 달리는 시간을 늘려나간 결과 6개월 후에는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헬스클럽에 마라톤을 하는 사람도 몇몇 있었지만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헬스클럽에서 어떤 마라톤 대회에 단체로 참가하기로 했고 참가자 수를 채우기 위한 트레이너의 끈질긴 권고를 이기지 못하고 나도 대회에 가서 10km 코스를 달렸다. 10km를 힘겹게 완주한 뒤 트레이너를 원망하며 투덜거렸지만 결국은 이것이 나를 마라톤 광으로 이끈 계기였다. 얼마 후에는 혼자 참가 신청을 해서 하프 마라톤을 뛰었고, 이어 선수들만 하는 경기로 알았던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기에 이르렀다.

 

신기하고 경이로운 ‘마라톤의 세계’

특히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이후 몸이 가벼워지고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신체의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고, 이 감동은 생활 태도와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항상 자신감이 넘쳤다. 내 스스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이름 지었을 정도다.

그만큼 마라톤의 세계는 신기하고 경이적이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술을 마시는 대신 운동화를 신고 나가 달렸다. 1시간 쯤 달리고 오면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엔도르핀이 솟는 게 느껴졌으며 골치 아픈 일은 이미 해법이 나와 있었다. 달릴 때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순간들을 극복하고 나면 성취감과 희열은 그만큼 컸다.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뒤져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했고, 달리는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고 어울리면서 그동안 살아온 환경과는 다른 세계를 온 몸으로 느끼고 받아들였다. 땀을 흘리며 만나고 어울린 달리기 동료들은 연락이 뜸해진 옛 친구들보다 더 가까워졌다. 성별이나 나이는 물론 직업을 초월해 모두 친구가 됐다. 20~30대 젊은 친구를 비롯해서 백발이 성성한 70대의 동호인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이들과 주고받는 마라톤 얘기는 군대 얘기보다 훨씬 재미있고 끝이 없었다.

마라톤 입문 10년이 되자 그동안 참가한 마라톤 대회가 200여회에 달했고 그 중 풀코스 완주만도 100회를 넘었다. 308km에 달하는 한반도 횡단마라톤을 비롯해 100km 이상의 울트라마라톤도 20번 넘게 완주했다. 달리는 것은 이제 생활이었다.

 

극한 스포츠,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하다

그즈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철인 3종 경기였다. 그 당시는 물론 철인 3종 경기와 트라이애슬론을 구별할 줄도 몰랐다. 하지만 철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정식으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고 거금을 들여 경기용 사이클도 장만했다. 환갑을 3년 앞두고 트라이애슬론 입문을 준비하면서 염두에 둔 것도 바로 ‘3년 내 철인 되기’였다.

사이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을 때는 자전거를 탈 수 있으면 되는 쉬운 종목으로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나 사이클이야 말로 기록 차이가 크고,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며, 유연성과 순발력이 없으면 사고가 잦은 종목이다. ⓒ이광복

수영은 나이가 있는 만큼 유연성이 떨어지는 몸 상태 때문에 1년이 다 되어서야 1km 이상을 쉬지 않고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고, 사이클은 1년이 지나도 젊은 친구들 뒤꽁무니를 따라다니기 벅찼다. 그래도 수영과 사이클을 시작 한지 1년 만에 대회 참가를 결심했다. 트라이애슬론 동호회 친구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격려에 용기를 낸 것이다.

수영과 사이클에 대한 불안감 속에 처음 대회에 참가했다. 아침 7시 여의도에서 서강대교 쪽으로 750m를 왕복하는 수영 출발을 앞두고 멀리 반환점의 부표를 바라보며 생각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제발 살아서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출발과 동시에 다른 참가자들과 온몸으로 부딪치며 부지런히 팔과 발을 움직인 끝에 한강 수위가 줄어들 만큼 물배를 채우고 40분 만에 겨우 물 밖으로 나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살아서 나온 것을 고마워 할 틈도 없었다. 곧바로 사이클에 올라탄 뒤 40km를 제정신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 될 정도의 긴장감 속에 타고, 마지막으로 10km를 달리기 위해 운동화를 신으면서 나는 비로소 안도했다. 이제 걱정했던 수영과 사이클에서 시간 초과로 컷 오프(cut off)를 당하지 않고 땅 위에 발을 디뎠으니 기어서라도 완주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더군다나 달리기는 주종목인데…

나는 참가자 1,000여 명 가운데 중하 정도의 순위로 골인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을 때보다 더 감격적이었다. 3시간을 넘기지 않았으니 시간으로 보면 마라톤 풀코스보다 훨씬 짧았지만 그 과정과 느낌은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달렸을 때처럼 길고 힘들고 벅찼다.

