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탕의 여섯 가지 비밀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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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중탕의 여섯 가지 비밀

구닥다리 대중탕의 매력

혹시 일본의 공중목욕탕에 들어가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사우나와 휴게 시설이 잘 갖춰진 현대식의 고급 목욕탕 말고 구닥다리 대중탕 말입니다. 고급 목욕탕은 일본에서도 사우나라고 불리지만 지역에 따라 대략 500엔 안팎의 입장료를 받는 대중탕은 센토(錢湯)라고 부릅니다. 동전의 ‘전’과 뜨거운 물을 뜻하는 ‘탕’이 결합돼 만들어진 단어이니 소액의 돈을 내고 들어가는 뜨거운 욕탕이라고 해석하면 무난할 것 같습니다.

센토를 처음 방문한 한국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도심이나 아파트 상가 빌딩의 지하에 자리 잡고 있는 게 대부분인 한국의 대중탕들과 달리 센토는 대개 주택가 골목의 후미진 곳에 조그만 간판을 달고 들어서 있습니다. ‘~~ 탕’이라는 식의 간판을 입구 위에 붙여놓고 말이지요. 사정이 이러하니 바다 건너 멀리서 찾아온 한국 여행자들의 눈에는 대중목욕탕인 센토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초라하기까지 합니다.

일본 주택가 골목. ⓒJapan Image/Shutterstock
센토는 대개 일본 주택가 골목의 후미진 곳에 조그만 간판을 달고 들어서 있다. ⓒJapan Image/Shutterstock

한국인을 놀라게 하는 센토의 또 한 가지 특징은 한국과 너무도 다른 영업시간입니다. 목욕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한국에서는 대개 아침 새벽에 대중탕을 단골로 다니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밤 사이에 쌓인 피로나 과음으로 생긴 숙취도 뜨거운 물과 냉탕을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노라면 말끔히 씻겨 나가고 몸은 새처럼 가벼워지지 않습니까?

이 맛, 이 기분에 목욕 마니아들은 귀한 집이 아닌 근처 목욕탕에서 아침마다 귀한 돈을 내고 온·냉탕에 몸을 맡기며 땀을 쭉쭉 흘리는 것일 겁니다. 물론 저 역시 과음으로 망가진 몸을 추스르고 술 냄새를 털어내겠다며 눈을 뜨자마자 어두운 새벽에 대중탕으로 달려간 적이 수두룩합니다.

 

오전에는 문을 닫는 센토

그러나 일본의 센토는 한국의 새벽 목욕 마니아들이 결코 넘을 수 없는 장벽입니다. 오전에는 문을 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센토의 영업시간은 대개 오후 3시부터 밤 12시까지입니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은 대략 해가 지고 난 후인 저녁 6시부터 11시 사이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쌓인 피로를 풀면서 몸을 깨끗이 한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겠다는 것이지요. 한국에서와 같이 아침 일찍 대중탕에서 피로와 숙취를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집에 돌아와 센토에서 푹 쉬는 목욕 문화가 오래 전부터 뿌리내린 것이 두 나라 간의 결정적 차이가 된 셈입니다. 자연 센토 앞에는 간단한 심야주점이 두세 군데씩 자리 잡고 있기 마련입니다. 목욕을 마친 단골, 또는 동네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생맥주 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즐기다 돌아가는 사랑방과도 같은 그런 주점들 말입니다.

센토와 한국 대중탕 사이에는 들어가 눈으로 확인해 봐야만 알 수 있는 차이점이 또 있습니다. 한 눈에 딱 알 수 있는 내부 시설 차이입니다. 우선 센토의 수도꼭지는 한국 대중탕과 완전 다릅니다. 한국에서도 60년대에나 사용했을 법한 낡은 꼭지입니다. 여러분들 혹 기억하시나요? 손으로 누르고 있어야 물이 나오고, 떼면 바로 끊어지는 그런 수도꼭지 말입니다.

손으로 누르고 있어야 물이 나오는 센토의 수도꼭지. ⓒKPG_Payless/Shutterstock
손으로 누르고 있어야 물이 나오는 센토의 수도꼭지. ⓒKPG_Payless/Shutterstock

센토에서는 온수는 빨강, 냉수는 파랑의 캡이 씌워진 꼭지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샤워기도 많지 않습니다. 칸칸마다 시원하게 물이 쏟아지는 샤워기가 즐비한 한국의 대중탕을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난 후 눈치껏 잽싸게 잠깐 이용하고 자리를 비워줘야 합니다. 이러니 물이 허투루 쏟아져 내릴 걱정이 전혀 없습니다. 낭비벽이 심한 사람을 두고 한국에서는 “돈을 물처럼 쓴다”는 표현을 갖다 대지만 센토에서는 이런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허투루’라는 단어가 발붙일 곳이 조금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물샐 틈 없는 절약 정신이 바닥부터 깔린 곳이 센토입니다.

