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섹시 디바 김완선의 유쾌한 봄날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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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섹시 디바 김완선의 유쾌한 봄날

2016.04.08 · HEYDAY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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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완선에게 붙어 다니는 수식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조 섹시 디바’는 엄정화나 이효리, 현아와 같은 걸출한 후배 섹시 여가수가 탄생할 때마다 거론되는 수식어다. ‘한국판 마돈나’ 역시 춤과 노래를 겸비한 댄스 여가수인 그녀를 설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녀는 ‘10대 댄스 여가수의 효시’였다. 데뷔 당시 열일곱 살이었으니 그 나이 또래 가수 중에는 단연 으뜸이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군 생활을 했던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그녀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군통령’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그녀의 이름 앞에 ‘방부제 미모’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닌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완선. 그녀가 헐렁한 체크무늬 티셔츠 차림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발랄하고 상큼하게 시작된 봄도 주눅 드는 듯했다.

‘방부제 미모’라는 찬사가 나이 든 중년 여성에게 던지는 수식어이기 십상이지만 그녀에겐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음악적으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가수이자 몸매와 춤 솜씨 또한 녹슬지 않은 그녀는 요즘 출연하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불타는 청춘’을 보내고 있었다.

 

데뷔 30주년을 맞았는데 잘 믿겨지지 않네요.

한 3년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30년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아요. 열일곱 살 소녀가 축지법을 써서 내일모레면 오십 세가 되는 중년으로 날아온 느낌이랄까. 저 스스로가 30주년을 맞은 가수라고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퍼요. 30년이란 세월 동안 한 가지 일을 했으면 엄청난 내공을 쌓았어야 할 텐데 저는 뭐 해놓은 게 없거든요. ‘일신우일신’이라고 해마다 조금씩 발전한 모습을 팬 여러분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워요.

 

아날로그 시대에 가수 활동을 시작해서 디지털 시대까지 온 셈이네요. 디지털 시대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요?

세상이 많이 달라졌죠. 데뷔할 때 LP 음반을 냈는데 지금은 CD를 지나서 디지털 싱글 시대가 됐어요. 바둑 최고수를 인공지능 로봇이 꺾는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여전히 아날로그인 것 같아요. 아날로그가 정감 있고 따뜻해요. 아직까지 컴퓨터를 쓰지 않고 노트를 쓰고 있어요. 노트에 메모도 하고 곡도 쓰고.

 

요즘엔 중·고등학교 시절에 데뷔하는 후배 가수들이 대부분인데 격세지감을 느끼겠어요. 김완선 씨가 데뷔할 당시만 해도 거의 없었잖아요?

저는 연습생 가수 1호예요. 이모이자 매니저였던 한백희 사장님 덕분에 중·고등학교 때부터 철저하게 만들어졌어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연습하고.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개인 교습으로 작곡 공부까지 했거든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제 이모가 확실히 시대를 앞서갔던 분 같아요. 요즘 10대 후배 가수들은 부모님의 지원 아래 가수 준비를 하니까 훨씬 편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러울 때도 많아요.

 

30주년을 맞는 해여서 음악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싱글로 발표한 록발라드 곡 ‘강아지’는 정말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어요.

가사 내용은 헤어진 연인이 그리워서 잊지 못하는 내용이죠. 그런데 실상은 이 땅의 유기견들을 위해 만든 노래죠. 뮤직비디오도 제 팬이 그런 내용을 담아 만화로 제작했는데 의외로 주변 반응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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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는 30주년 기념 공연을 해요. 6월 11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대전과 대구, 부산과 광주에서도 공연할 예정입니다. 제가 해온 30년을 총결산하는 무대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떨리고 기대돼요. 연말에는 그동안 냈던 싱글들을 모은 기념 앨범도 계획하고 있어요.

댄스곡도 발표했죠?

네, ‘유즈 미’라고. 킹캔이라는 젊은 친구가 쓴 곡이죠. 예전에 해왔던 제 댄스곡들이 어두운 면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밝고 경쾌한 댄스곡입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격렬한 댄스를 곁들인 곡은 아니죠, 저도 나이가 있잖아요. 요즘 10대의 발랄함을 제가 어떻게 따라가겠어요. 하하.

 

2011년 컴백하면서 매년 거르지 않고 디지털 싱글과 미니앨범을 냈는데 음악적 변화가 느껴져요.

