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벌리는 성인 자녀, 부모 등골 빠진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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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벌리는 성인 자녀, 부모 등골 빠진다

성인이 된 자녀가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할 때 단칼에 거절하기란 부모로서 매우 어렵다. 극심한 취업난, 치솟는 집값 등의 문제로 독립하지 못하고 손 내미는 자녀 때문에 고통 받는 한국 부모 이야기가 심심찮게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데 미국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뉴욕타임스> ‘When Adult Children Return to the Bank of Mom and Dad’에서는 성인 자녀 때문에 엄마, 아빠 노후 자금에 빨간불이 켜지는 스토리를 다뤘다.

 

실업자 자녀, 일거리 찾는 시니어 

버지니아 일리아노는 재정적으로 딸을 돕느라 자신의 노후 자금에 야금야금 손을 대고 있다. 그녀는 브루클린에 살고 있는 기간제 교사다. 딸이 학비가 비싼 사립대학을 졸업한 후 이제는 딸 때문에 큰 돈 들 일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20대인 딸은 보수가 좋은 직장을 찾지 못해 다시 엄마 집으로 짐 싸서 들어왔다. 그건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일리아노는 딸이 리스하는 자동차에 연대 서명을 해주고, 딸의 신용카드 빚 일부를 갚아주며 심지어는 네일아트비, 휴가비 그리고 의상 구입비까지 감당해야 했다.

“교사 혜택은 다양하고 좋다. 하지만 딸애는 그런 게 아무것도 없다”고 일리아노(55세)는 말한다. 그녀는 이혼했지만 충분히 혼자 살만하다. 딸에게 꿈을 좇으라고 말하지만 재정적으로 독립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일리아노의 재정적인 형편으로 딸까지 감당하기엔 벅차다. 그녀 자신의 노후자금에 손을 대야 할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 더 오래 일하기와 집 팔기의 두 가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집은 이미 딸 학비를 대느라 담보가 설정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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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독립하지 못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성인 자녀들 때문에 미국 베이비부머 노후자금에 비상등이 켜졌다. ⓒIakov Filimonov/Shutterstock

점점 더 많은 늙은 부모들이 일리아노처럼 고민하고 있다. 성인이 된 자녀의 대출을 대신 갚아주기, 생활비 대주기 또는 각종 청구서 지불하기 등. 그러나 이렇게 아낌없이 퍼주기는 때때로 부모들의 재정에 큰 구멍을 남겨 노후를 위태롭게 한다. 그 결과, 노구를 이끌고 일터로 돌아가든지, 생활비를 쥐어짜듯 줄이든지 심지어 개인파산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실제 통계를 입수하긴 어렵지만 여러 기사에서 나이 든 부모의 부실한 노후의 원인으로 성인 자녀 부양 문제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많은 베이비부머들의 저축액은 노후를 위한 충분한 은퇴자금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성인 자녀들이 돈을 잘 벌지 못해 신용카드 비용, 휴대폰 요금, 임대료 등 각종 청구서를 부모들이 떠안는다”고 시카고에 있는 MNH크레딧솔루션의 공인 채무 카운슬러 네티바 허드는 말한다. 부모는 자식을 낳는 순간부터 최선을 다하고 자녀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무슨 일이든 다 했다. 어른이 돼서까지 그런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야 하는 실상은 지난 10년간 경기 침체로 자녀인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좋은 일자리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그러나 부모가 바라는 최후의 모습은 자녀가 부모를 돌볼 수 있는 것이라고 허드는 말하며 “어쨌든 자녀들은 금전과의 전쟁을 치르며 배워나간다”고 덧붙인다.

