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취재 60여일의 잊지 못할 순간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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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취재 60여일의 잊지 못할 순간들

1982년, KBS 취재팀은 60여일의 아프리카 취재를 떠났다. 필자는 케냐를 시작으로 자이레(콩고), 가봉,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세네갈까지 아프리카 동서를 횡단하며 겪은 잊지 못할 순간들을 정리해 본다.

# 1 매일 눈을 뜨면 말라리아 약을 먹고 시작한다

아프리카로 출발하기 열흘 전부터 말라리아 약을 먹었는데 아프리카에 도착하니 모두 한마디씩 한다. 조심하라고. 얼마 전에는 이런 사람도 걸렸고 저런 사람은 사망했다고… 말라리아 약은 예방약이 아니다. 몸 안에 말라리아 균 10개가 침입하면 9개까지는 죽일 수 있는 독한 약이다. 간 손상은 물론 구토, 두통을 동반한 다양한 부작용의 위험을 가진 이 약을 매일 먹는 것이다.

 

# 2 취재팀 막내가 말라리아에 걸리다

아프리카 두 번째 나라 자이레(현재 콩고 민주공화국)에서 오전 취재를 마치고 이동하는데 뒷자리에 앉은 동료가 시트를 발로 찬다. 돌아보니 취재팀의 막내가 말을 못한다.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 것이다. 응급상황이었다. 급하게 병원으로 차를 몰아 진찰을 받았다. 의사는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라리아에 걸렸으니 매일 1개씩 먹던 약을 2개씩 먹으란다. 그리고 시원한 곳에서 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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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은 동쪽 케냐에서 자이레(콩고), 가봉,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그리고 세네갈까지 아프리카 동서를 2개월 동안 횡단하는 일정이었는데, 두 번째 방문국인 자이레에서 취재팀의 막내가 말라리아로 눕게 된 것이다. ⓒ황성규

취재팀은 동쪽 케냐에서 자이레(콩고), 가봉,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그리고 세네갈까지 아프리카 동서를 2개월 동안 횡단하는 일정이었는데, 두 번째 방문국인 자이레에서 취재팀의 막내가 말라리아로 눕게 된 것이다.

그는 케냐의 마사이족을 취재할 때 어깨에 녹화기를, 또 한 어깨에는 조명용 배터리를 메고 양 손에는 조명과 마이크를 들고 다녔다. 인터뷰 도중 파리가 입으로 들어와 재채기도 못하고 삼켜버린 독종인데 지금은 참기 힘든 고통을 호소한다.

 

# 3 가봉으로 이동하다

한국과 아프리카의 최초 수교국인 가봉에는 많은 한국교민이 살고 있다. 한국산 포니 승용차도 볼 수 있다. ⓒ황성규
한국과 아프리카의 최초 수교국인 가봉에는 많은 한국교민이 살고 있다. 한국산 포니 승용차도 볼 수 있다. ⓒ황성규

자이레(콩고)취재를 급히 마무리하고 다음 나라인 가봉에 입국했다. 거리에는 한국산 포니 승용차가 달린다. 교민들도 많았다. 말라리아에 걸린 취재팀 막내를 한국으로 후송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한국 의사가 연락이 되어 왕진을 오게 되었는데 아프리카 풍토병은 아프리카에서 고치고 가야 한단다. 결국 그가 힘들겠지만 이곳에서 고쳐서 함께 귀국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는 발병 열흘 만에 털고 일어섰다. 그리고 마이크 테스트를 할 때 ‘하나 둘 셋’이 아니고 ‘모기를 박멸하자’라고 소리친다.

 

# 4 통역이 어렵다

아프리카 대륙은 전 세계 인구 7분의 1이 살고 있다. 이 대륙에 있는 국가는 56개지만 사용하는 언어 수는 확인된 것만 따져도 2,000개가 넘는다. 공용어 역시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다양하다. 일찍이 여러 나라들이 아프리카로 진출해 서로 지배하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도 지배당했던 나라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세종대왕의 덕분에 이런 신세를 면한 것이 정말 다행이다. 잠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아프리카 오지에서의 인터뷰는 3단 통역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어로 물으면 불어로, 다시 현지 아프리카 언어로 이어지고 답변도 역순으로 돌아온다.

 

# 5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가 힘들다

‘선착순’이라는 말은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1982년 아프리카에서 국내선을 타고 이동하려면 예약 없이 공항에서 표를 선착순으로 구매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짐은 각자 손에 들고 저울에 오르고 다시 맨몸으로 저울에 오른다. 그 무게 차이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자신의 짐을 모두 들고 버스를 타서 활주로로 이동한다. 비행기 앞에서 버스가 서면 선착순으로 또 한 번 선다. 짐을 들고 비행기에 오른다. 좌석표가 없다. 먼저 올라앉는 곳이 내 자리다.

 

# 6 무장 경호를 받으며 취재를 하다

나이지리아에서 시장에는 정말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많이 모일 때는 ‘새까맣게 모였다’고 한다. ⓒ황성규
나이지리아 시장에는 정말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많이 모일 때는 ‘새까맣게 모였다’고 한다. ⓒ황성규

나이지리아에서 시장 촬영을 나간다. 정말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많이 모일 때는 ‘새까맣게 모였다’고 한다. 정말 새까맣다. 무장 경호원이 앞뒤로 막아 취재팀의 진로를 확보한다. 여러 장면을 촬영하고 인터뷰를 하고 Made in Korea 상품도 찾아 카메라에 담았다.

 

# 7 사진으로 성공한 한국인을 만나다

이곳에는 용감한 한국인이 진출해 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사진관을 한다. 아프리카인들은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사진을 뽑으려면 일주일 이상이 걸렸단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까지 그랬다. 이곳에서 맡긴 필름을 영국으로 보내 인화해서 다시 이곳으로 우편으로 보낸다. 당연히 분실률이 높다. 그런데 당시 한국 사진관에는 24시간 서비스로 필름현상과 사진 인화가 가능했다. 이점을 착안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기계를 설치, 사진관을 열었다. 대박이다. 10개 이상의 가게를 오픈했다. 맡긴 지 하루 만에 사진을 보다니 아프리카인들은 대만족이다.

 

# 8 아프리카에서 맛본 삶은 계란은 꿀맛이다

세네갈에서 감비아까지 다녀오는 동안 취재팀은 오지의 식당을 여러 번 찾아갔다. 세상의 모든 파리는 식당에 다 모인 듯하다. 바닷가이니 생선을 먹어보려 했는데 파리 때문에 실패다. 콜라를 주문했다 찬 콜라가 있을 리 없다. 그러다 터득했다. 파리가 콜라를 제일 좋아한다는 사실을. 옆 테이블에 콜라를 쏟았다. 파리가 새까맣게 덤벼든다. 그 사이 특별히 부탁한 삶은 계란을 주문해서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 9 돌아와서 알았다

1982년 8월 16일부터 9월 1일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의 아프리카 4개국(케냐, 나이지리아, 가봉, 세네갈) 순방이 발표 됐다. 특별 편성된 ‘아프리카’ 5부작을 제작하여 방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