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문화, 미국으로부터 배우자 – 전성기뉴스
콘텐츠 바로가기

top

금주 문화, 미국으로부터 배우자

웨스트빌리지의 한 레스토랑
웨스트빌리지의 한 레스토랑. 술을 마셔도 취하게 마시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곽용석

술 구매도 마시기도 쉽지 않은 뉴욕

뉴욕 시내에서 밤 12시가 되는 야심한 시간에 지하철을 타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승객이 많지 않다. 맨해튼 한복판에서 퀸즈나 브루클린 등 외곽으로 넘어가는 전철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점은 우리와 비슷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승객들이 모두 멀쩡하다. 술을 마신 사람이 거의 없다. 마셔도 마신 척을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여기 사람들은 술을 먹어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혈색을 갖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최근 몇 년간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본 취객은 단 두 명뿐이다. 한 명은 동유럽 출신인 것으로 보이는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취한 상태로 음식을 먹고 있었다. 또 한 명은 동양인이었다. 지하철에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분명 취한 모습이었다. 중국인, 아니면 한국인 같았다. 그 두 사람 모두 주변 사람에게 물의를 일으키거나 소동을 부리지는 않았다.

과연 이곳 사람들은 술을 싫어하는 것일까, 아니면 먹기 힘든 것일까.

나의 단견으로는 뉴욕은 술 마시기 힘든 곳임에 틀림이 없다. 우선 술을 아무 곳에서나 팔지 않는다. 판매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술을 판다. 판매 허가도 함부로 내주지 않는다. 일정 거리와 조건을 보면서 내어 준다. 한 동네에 술 판매 상점이 한 곳 아니면 두 곳 정도 밖에 없다.

평소 술을 즐겨 찾는 한국인들은 뉴욕의 이런 분위기에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날씨가 추운 날 귀가 길에 술이라도 사가려면 멀리 떨어진 술집까지 일부러 가야 한다. 추운날 우회해가는 게 쉽지 않다. 한국은 지천에 널린 게 식당이고 마트다. 술 한 잔 생각이 나지만 우회 길의 차가운 바람은 더 매섭다. 어느 곳은 한 동네 건너 몇 블럭을 가야 리커 스토어가 있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물론 우리처럼 대형 마트에서도 술 판매는 하지 않는다. 맥주 또는 샴페인 정도다. 그마저 알코올 도수가 6도 이상 술은 마트에도 없다. 술을 사서 집에 오는 길에 술병이 외부인에게 보여도 불법이다. 반드시 술을 종이 봉지나 여타 봉지로 감싸서 가지고 다녀야 한다. 더구나 미성년자는 당연히 술을 살 수가 없다. 나이가 좀 어리게 보이면 상점 판매자는 반드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룰이 엄격하다 보니 싫어도 그렇게 하고 있다. 가끔 장년인 필자 나이에도 그들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아마 나이보다는 현금이 커서 보여 달라고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해진 규칙 준수와 위반자에 대한 공권력 집행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우면 이렇게까지 할까 싶을 정도다. 뉴욕의 경우 술 판매 상점에서 밤 12시부터 아침 9시까지는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일요일에는 정오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판매한다. 그 외 시간은 불법 판매다. 이 점은 분명 우리보다 나아 보인다.

레스토랑에서 술 마시는 것도 쉽지 않다. 우선 술집들은 24시간 운영을 못한다. 적어도 하루 중 4시간 정도는 술 판매를 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식당이나 바(bar)들이 새벽의 일정한 시간(4시간 동안)에 술 서빙이 금지되어 있다. 바나 레스토랑들도 오전 4시부터 아침 8시까지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뉴욕시 외 대부분의 다른 주에서도 대동소이하다. 어떤 곳은 아직도 술을 전혀 판매하지 않는다. 주류 판매 자체가 불법이다. 소위 ‘드라이 카운티(dry county)’라고 한다. 그야말로 목마른 곳이다. 예전 전통을 고수하는 곳이지만 지금도 미국 내에 적지 않다. 시골로 갈수록 이러한 드라이 카운티가 많다. 주마다 법이 다르고 주 내의 카운티와 소도시마다 각각 다른 규칙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술을 판매하는 곳은 웻 카운티(wet county)라 한다. ‘촉촉히 적셔 있다’라는 뜻일 것이다.

