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코리아가 배워야 할 도쿄의 세 가지 보물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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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코리아가 배워야 할 도쿄의 세 가지 보물

조용한 기내, 고요한 도쿄

도쿄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2년 만이었습니다. 4박 5일 일정으로 3월 말에 들어갔다가 4월 초에 돌아왔습니다. 방문 목적은 별 게 아니었습니다. 그곳에서 일본 회사에 다니는 아들도 볼 겸 일본인 지인도 만날 겸 소소한 개인적 일이 전부였습니다. 업무차 간 비즈니스 출장이 아니었던 만큼 긴장을 풀고 비교적 자유롭게 오랜만의 일본과 일본 국민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도쿄는 이번에도 조용했습니다. 하네다 공항이 그랬고,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모노레일의 열차 안도 그랬고, 도심 한복판인 신주쿠 일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시 특유의 소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서울처럼 귀를 어지럽힐 정도의 소음은 없었습니다. 필자 혼자만의 여행이었다면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돌릴 수 있었겠지만 같이 간 사람들의 느낌도 비슷했으니 우리의 자랑스러운 서울을 먼저 내리깔고 보고자 한 것은 아닐 겁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도쿄에 가기 위해 김포에서 필자가 탑승한 비행기부터 다른 때보다 조용했습니다.

비행기 안. ⓒMatej Kastelic/Shutterstock
일본 학생들이 단체로 탄 비행기는 하네다에 내릴 때까지 유난히 조용했다. 일본의 매너 문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Matej Kastelic/Shutterstock

이번에 이용한 비행기는 국내 항공기였습니다. 헌데 이상했습니다. 김포공항에 여유 있게 도착했는데도 좌석이 거의 동나 있었습니다. 일행이 따로 떨어져 앉아야 할 정도로 좌석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사연은 곧 밝혀졌습니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 있었던 겁니다. 수학여행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 중학생들이 도쿄로 돌아가면서 필자가 탄 비행기로 왕창 몰렸던 거지요. 김포에서 도쿄까지의 비행 시간은 두 시간이 채 안 됩니다. 그런데 비행기가 하네다에 내릴 때까지 느낀 점 중 하나는 다른 때보다 유난히 조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중학생 정도의 나이면 친구들과 한창 재잘거릴 때입니다. 시시콜콜한 화제를 놓고도 깔깔대고 장난치고 웃음을 터뜨릴 나이지요. 집에서건, 학교 교실에서건, 아니면 운동장이나 길에서건 어디에서나 이야기꽃을 피울 연령대입니다.

자연 필자가 탄 비행기도 승객의 절반을 훨씬 넘어 보이는 학생들의 이야기 소음으로 시끄러울 것을 각오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던 겁니다. 필자가 일본을 비행기로 오간 횟수는 줄잡아 100회를 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국내 항공기를 타면서 필자가 경험한 것 중 이번 비행기는 그 어느 때보다 기내가 차분히 가라앉은 듯 조용했습니다. 공항 활주로에 착륙한 후 로딩 브리지에 연결하기 전까지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안전벨트를 성급히 푸는 사람 또한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필자가 탔던 다른 항공기들보다 일본인 승객의 비율이 이례적으로 높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면 필자의 생각이 틀렸기를 지금도 필자는 바랍니다.

 

안식을 주는 조용한 매너 문화

피부로 느끼고 귀로 확인한 후 내린 결론이지만 도쿄는 여전히 조용했습니다. 오랜 기간 생활했던 10여 년 전에 비해 다소 시끄러워졌다고 볼 수 있지만 차분하고 안정된 모습은 비슷했습니다. 칙칙한 분위기 속에서 활력을 잃고 무겁게 가라앉은 것과는 전혀 다른, 고요함 속의 분주함이라고나 할까요? 오랜만의 4박 5일 여행에서 느낀 도쿄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정숙’과 ‘안정’이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거리 분위기와 달리 도쿄에 머무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타고 다닌 지하철과 전철의 차내 풍경은 꽤 달라져 있었습니다. 우선 신문이나 책을 보는 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국민들이라지만 역시 일본도 인쇄 매체의 퇴조라는 거대한 시대 변화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었던가 봅니다. 눈에 바짝 대고 읽던 신문과 잡지, 책은 사라지고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2016년 서울의 풍경과 확실히 다른 점은 또 하나 있었습니다. 옆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음악이나 게임에 열중하면서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볼륨을 한껏 높인 이들도 역시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본 전철 안. ⓒSean Pavone/Shutterstock
일본 전철 안도 여전히 매너와 공중도덕이 지켜지고 있었다. ⓒSean Pavone/Shutterstock

책이나 신문은 사라지고 최첨단 IT기기가 승객들의 시선을 빼앗았지만 역시 전차 안은 전과 다름없이 질서가 있었고,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매너와 공중도덕이 살아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도심 한복판을 가득 메운 시위대의 함성과 스피커 소리에 지쳐버린 서울 사람에게 도쿄의 4박 5일은 고요와 안식, 그리고 작은 여유를 모처럼 느낄 수 있게 해준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한·일 월드컵을 전후한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부와 문화, 체육계가 한국을 상징하는 홍보문구로 자주 애용했던 영어 문구 중 하나는 ‘Dynamic Korea’ 였습니다.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 생명의 기운이 여기저기서 샘솟고 열정과 신바람이 가득한 나라라는 의미로 세계인들에게 다가가자는 뜻으로 만들어진 문구였습니다. 참 좋은 문구,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인들의 정서와 기질, 그리고 창조적 에너지를 이처럼 함축적으로 단번에 담아낼 수 있는 글귀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 ⓒRawpixel.com/Shutterstock
다이내믹 코리아가 조금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매너 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다. ⓒRawpixel.com/Shutterstock

 

세 가지 보물, 질서와 예의 그리고 어느 정도의 침묵

하지만 에너지, 열정, 신바람과 도시 소음, 무질서, 무례는 본질적으로 전혀 다릅니다. 열정이 넘치고, 신바람이 난다고 거리 구석구석을 시끄러운 소음으로 온종일 뒤덮고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아니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선진국 문화도시의 품격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서울은 이제 아시아 변방의 이름 없는 도시가 아닙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름이 통하고, 외국인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도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변화무쌍한 여행지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만이 갖고 있는 수많은 장점과 매력을 살리고, 이웃 도시들의 좋은 점을 배우고 접목한다면 도쿄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 수도도 부럽지 않은 1등 도시가 될 수 있다고 필자는 자신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도쿄에서 가져오고 싶은 세 가지 좋은 점으로 앞서 지적한 질서와 예의 그리고 어느 정도의 침묵(Silence)을 감히 꼽으며 이 글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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