 

손자까지 떠맡은 베이비부머 세대

전통적인 연금혜택이 위험성 있는 401(k)플랜으로 널리 대체되며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은 노후를 더 위협받고 있다. 상당수는 장수시대에 맞춰 장래에 늘어날 의료비 지출에 대비한 저축이나 투자를 포함시켜 재조정한 종합적인 재정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

성인 자녀에게 과도한 금전을 주는데 분명한 경고등이 켜진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401(k) 계좌를 담보로 대출 받는 것은 은퇴연금을 온전히 받지 못하고 힘들여 모은 돈을 유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74세의 재클린 맥클란의 예를 살펴보자. 그녀는 플로리다 주 오렌지 시티에 살고 있는데 연방정부에서 은퇴 프로그램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아들이 지출할 능력이 없다고 말한 뒤, 손자 손녀 양육을 위한 다양한 비용을 부담하기 시작했다. 댄스 스쿨, 종교 학교, 디즈니랜드 여행비 등을 그녀의 연금에서 나온 돈으로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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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는 손자 손녀 양육 부담까지 지기 시작했다. ⓒDobo Kristian/Shutterstock

그러다가 마침내 2011년 개인파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이후 맥클란은 재빨리 자신의 라이프스타일로 주파수를 돌렸다. 이제는 휴가차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없고 최소한의 저축만 유지할 뿐이다. 여전히 맥클란은 손주들을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린다.

약간의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가족 구성원을 위해 매우 필요한 위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많은 부모들이 재정적으로 어느 위치에 서있는지, 그리고 안정된 노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얼마만큼 자녀를 도울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만성적으로 궁핍한 성인 자녀에게 꾸준히 금전적인 혜택을 제공하려면 매우 많은 돈이 필요하다. 쪼들리는 돈 문제를 해결하려고 일찍 유산을 주는 일은 피해야한다고 알링톤에 위치한 에버메이 웰스매니지먼트에서 공인 재무기획자로 근무하는 에릭 쉐퍼는 강조한다. 그럴 경우 돈을 다 쓰고 더 달라고 돌아오는 경우를 많이 보았단다.

돈가뭄에 되풀이하여 빠지는 것은 위험하다. “자녀를 똑바로 보고 물어보라. 왜 돈이 필요한지.” 파산전문 로펌에 다니는 로버트 셈라드는 충고한다. 이것이 문제 해결의 진정한 해결책인지, 단지 일회성 처방인지 심사숙고 하라. 많은 경우 일회성 처방으로 준 돈은 불가피한 사태를 단지 늦추기만 할뿐이라고.

부모 자신의 신용 등급이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자녀가 차량이나 주택 구입할 때 연대 보증 서는 것을 피하라고 셈라드는 조언한다. 은행은 연대보증을 요구하므로 자산을 갖고 있는 부모들이 더 영향 받기 쉽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부모가 잘 기획한 대출은 자녀에게 값진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핵심은 기간과 조건을 정하고 정기적인 상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재무 상담사인 피터 라자로프는 이자를 내도록 하고 돈을 빌려주라고 말한다. 그러면 부모는 원금과 이자를 받게 되니까 채권처럼 되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계약서를 작성해 자녀에게 서명하도록 하고 이때 변호사에게 원안을 작성하도록 해도 좋다. 갚지 못하는 대출금은 상속에서 제하면 된다.

과정이 객관적이고 잘 계획되면 대출은 잘 진행될 거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나이든 부모가 성인 자녀를 돕다 극심한 재정적인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고. 한 부부는 이혼한 아들이 외면한 며느리와 손자들을 지원하느라 식당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일까지 해야만 했다. 그런 재정적인 결정은 부모의 건강과 결혼생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고 경고한다.

 

자녀 무한 책임, 한국형 베이비부머는 위태롭다

한국형 베이비부머가 다른 나라 베이비부머와 차별성이 있는 건 다름 아닌 ‘자식에 대한 무한책임’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산의 상당 부분을 자녀 교육비로 지출하거나 자녀 결혼비용으로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심각한 청년 실업, 부실한 사회안전망이 더 큰 이유다. 이 가운데 교육 수준이 높아도 취업이 힘든 청년 실업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젊었던 시절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특성은 베이비부머를 위기로 내모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통계청이 2010년 발표한 ‘사회조사를 통해 본 베이비부머 특징’을 보면 베이비부머의 90% 이상이 자녀 대학교육비 및 결혼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녀교육비 등이 소득에 비해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83.1%에 달했다.

베이비부머의 노년기 진입까지 5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녀와 부모 부양이라는 큰 짐을 지고 있는데 경기 침체로 다 자란 성인 자녀까지 도움을 줘야한다니 눈물겹다. 개인의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노인 빈곤층 형성이라는 악영향을 끼치므로 베이비부머들은 성인 자녀에게 무조건 퍼주기식의 지원은 사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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