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디자인하는 전성기, 그들의 이야기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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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디자인하는 전성기, 그들의 이야기

2016.04.20 · HEYDAY 작성

우리는 만들어진 문화를 누리는것에서 넘어서 직접 만들고 가꿔가는 문화의 시대에 살고있다. 평범함을 거부하며 새로운 문화 흐름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지역 문화를 꿈꾸다  감자꽃 스튜디오 이선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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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덕분에 일일생활권이 된 지 오래고, 차로 달려도 어디든지 한나절이면 닿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넓지 않은 나라다. 귀촌이 트렌드라지만 여전히 시골에는 청년들이 없고 농촌을 떠올리면 대부분은 활기 잃은 모습이 그려진다. ‘사람이 미래’라는 말은 이런 상황에 어울리는 것이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 반 거리에 있는 강원도 평창에서 감자꽃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선철 대표는 조용한 시골 마을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셈이지만 너스레로 웃어넘긴다.

“솔직히 살 빼려고 왔는걸요. 뇌경색 증상이 있어서 쉬면서 몸을 추슬러야 하겠는데 서울에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날 것 같았어요. 관계나 비즈니스도 많고. 당시에 스콧 니어링 같은 생태주의자들을 동경한 데다 강원도를 좋아했고, 폐교를 이용해서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있어서 폐교를 알아보던 중에 지금의 자리를 찾았죠.”

공연 기획과 매니지먼트 일에 뜻을 품고 있던 이선철 대표는 대표적인 ‘1세대 문화 기획자’로 알려져 있다. 20대에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에서 10년간 기획 업무 전반을 맡았고, 30대에는 자우림, 긱스, 이한철 같은 뮤지션들의 소속사 대표로 일하며 큰 공연들을 기획했다. 그랬던 그가 한창 일해야 할 30대 중반에 강원도의 폐교로 들어온 것이다. 빚만 없어도 성공한 것이라는 매니지먼트계에서 나왔을 때 그의 수중에 있던 850만원 가운데 500만원으로 폐교를 1년간 빌리고 남은 돈으로는 교실 한 칸을 거처로 바꾸기 위해 온돌을 깔고 샤워 시설을 만들었다.

강원도교사오케스트라

낭중지추라고 했던가. 산골짝에 숨어 있어도 그의 경험과 재능을 알아본 사람들이 있었고 이런저런 일을 다시 시작했다. 위탁을 받아 동네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쳐서 밴드로 키우고, 근처 학교에서는 전교생에게 국악을 가르치고.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부터는 주민들을 위한 것도 시도하면서 폐교는 일약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간 ‘감자꽃 스튜디오’로 재탄생한다. 현재는 지역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폐교를 수리하고 이선철 대표는 위탁 운영을 하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와보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는 강의도 해드리는데 감자꽃 스튜디오에서 숙박을 제공하진 않고 마을의 펜션이나 식당, 카페 등을 연계해드리고 있어요. 이제는 어느 정도 느슨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서 서로 협력이 잘돼요. 숙박할 곳을 먼저 예약하고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있는걸요, 하하.”

넉넉한 웃음에 사람 좋은 인상을 가진 그는 감자꽃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단순히 농촌 관광의 성공 사례 정도로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인구가 많지 않은 작은 마을에서 자신이 이뤄내고 있는 일들이 포장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권한은 최대한 내려놓고 마을 주민들이 공간의 영향력을 갖길 원한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고 있다.

최근에는 마을 청년들과 새로운 사업들을 시도하고 있다. 비어 있는 가게들을 임대해서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돕고 있다. 어쩌다 발 들인 지역에서 그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들을 끊임없이 꾸미고 있는 것이다. 평창의 작은 마을의 미래를 그에게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클래식으로 저개발 국가의 삶을 디자인 하다 경희사이버대학 어윤일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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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우리가 쉽게 한 실수 중 하나는 문화를 실용의 척도로 재단한 것이었다.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는 그 단편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수사다. 이제는 문화가 정말로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밥도 주는 시대가 됐다. 물론, 어떤 나라에서는 그 문화라는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키워 내지 못한다. 어윤일 경희사이버대학 부총장(인터뷰 진행 후, 어 부총장은 과로로 인한 건강상의 이유로 부총장직을 내려놓고 교수직에만 전념하기로 했는데 편의상 부총장으로 표기한다)이 하는 이 ‘일’이 중요한 이유다.