 

트라이애슬론을 처음 완주할 때 걸린 시간은 마라톤 풀코스 때보다 짧았지만 그 과정과 느낌은 100km 울트라마라톤을 달렸을 때처럼 길고 힘들고 벅찼다. ⓒ이광복

못다 이룬 ‘철인의 꿈’

그 후 몇 차례 더 트라이애슬론 올림픽 코스를 완주하면서 철인의 꿈을 키운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수영과 사이클에 몸을 익숙하게 만드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만큼 다른 일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집중해야 할 일거리가 늘어나는 것과 반비례해서 점점 운동시간은 줄었다. 자연히 아이언맨 코스 도전은 자꾸 미뤄졌고, 그러는 사이 환갑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러나 나는 꿈을 접지 않았다. 다만 꿈을 이룰 시기가 조금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은 내 나이를 상기시키면서 이제 철인의 꿈은 잊어버리고 마라톤으로 만족하라고 권하는 상황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얼마 전까지 그런 생각이 전혀 없지 않았다. 마라톤 동호회에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꽤 있지만, 트라이애슬론 동호회에서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금년 초 SNS를 통해 나에게 온 글 속에서 나는 다른 답을 찾았다. ‘올해에는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할 조그마한 약속 열 가지’라는 그 글의 첫 번째 약속은 이렇게 되어있었다.

“끝까지 꿈을 버리지 마세요. 다 꺼진 불씨가 살아나 산을 불태웁니다.”

아,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절대로 꿈을 버리지 말라는 이 유혹 덕분에 내 철인의 꿈은 다시 피어올랐다. 한반도 서쪽 끝인 강화도 창후리에서 동쪽 끝 경포대까지 308km를 쉬지 않고 59시간 만에 두 다리로 뛰었는데 고작 17시간이면 되는 그까짓 철인 3종을 못할까.

요즘도 나는 틈틈이 마라톤을 하고, 사이클을 타고, 수영을 하면서 아이언맨 코스 골인 지점을 통과하는 나의 땀에 젖은 모습을 꿈꾼다.

이광복(전 연합뉴스 논설주간)
이광복(전 연합뉴스 논설주간) 모든기사보기

동양통신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연합뉴스 사회.정치부 기자, 정치부장, 편집국 부국장, 논설주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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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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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식 2016-03-28 00:05:29

    젊은그대 선배님,, 멋지십니다
    저도 여지껏 숨겨왔던 닉네임(짝퉁철인)을 공개하고 바꿀때가 온 것 같아요,,,ㅎㅎ
    올 8월 여주로 정했습니다. ^^

  • 타로 2016-03-25 01:12:34

    좋은 글을 감사합니다.
    읽고 나서 가슴속의 무언가
    말할수 없는 힘이 다시금 꿈틀 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목표하신바 꼭 이루이길
    기원합니다.(((((힘)))))

  • 잠미 2016-03-24 21:49:07

    어린 나이에 저는 벌써부터 이건안되 이제는 못해 이러는데 그런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 하늘이야 2016-03-24 16:16:40

    기사를 읽고나니 2년여간 쉬고있던 심장이 다시 쿵쾅거리네요~~

    결승선에서 느낄 수 있는 가슴벅찬 감동을 위해 화이팅입니다.!!


  • 홍용걸 2016-03-24 13:53:16

    기사 잘 읽었습니다.
    한반도 횡단 마라톤 완주까지.. 대단하십니다.

    "...나의 땀에 젖은 모습을 꿈꾼다." 가슴 뜨거워집니다!
    아이언맨 (((힘))) ^^

  • 땅콩 2016-03-24 12:32:05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사 잘 읽었습니다.
    “끝까지 꿈을 버리지 마세요. 다 꺼진 불씨가 살아나 산을 불태웁니다.”
    꿈을 위한 전진 멋집니다....(((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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