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해진미 한자리에서 만나는 ‘맨해튼’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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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산해진미 한자리에서 만나는 ‘맨해튼’

이스트빌리지 거리에 있는 다양한 국가 상점들
이스트빌리지의 거리 풍경. 한 블럭 안에 미국식, 남미식, 중국 음식을 나란이 제공하는 곳도 뉴욕 말고는 찾기 어렵다. ⓒ곽용석

세계 음식 5km 내에서 모두 맛본다

뉴욕의 레스토랑은 약 2만5000개가 있다. 도로 한 블럭을 거닐다 보면 적어도 수십개 국가들의 레스토랑을 지나치게 된다. 뉴욕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세계 모든 음식들이 맨해튼 작은 섬에 다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이렇게 반경 3~5km 이내에 각국의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32번가에는 한국 식당 수십 곳이 있고, 이스트 빌리지에는 리틀 저팬이라는 곳에 일본 음식점들이 있다. 중국 음식은 이스트 남단에 차이나타운이 커다란 범위에 걸쳐서 있다. 이탈리아 음식도 리틀 이탈리아 지역으로 차이나타운과 커넬 스트리트를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다. 인도 아프가니스탄 음식점은 웨스트 6번가 주변에, 터키 음식점도 어퍼이스트 70번가 주변에 적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 곳곳에 각국의 음식점들이 운영되고 있다. 할렘 북단 끝에서 아래 남단인 배터리 파크까지 지하철로 40분이면 도착한다. 이 작은 섬 내에는 먹고 싶으면 언제라도 갈 수 있는 전 세계 음식이 지척에 있다.

서울에서도 전국의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남원 추어탕, 전주 콩나물국밥, 진주 콩국수, 영덕 물회 등 각 지방 명물들이 서울에 상경한지 오래다. 전국을 다니지 않아도 맛있는 메뉴를 서울 시내에서 해결할 수가 있다. 시내 버스 값으로도 전국 맛 탐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맨해튼 중국 식당의 우동 한 그릇
중국 식당의 우동 한 그릇을 맨해튼에서는 5달러면 배불리 먹을수 있다. 동양인들에게 아주 귀한 저렴하면서 푸짐한 중국 메뉴들이 맨해튼에 즐비하다. ⓒ곽용석

뉴욕이 그 확대판이다. 전 세계 국가들을 모두 다녀 봐도 맛보기 어려운 메뉴들이 한 곳에 몰려 있다.

더욱 훌륭한 점은, 각 국가들의 음식들이 글로벌한 상태로 맛을 업그레이드해서 시장에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각 국가의 토속 음식 형태로는 외국인들의 입맛을 빼앗을 수 없다. 인도 정통 카레는 외국인들이 먹질 못한다. 인도에서 먹는 카레를 맛볼 정도의 미식가나 연구가가 아닌 다음에야 전통 인도 카레는 우리에게 친숙하지 못한 음식이다. 그러나 이곳의 모든 음식들은 이미 국제적인 스탠다드 형태로 이미 맛을 응용화했다. 전 세계인의 공통적인 맛을 그들의 전통 메뉴에 가미한 것이다. 서유럽의 입맛 위주로 맞춘, 일종의 퓨전 음식인 셈이다. 결국 그 맛은 지방 예선을 거치고 결승에 올라온 각 국가들의 최고의 맛 자랑 대결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우리 음식도 마찬가지다. 불고기를 비롯해서 비빕밥, 삼겹살 구이 등도 전 세계 입맛에 맞춰 가공해서 내놓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전통의 맛을 잃어버렸다고 할 수는 없다. 특징적인 맛의 부분을 소프트하게 하면서 글로벌한 맛으로 가미한 메뉴가 된 것이다. 여타 국가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우리와 같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일석삼조다. 가까운 곳에, 가격 저렴하게, 표준화된 수준 높은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웨스트 빌리지 레스토랑
웨스트 빌리지 레스토랑. 번잡스럽지도 않고 호화롭지도 않은데 그냥 들러 보게 끔 유혹이 짙은 식당들이 많다. ⓒ곽용석

빈부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 주는 뉴욕 음식들

뉴요커들이 좋아하는 어퍼이스트 지역은 오래된 동네로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산다. 이곳 뒷골목에는 오래된 레스토랑들이 많다. 작으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은 채로 그들의 맛을 자랑하고 있다. 뉴욕에 온 각 국가들의 음식도 이제는 오랜 세월로 뉴욕화된 맛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들이 그곳을 떠나지 않고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전 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분위기 있는 식당이 바로 아파트 뒤에 있기 때문이다.

고급 동네의 가격 비싼 메뉴가 있는가 하면, 시내 곳곳에 저렴한 메뉴들 또한 즐비하다.

차이나타운으로 유명한 어느 식당의 명물 딤섬이 3~5달러 정도 한다. 언감생심 중국 본토에서도 찾기 쉽지 않은 그 맛이다. 중국인들의 맛이 아닌 뉴욕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맛으로 저렴하게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 간의 다양화, 음식 메뉴의 다양화, 가격의 다양화로 있는 자와 없는 자 모두에게 맛볼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것이 뉴욕 음식의 또 다른 특징이다.

맨해튼 리틀 이탈리아 거리
리틀 이탈리아 거리의 상점들. 차이나타운과 마주보는 지역에 있다. 중국인들의 거대한 물결앞에 이곳도 점차 축소되어 가고 있다. ⓒ곽용석

고급스런 프랑스 요리나 유럽 요리 등은 가격이 만만찮다. 없는 자 입장에서 보면 중국 음식이나 태국, 베트남, 남미 음식 등은 저렴하면서 푸짐한 곳이 많음에 감사할 뿐이다. 중국 식당이나 남미계 음식이 품격 높은 식당도 있지만 대부분의 식당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는 그들 동포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결국 글로벌화된 맛 덕택에 여타 국가에서 온 가난한 이민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뉴욕 자체의 음식은 맛이 없다. 미국의 국가적 성격이 혼합과 연방의 틀이라서 자신을 표방하는 맛, 특히 뉴욕의 맛을 내뿜는 음식 메뉴가 없다. 스타벅스 커피도 아니고, 피터 루거 스테이크도 아니고, 파이브 가이 햄버거도 아니다. 자신의 음식은 정작 없다.

자신의 텃밭에서 각국의 모든 음식과 문화가 향유하게끔 만들어놓고 자기 자신은 없는 것이다. 일종의 겸손이고 희생의 자세라고 볼 수 있다. 무대의 장만 만들어 놓고 그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맨해튼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이고 그들의 정체성을 규정하기란 어렵다. 뉴욕의 정통 고유의 음식을 규정하는 것 역시 어렵다. 전 세계 다양한 음식의 혼합과 그 어울림 자체가 맨해튼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