“2005년에 아내(피아니스트 임미정)가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을 설립했는데 전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2011년에 코스타리카에서 연락이 왔지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 신청을 하게 되면서 코스타리카에서 진행하는 빈곤 지역 청소년 음악 프로그램 시넴(SiNEM)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도와 달라는 요청이었다. 당시 미국 ‘노동대학’에서 교육공학자로 일하던 어 부총장에게는 ‘경제적으로 힘든 아이들이 음악을, 그것도 클래식 음악을 해서 뭐하나’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학교 수업이 끝나면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갱단이 되는 현실을 보고 외면할 순 없었다. 학년별 공간과 선생님이 필요한 여느 과목과 달리 음악은 나이와 학년에 상관없이 한 장소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렇지만 코스타리카 아이들에게 모차르트나 베토벤은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OECD 대상 국가에서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위해, 음악을 이용해 가르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음악의 원리를 이용해 수학을 가르치고, 유럽 작곡가들의 음악을 배우면서 지리와 날씨, 각 나라의 문화 등을 배우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방법은 코스타리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한·아세안 문화예술교류 및 개발협력사업(Asian Youth Choir for One(AYCO) 합창단)

과거 어윤일 부총장은 촉망받는 음악도였다. 10세 때 천재로 인정받으며 거장 바이올리니스트인 아이작 스턴의 초청으로 미국에 건너갔다. 16세에 카네기홀에서 데뷔했고 줄리아드 음악학교를 졸업했다. 그런데 20대 초반에 어깨를 다치면서 바이올린을 포기해야 했다. 인생의 전부로 여긴 것을 잃고 방황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컬럼비아대학에서 교육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클래식을 이용한 교육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이력이 바탕이 됐다. 그리고 3년 전 40여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하면서부터는 소외되고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통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현재 하모니네이션이란 이름으로 국내 15곳에 센터를 운영하며 다문화 가족, 탈북자 가정,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음악을 배우고 우리 문화에 자부심을 갖도록 돕고 있습니다.”

저개발 국가의 어린이와 여성의 자립을 위해 시도한 일들이 이제는 그 나라의 문화를 지켜내는 사업이 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아이들에게 비빌 언덕을 만들어주고 있다.

“바이올린을 포기했지만 덕분에 지금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걸 보면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가지는 않는구나 싶어요, 하하.” 

특별히 기대하는 것은 없다.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지칠 때도 많지만 가끔 가다 새로운 희망의 싹이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은퇴 문화를 만들다  한국샌더스은퇴학교 조관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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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란 어떤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요즘은 은퇴했다고 한가하게 지내기도 어렵고 그렇게 지내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은퇴 설계’란 말이 생겨난 이유다. 어떤 가르침이나 교육도 받지 않은 채 부모가 됐던 것처럼 우리는 잘 은퇴하고 은퇴 후 잘 사는 법에 대해서도 배운 적이 거의 없다. 이는 조관일 대표가 ‘은퇴학교’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지금까지 변변한 은퇴 문화란 것이 있었을까요? 그저 시간 보내기, 소일하는 것을 은퇴라고 생각했지요. 은퇴를 다룬 책들도 뭔가 하면 된다는 메시지만 담았어요. 그러면서 특별한 사례를 일반화해놓았지요.”

조관일 대표는 은퇴 후에도 궁극적으로는 ‘삶의 보람과 즐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관심 분야를 알도록 돕고, 그 관심사를 어떻게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돕고자 한다. 석탄공사 사장, 강원도 정무부지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고 30대 때부터 꾸준히 책을 내온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한 그가 ‘한국샌더스은퇴학교’라는 것을 만들고 은퇴 문화를 본격적으로 만들어보자고 결심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책표지

작은 일이 계기가 됐다. ‘파워블로거’에 도전해보기로 하고 방치하고 있던 SNS에 백 일 동안 글을 올리겠다고 혼자 선언하고 실천했는데 42일째가 되자 하루 방문자가 5200명을 넘어섰다. 그렇게 SNS의 힘과 활용법을 깨달을 무렵 은퇴와 관련된 풍부한 경험적 콘텐츠를 활용해서 ‘은퇴학교’를 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지인의 제안이 있었다. 곧장 은퇴를 학문적으로 공부한 전문가들과 팀을 꾸리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은퇴 교육에 나섰다. 그리고 첫 번째 프로젝트로 ‘크루즈 은퇴 아카데미’를 꾸렸다.

“은퇴에 대한 수업료를 지불한다는 것이 현재 우리 상식엔 없는 일이라서 여행과 접목시켰어요. 은퇴 후에 흔히 여행을 다니는데 가서야 즐겁지만 돌아올 때는 허탈해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희망적이고 생산적인 여행을 꾸민 것이지요.”

여행을 떠나기 전과 크루즈 선박에서 은퇴에 대한 강의를 듣고, 여행지에서는 은퇴와 관련한 미션을 수행하고 밤에 토론도 한다. 강사들이 2막 인생과 관련해 다양한 키워드를 제안해서 방향을 제시하고 일정 마지막 날에는 ‘5년 계획표’를 짜서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반강제적’으로 은퇴에 관해 배우고 생각할 기회를 갖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은 그동안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조관일 대표가 내세우는 이 프로젝트의 슬로건은 PMW, 즉 Project My Way. 은퇴 이후의 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내 길(Way)은 가치(Worth)가 될 수 있고 세계(World)나 일(Work)이 될 수도 있다. 길을 찾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그가 만들고자 하는 은퇴 문화인 셈이다.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하면서부터는 소외되고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통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기획 이은석 사진 임익순

※ 이 기사는 <헤이데이> 23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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