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는 등산로를 이용해야 하는 까닭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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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는 등산로를 이용해야 하는 까닭

왜 내겐 좋은 곳에 있으면서도 맘에 안 드는 것들만 보일까? 화창한 봄날 산길을 걸을 때도 그렇고 오랜만에 들른 명승지 여행길에서도 그렇다. 좋은 풍광들 즐기기에도 바쁜데 왜 이상한 행태들이나 잘못된 흔적들만 보이는지 모르겠다. 어느 친구의 말처럼 좋은 것들이 더 많으니 그것을 즐기면 될 텐데. 그런 충고를 자주 들으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것은 내 편협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속 좁게 ‘사회적 공동선’을 해석하는 탓일까? 옛 시절의 어느 선비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이룬다’고 읊었는데 나는 이 편협함 때문에 마음의 평안을 누리지 못 하는가 보다.

등산할 때 곁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Sergey Rybin/Shutterstock
등산할 때 곁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Sergey Rybin/Shutterstock

 

곁길 만드는 사람들

며칠 전 서울 광나루 근처의 아차산에 올랐다. 높지도 않은 데다 산길들이 완만해 주중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다. 특히 산길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풍광들은 정말 일품이다. 미사리 근처에서부터 멀리 반포대교까지 한강이 새파란 띠처럼 고층 빌딩숲이 우거진 도시를 가로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높고 낮은 산들이 멀리서 가까이서 서울을 둘러싸고 있었다. 마침 그날은 청명한 하늘에다 바람도 간간이 기분 좋게 불어 산행엔 최상의 날씨였다. 양지 녘엔 마른 풀잎 사이로 파릇파릇 새 풀들이 돋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로 연두색 새잎들을 펼치고 있었다. 그야말로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느새 눈살을 찌푸리며 어느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곳엔 정식 등산로를 벗어나 새로 생긴 길이었다. 요즘 대부분의 산길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등산로 정비를 잘 해 두었다. 경사가 심하거나 위험한 곳은 아예 나무나 철로 계단을 만들어 두었다. 또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밧줄로 금줄을 쳐서 들어가지 말라는 푯말을 붙여 둔 곳도 많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튼튼한 계단 길을 피하거나 금줄 밖으로 나가 샛길을 만들어 댄다.

출입금지 표지판을 무시하는 등샌객들이 있다. ⓒSergey Naryshkin/Shutterstock
출입금지 표지판을 무시하는 등샌객들이 있다. ⓒSergey Naryshkin/Shutterstock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계단 길은 일반 산길보다 올라가기가 조금은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또 이른 봄철엔 땅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흙길들은 진창길이 되는 곳이 많다. 힘들다고 계단 대신 옆으로 다녀 옆으로 필요 없는 새 길이 생긴다. 또 진창길이 싫다고 길옆의 풀밭을 마구 밟고 다니는 바람에 풀들은 밟혀서 죽고 곁길이 또 하나 생기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정식으로 관리하려고 만든 길보다 마구 생긴 샛길이 훨씬 더 많은 산도 부지기수다. 이런 현상은 흙이 많고 찾는 사람들이 많은 근교의 야산들일수록 심하다.

 

출입금지(禁止)를 출입금지(金地)로 착각

출입금지 표지판도 있으나마나고 큰돈 들여 튼튼한 자재로 만든 안전한 계단 길도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 앞에 버젓이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 술판까지 벌인다. 심한 곳은 표지판을 뒤로 돌려놓거나 뽑아서 잘 안 보이는 수풀 속에 던져 놓은 곳도 있었다.

그날 내가 오른 아차산도 예외가 아니다. 이곳은 고구려 변방이었기에 군사용 보루유적들이 많아 국가에서 큰돈을 들여 오랫동안 정비를 했다. 그 정비기간 동안 출입을 못하도록 철책도 세우고 출입금지 안내판도 여러 개를 세워두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철책을 돌아서 유적지를 밟고 다녔고 안내판은 본 체도 않고 드나들었다. 그 바람에 반들반들 새 길이 나면서 애써 해놓은 유적지 정비가 무색해지고 말았다.

급기야 나라에서는 정비한 보루들에 새로 생긴 길을 막는 대신 울며 겨자 먹기로 말뚝을 박고 밧줄을 이어 가이드라인을 설치해 그 안쪽으로만 다니도록 했다. 그런데 보루들 위에는 정비를 위해 잡목을 베어내고 정지를 한 덕에 평평한 공터들이 많이 생겼다. 그 공터들은 물론 가이드라인 밖에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새로운 현상들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가이드라인을 넘어들어가 이곳들을 먹고 마시고 노는 장소로 변질시키고 말았다.

산은 심신을 쉬며 위로받는 곳이다. ⓒMaxim Tupikov/Shutterstock
산은 심신을 쉬며 위로받는 곳이다. ⓒMaxim Tupikov/Shutterstock

산은 함께 즐기고 아끼며 세파에 찌든 심신을 재충전하는 곳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조금 불편하다고 샛길을 만들고 쉬기에 편하다고 금지구역에 마구 들어간다. 세상을 많이 산 노인들일수록 더 이런 추태를 서슴지 않는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유달리 불편해하는 내가 정말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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