 

볼품없는 시설, 볼품 있는 예절

센토와 한국 대중탕의 또 다른 점은 인심에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목욕 가실 때 개인용 화장품과 머리 말리는 드라이기를 가지고 가시는지요? 십중팔구는 그저 맨 손으로 가실 겁니다. 목욕탕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어도 수건은 물론이고 화장품과 드라이기가 완벽하게 비치된 것이 한국 사정입니다. 따로 준비해 갖고 가야겠다고 화장품 등을 챙긴다면 오히려 가족들로부터도 “깔끔 떤다”는 핀잔을 살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센토는 다릅니다. 탈의실에 거울 하나 달린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자신이 쓸 화장품은 가지고 가야 합니다. 머리를 말리려면 동전을 넣어 사용하는 자동드라이기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맨 손으로 가도 아무 불편 없는 한국 대중탕에 비하면 인심이 고약해도 너무 고약한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센토가 한국 대중탕에 비해 뒤지는 또 하나는 낡아 빠진 부대시설입니다. 협소하고 낡은 것은 물론이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여럿 있습니다. 디지털 저울 대신, 올라서면 휘청하고 바늘이 돌아가는 낡은 옛날 체중계를 그대로 쓰는 곳도 아직 있습니다.

올라서면 휘청하고 바늘이 돌아가는 낡은 옛날 체중계. ⓒsumroeng chinnapan/Shutterstock
올라서면 휘청하고 바늘이 돌아가는 낡은 옛날 체중계. ⓒsumroeng chinnapan/Shutterstock

옷장과 신발장 열쇠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네모난 판의 한 귀퉁이를 파내 만든 그런 것이거나 심지어는 나무 조각으로 된 것을 그냥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신발장 옆에는 신발을 닦아주는 미화원이 열심히 일하고 있고 옷장은 도난사고 방지를 위해 최신식 전자키를 부착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 한국의 대중탕 풍경과 비교한다면 시설 현대화에서 뒤져도 새까맣게 뒤졌다는 조롱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지금부터 제가 털어놓는 센토 칭찬에 잠깐 귀를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센토에는 흉볼 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손님들의 마음씨가 있습니다. 어느 센토를 가나 옆 사람에게 물을 튀기지 않으려 조심하고 물을 아껴 쓰려는 예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도록 큰 소리를 내는 일도 없습니다. 큰 소리로 떠들거나 흥얼거리는 사람은 더더욱 없습니다. 냉탕에서 물장구를 치거나 수영을 하는 어린이 손님도 없고 바닥에 오일을 쳐 발라 놓은 어른 손님도 없습니다. 때를 미는 손님 역시 없습니다. 물소리만 나지 않는다면 조용한 음악 감상실이나 독서실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 때도 있습니다. 현대식 사우나 도크를 따로 갖춘 곳은 거의 없어도 고온의 뜨거운 물속에 가만히 들어앉아 편안한 마음으로 피로를 털어낼 수 있습니다. 자신만 조심한다면 얼마든지 느긋하게 몸과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컨디션을 높이 끌어올릴 수 있는 곳이 센토인 셈이지요.

 

인정이 대물림 되는 곳

제가 기억하는 센토의 또 하나 특징은 대물림 문화에 있습니다. 2대, 3대에 걸쳐 주인 자리를 가족끼리 물려받는 곳이 수두룩합니다.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재원의 며느리가 나이든 시어머니로부터 자리를 이어받아 목욕탕 입구 작은 의자에서 500엔 안팎의 입장료를 받고 손님들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도 센토에서는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권리금을 잔뜩 받아 챙기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시설 개·보수를 하지 않고 엉망인 상태로 버티다 결국은 문을 닫고 만 한국의 대중탕을 수두룩이 보아왔던 저로서는 센토가 신기하고 인정 넘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센토처럼 일본은 전통을 대물림하는 문화가 있다. ⓒPerati Komson/Shutterstock
센토처럼 일본은 전통을 대물림하는 문화가 있다. ⓒPerati Komson/Shutterstock

여러분, 어떻습니까? 제가 늘어놓은 일본 센토 이야기가 균형을 잃고 칭찬에 너무 기울었나요? 그랬다면 제 잘못이니 우선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저의 글들에서도 누차 말씀드렸듯이 일본이라는 이웃의 문화와 사람들의 생각은 우리와 판이하게 다른 게 너무도 많습니다. 얼굴색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오랜 세월의 식민지배 탓에 말과 습관에서 닮은 점이 적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는 일본을 너무 가볍고 쉽게 생각하거나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이웃으로 깎아내리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저는 일본에 관한 저의 짧은 생각과 경험을 기회 닿는 대로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입니다. 오늘의 센토 이야기 또한 그러한 배경을 바탕에 깔고 있음을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갈지 저는 이 글을 마친 후에도 치열하게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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