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자의 천국 ‘미국’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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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자의 천국 ‘미국’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노인들.
뉴욕에서는 몸이 불편한 이들을 배려하는 시민 의식 및 대중 교통 시스템이 잘 이루어져 있다. ⓒDGLimages/Shutterstock

불편한 자를 위한 미국의 대중 교통 시스템

뉴욕 시내를 한참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저기 몸이 불편한 사람들과 노인들이 많다. 특히 지역 동네마다 문화 행사라도 열리면 노인들이 많이 모인다. 평일인 경우 일이 없는 노인들이 주 단골이겠지만, 주말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참가한다. 특히 대중 교통을 이용할 경우 시내 버스에 노인들이 많이 탄다. 노인들이 버스를 타고 내리는 시간은 젊은이보다 훨씬 많이 소요된다. 천천히 할 수 밖에 없는 노인들의 거동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 하나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없다. ‘천천히’가 몸에 밴 습관이며 하나의 예절임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이 그러한 분위기 탓에 외지인은 뭐라 하기 어렵다. 그저 묵묵히 그 시스템에 순응해 갈 수 밖에 없다. 휠체어를 타고 시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이 시내를 돌아다닐 수는 있다. 그러나 주변 사람의 눈총을 받거나 상대방을 의식하는 나머지 모두에게 좀 어색한 느낌을 갖게 한다. 여기 뉴욕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용한다는 것이 우리와 두드러진 차이다.

휠체어를 탄 승객이 버스에 오르려면 1~2분 정차는 기본이다. 버스 앞문에서 휠체어가 탑승하기 위해 앞문 승강턱이 자동으로 지면 높이까지 내려온다. 휠체어를 타고 정좌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에 모두들 마냥 지켜보기만 한다.

우리에게는 그 시간이 몇 분인 것처럼 오랜 시간으로 느껴진다. 일반 노인들이 타기라도 한다면 그 승객 버스 요금을 내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 모든게 천천히 움직인다. 바쁜 우리로서는 참아내기 힘들다. 몇 정거장 가지 않아 노인들이 또 탄다. 그렇게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다 보니 평일 뉴욕 버스 이용은 인내를 요구한다.

저소득층과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저렴하게 이용하는 교통이란 것, 그 대중 교통의 진정한 의미를 몸으로 느낀다. 속도보다는 안전이고 있는 자보다는 없는 자, 불편한 자를 위한 시스템인 것이다.

버스는 그렇게 천천히 굴러간다.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다음 정류장 하차 예정 표시 버튼을 누르면 누군가 내릴 때까지 버스는 그대로 서 있다. 습관이 되지 않은 우리들은 좀 지루하다 못해 어떤 때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휠체어 탄 사람이든 뭔가 불편한 사람들이 전철에 타기라도 한다면 모든 승하차 행위가 완료된 후에 출발한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남루한 옷차림의 흑인 승객이 사람 크기의 짐 보따리를 5~6개 가지고 탔다. 차량 뒤편은 그의 커다란 짐으로 꽉 찼다. 그 승객이 어느 정거장에서 그 짐을 하나씩 꺼내서 내리느라 1~2분 정도 소요됐다. 차량 안에 승객은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느긋하게 그저 기다린다. 누구 하나 뭐라 하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전철은 안내 방송도 없다. 승객이 다 내렸는지를 확인한 다음 전철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링컨센터 주변 작은 무료 공연
링컨센터 주변의 곳곳에 이렇게 무료 공연이 있는 날이면 연주하는 예술가도 노년이고 참석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노인들이다. ⓒ곽용석

 

노인, 장애인에 대한 안전과 배려, 성숙한 시민 의식을 바란다

시내 공원에 날씨가 좋은 때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다. 노인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노인 국가는 분명 아니다. 오히려 일본이나 한국이 더 노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

워싱턴 광장의 노인들
워싱턴 광장의 노인들. 날이 좋을 때면 맨해튼 곳곳의 공원 벤치에 노인들이 많이 나와 여가를 즐긴다. ⓒ곽용석

그러나 우리나라 시내에서 장애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적으로 보면 건장하고 젊은 사람 중심이다.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은 불편하기에 시내에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들이 더 시내에 나오고 싶을 것이다. 불가피한 일이 있어도 거의 나오지 못한다. 장애인들을 위한 대중 교통 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가끔 전철 지하 승강기라든지 엘리베이터 등도 만들어 놓았지만 정작 활용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시스템이나 시민들의 마음 자세가 아직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이나 장치는 돈을 투여한다면 가능하다. 외적인 면에서는 선진국을 어느 정도 따라 갈 수 있다. 시민들의 마음의 준비가 문제인 것이다.

미국은 하고 싶은 사람은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다.

하드웨어는 우리가 강한 면이 많다. 선진국 사람들도 우리 사회에 와서 깜짝 놀라는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지하철 전철 이중 도어 안전 시스템이라든지, 버스 지하철 무료 환승 시스템. KTX 등과 같은 기차 무인 티켓 확인 시스템 등은 우리가 월등히 앞서 있다. 분명 우리도 상당한 발전과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져 왔다. 과거 30~40년 전을 돌아보면 확연한 발전이다.

그러나 거기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신적인 면에서 아직은 후진국 티를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오히려 퇴보한 것일 수도 있다. 40~50년 전 우리 부모 세대들이 살았던 사회는 물질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낮았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솔직하고 성실하지 않았나 싶다.

맨해튼 시내 한복판에 있던 무료 공연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 지역의 작은 박물관에서 열린 개인 피아노 독주회. 참석자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다. 미국은 불편한 자들의 천국이다. ⓒ곽용석

집 앞 문화 행사에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참가해야 한다. 그들이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는 것은 또 다른 금단의 아픔이다. 마음의 아픔과 단절을 돈과 물질적인 부족으로 핑계 댈 수는 없다.

선진국인 이들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다. 흑인을 인간적으로 대접하기 시작한 것이 겨우 50여년 밖에 안 됐다.

우리가 느끼는 뉴욕 버스 운전 기사의 느긋한 움직임은 분명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쌓인 미국 문화의 축적이자 결정체이다. 결코 태만이나 무관심으로 인한 포기가 아니라, 안전과 배려라는 수준 높은 교양이라는 것을 이제는 선명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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