매번 실력 있는 후배 가수들과 함께 작업했어요. 인디 그룹이나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가수들하고요. 그룹 비스트의 용준형이랑 함께 부른 ‘비콰이어트’도 있고 힙합풍의 노래 ‘굿바이 마이 러브’도 발표했어요. 미니앨범에 있는 에피톤 프로젝트와 작업한 ‘오늘’, 클래지콰이와 함께 만든 ‘캔 온리 필’도 아끼는 노래죠. 댄스에 집중하기보다는 음악과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이제 팬들이 저에게 춤을 기대하지 않는 것 같아요. 또 더 이상 섹시하지 않잖아요. 하하.

 

요즘 들어 복고풍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80년대와 90년대 노래가 많이 리메이크되면서 사랑받는데 어떤가요?

예전 노래가 다시 나오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제 노래뿐 아니라 제가 활동하던 시대에 유행하던 노래들이 나오잖아요. 저도 어릴 때 스팅이나 킹 크림슨, 이글스, 퀸의 노래를 들으면서 음악을 좋아하게 됐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도 그럴 것 같아요. 저의 20대는 영광도 있었지만 상처도 많았죠. 댄스 가수는 노래를 못한다는 편견, 또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편견 등이 저를 가로막았죠. 데뷔 때부터 주목받았지만 5년 만에야 순위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해봤거든요. ‘나만의 것’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가장무도회’가 잇달아 1등을 했죠. 보수적인 어른들 때문에 평가절하 된 부분도 없지 않아요.

 

부모님이 결혼을 서두르지는 않나요?

부모님은 울릉도에 놀러 가셨다가 너무 좋다면서 몇 년간 눌러 사시는 분들이죠. 그만큼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분들이거든요. 최근에 저의 집 근처로 이사 오셨는데 언니들이 다 결혼해서인지 다행히 결혼 얘기는 잘 안 하세요. 제가 딸 다섯 중에서 셋째 딸이거든요. 왜 보지도 않고 데려간다는. 막냇동생도 결혼해서 제 옆집에 살아요. 조카만 여섯 명이다 보니 아이에 대한 갈증도 좀 덜하죠.

 

요즘 출연 중인 SBS <불타는 청춘> 때문에 완선 씨에 대한 대중의 시각이 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창 인기 있었을 때 대만과 홍콩으로 건너가서 4년 동안 활동했고, 2년 넘는 시간 동안 디자인 공부하느라 하와이에서 살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에 대한 이미지가 10년 전 저 너머에 머물러 있었어요. 근데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가 털털하고 편안한 데다 허당 이미지로 나오니까 요즘엔 다들 스스럼없이 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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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때는 나이를 잊고 살아요. 그런데 숫자라는 게 묘해서 문득 그 숫자를 확인하면 어쩌다 내가 벌써  이런 나이가 됐을까 한숨도 나와요. 그리고 가끔 거울을 보다가 내 얼굴에서도 이제 세월이 느껴지는구나 생각해요. 그런데 결혼을 안 하고 자식도 없어서인지 아직 철이 없어요, 또 철들고 싶지도 않고요. 영원히 철부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으세요?

저는 이장희 선생님을 참 좋아해요. 평소에 참 따뜻하게 대해주시면서 이런저런 조언도 많이 해주시죠.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인생은 이렇게 사는 거야’라고 몸소 보여주세요. 이장희 선생님처럼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면서 자신의 삶을 늘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제 꿈이죠.

 

전성기는 언제라고 생각하나요?

팬들은 제가 한창 활동하던 1990년대를 전성기로 꼽겠죠. 그런데 저는 ‘지금 이 순간’이 전성기인 것 같아요. 나이가 주는 선물은 편안함인 것 같아요. 젊었을 때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소중해지고,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는 지금의 제가 너무 좋아요. 음악이나 무대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서 좋고요.

 

<헤이데이> 독자 여러분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봄입니다. 인생에서 봄은 중년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기나 청년기가 너무나 많은 고민과 공부 그리고 일 때문에 좋은 줄 모르고 힘들게 지나가잖아요. 그렇지만 중년엔 고민도 적당히 나눌 줄 알고, 사회적으로도 여유를 갖게 되는 시기이죠. 그러니 이 봄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기획 박미순 인터뷰 오완 화보 진행 이은석 사진 김성룡 헤어 박선호 메이크업 이아영 패션 스타일링 서정은
※ 이 기사는 <헤이데이> 23호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