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발밑에 있는 커다란 우주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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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발밑에 있는 커다란 우주

어릴 때부터 높은 이상을 품고 멀리 보고 큰 꿈을 가지라고 배웠다. 부모는 물론 학교의 선생님들, 선배 그리고 수많은 책들이 그런 것을 우리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모두 높은 곳에 뜻을 두고 멀리 내다보며 큰 포부를 갖고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는 사고에 갇혀 있었다.

이제 70을 바라보며 위를 보고 정신없이 내달려 온 삶이 권력, 재물, 출세, 명예 등을 허겁지겁 쫓은 허망한 삶이었음을 깨닫는다. 원대하고 높은 것을 향한 욕망으로 겁 없이 호랑이 등에 올라타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 순간 호랑이 등에서 내팽개쳐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생존을 위해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결코 최선의 길, 후회 없는 삶이 아니었음을 실감한다.

위를 보고 정신없이 내달려 온 삶이 허망하게 느껴질 때 발 아래를 보게 된다. ⓒ방민준
위를 보고 정신없이 내달려 온 삶이 허망하게 느껴질 때 발 아래를 보게 된다. ⓒ방민준

 

위만 보고 살던 날들의 안내서

높게 그리고 멀리 바라보아야 한다는 삶의 방식은 내 경우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원제: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가장 멀리 보는 새가 가장 높이 날며,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난다.

이 한 구절을 대하는 것만으로 책이 전해주고자 하는 심오한 뜻을 모두 흡수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1970년 미국에서 발표돼 미국 문학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였던 <갈매기의 꿈>은 당시 젊은이의 필독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손에 든 젊은이들은 쉽게 주인공 갈매기인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 되어 큰 이상을 품고 높이 날고 멀리 보며 그 이상을 실현하라는 메시지를 진리로 받아들였다.

이 책이 인간의 한계를 딛고 무한한 능력에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으로 소개되면서 일부 성직자들은 “신의 영역에 도전한 오만의 죄로 가득한 작품”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갈매기의 꿈>은 젊은이들에게 일상을 벗어난 원대한 꿈을 심어주었다.

비슷한 케이스로 1960년대 초,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20대 청년 사카모토 큐(坂本 九)가 부른 노래 ‘위를 보고 걷자’가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인기몰이를 하면서 젊은이들의 시야를 발아래가 아닌 위로 이끄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1961년 토시바 레코드가 발매한 이 노래의 싱글음반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데 이어 1963년 미국에서도 싱글로 발매되어 빌보드 차트에 3주나 연속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전 세계에서 1300만 장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본 노래로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영어제목으로 ‘I Look Up When I Walk’라고 붙였으나 음반사에서 외국인에게 친근할 것이라는 이유로 일본식 불고기전골 이름인 ‘Sukiyaki’라는 타이틀로 소개되었다. 일본어 가사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위를 보고 걷자 / 눈물이 넘쳐흐르지 않게 / 생각이 나는 봄날 / 혼자뿐인 밤

위를 보고 걷자 / 번지는 별을 세면서 / 생각이 나는 여름날 / 혼자뿐인 밤

행복은 구름위에 / 행복은 하늘위에

위를 보고 걷자 / 눈물이 넘쳐흐르지 않게 / 울면서 걷는

혼자뿐인 밤 / 생각이 나는 가을날 / 혼자뿐인 밤

슬픔은 별의 그늘에 / 슬픔은 달의 그늘에

위를 보고 걷자  / 눈물이 넘쳐흐르지 않게 / 울면서 걷는

혼자뿐인 밤 / 나 혼자뿐인 밤

이 노랫말을 쓴 에 로쿠스케(永 六輔)는 1950년대 말 일본을 뒤흔든 미일 안보조약 반대 시위에 참가하면서 느낀 좌절감에서 이 시를 썼다고 하는데 가사에는 그런 내용이 없어 대중에겐 젊은이의 사랑의 상처를 노래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전후세대에 크게 어필했다.

일본노래를 금기시하던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행을 했는데 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직후 한류스타로 인기가 높던 이병헌이 위로곡으로 이 노래를 불러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발아래에서 얻게 된 경이로운 것들 

돌이켜 보면 우리 인생을 헛되게 한 상당부분이 지나치게 위를 보고 살아온 때문이란 생각 떨쳐버릴 수 없다. 바쁜 일상에서 물러나 산과 들로 나갈 기회가 많아지면서 아래를 보고 걷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 것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50줄을 넘어 들판이나 숲을 거닐며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다 은퇴해 숲을 드나들 기회가 잦아지면서 저 멀리와 위가 아닌 발아래에 펼쳐진 세상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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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이나 숲을 거닐며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방민준

야생화의 세계가 이렇게 넓고 깊고 풍부한지 놀랐다. 야생화 중에서도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들, 시멘트 틈새나 블록 사이, 아스팔트 틈새에 핀 작은 풀이나 꽃의 아름다움은 그렇게 경이로울 수가 없다.

숲속의 바위 밑 작은 구멍이나 개울가 바위틈에 쳐진 거미줄은 인간들이 얼마나 복잡하게 삶을 영위하는가를 되돌아보게 해준다. 사람 눈에는 무엇이 저 작은 거미줄에 걸릴까 싶겠지만 거미줄을 친 거미는 언젠가는 먹이가 될 작은 벌레가 나타날 것을 확신하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벌레들의 아름다운 색깔과 생김새, 섬세하기 그지없는 신체구조와 움직임을 보노라면 인간문명의 미래가 먼 데 있지 않음을 실감한다. 하긴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의 이기란 것이 결국은 동물세계의 그것을 모방하거나 흉내 낸 것에 불과하다는 게 사실이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닐 수도 있겠다.

아래를 보고 걸으며 발아래에서 벌어지는 세계를 접하면서 우주는 결코 저 텅 빈 하늘 너머가 아니라 바로 발밑이란 것을 실감한다. 멀리 높이 그리고 큰 꿈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인지도.

위를 보고 걷다 돌부리에 부딪혀 낙상사고를 당하는 위험도 예방할 수 있으니 아래를 보고 걷는 것은 인생 후반의 전성기를 사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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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래를 보고 걸으면 돌부리에 부딪혀 낙상사고를 당하는 위험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다. ⓒ방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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