 

로어 맨해튼 한 일식당
로어 맨해튼 한 일식당. 대학가 앞이라도 젊은이들이 술을 주문하는 것을 좀처럼 보지 못했다. 마셔도 한두병 정도에서 끝낸다. ⓒ곽용석

금주법 시행 후 불편하지만 습관화 돼

레스토랑의 경우도 허가된 식당에서만 술을 판매하긴 하나, 많이 팔지 않는다. 고객이 취한 상태로 들어오면 우선 그 고객에게 술을 판매하지 않으려 한다. 그 점이 우리와 뚜렷한 차이다. 레스토랑에 이미 취한 상태로 들어오는 손님도 없을 뿐더러 이런 사람에게 식당에서는 주문을 잘 받지 않는다. 법을 떠나서 뒤처리에 복잡한 문제가 있기에 식당은 그 손님을 돌려보낸다. 술을 조금 판매하려다가 그 손님이 문제라도 일으킨다면 식당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무슨 사건이라도 일어난다면 행정 당국에 의해 비즈니스에 큰 타격을 입는다. 애초에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손님을 돌려보낸다.

또한 손님 중에 술을 마시다가 취한 상태가 되면 이 경우도 바로 돌려보낸다. 만약 취한 상태로 테이블 벽면에 기대어 잠을 잔다면 이것 또한 문제가 될수 있기에 식당에서는 바로 깨워 돌려보내도록 조치한다. 손님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식당의 날벼락 방지를 위한 조치이다. 식당의 목적이 어떻든 간에 술과 관련된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일련의 관례가 부럽기도 하다.

더구나 일반 공공 장소에서도 술을 마실 수 없다. 공원이나 넓은 야외, 그리고 길가의 쉼터에서 술을 마시다가 경찰에 적발되면 체포를 당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맨해튼에서 와인을 마시는 것 정도는 봐주기도 하지만 체포만 되지 않을 뿐 소환장을 발부 받거나 벌금 티켓을 부여 받게 된다. 뉴욕의 퀸즈나 브루클린 등 다른 지역구들은 여전히 공공 장소에서 술 마시는 것이 불법이다. 바로 체포가 된다. 술 취한 상태로 거리를 흐느적거리며 걸어다닐 경우에도 재수가 없으면 경찰에 연행되기도 한다.

뉴욕 위쪽에 있는 코네티컷주 어느 동네의 경우 일반 마트에서도 맥주를 팔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뉴욕은 관대한 편이다. 이곳도 100년 전에는 술로 망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가장의 술로 인해 한 가정의 패가망신하는 가족들도 부지기수였다. 가산 탕진에 가정 폭력으로 어린 가족과 여성들의 한이 술에 맺혀 있었다. 술을 추방하기 위한 여러 인권 단체들의 부단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1920년대 금주법이 시행되었다. 있는 자들이야 지켜지지 않았던 금주법이었지만 그 지난한 시행착오 과정과 결과가 오늘에 이렇게 의미 있는 ‘불편하지만 습관화해야’ 하는 관습으로 남아있다.

한국도 최근 술 소비가 많이 줄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린다. 그래도 아직 술꾼들에게 한국은 천국이다. 서울 시내 심야 전철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자는 취객이 사라지는 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타임스퀘어 앞 브로드웨이 도로 상에 만들어 놓은 벤치에서 쉬어가는 관광객들
타임스퀘어 앞 브로드웨이 도로 상에 만들어 놓은 벤치에서 쉬어가는 관광객들. 이 곳에서 무심코 술을 꺼내서 마시다가는 경찰에 걸리기 십상이다. ⓒ곽용석



전성기뉴스가 새롭게 태어납니다.

지난 2015년 9월 첫 문을 열었던 <전성기뉴스>가 새롭게 태어납니다.

보다 가까이에서 소통하기위해 SNS 채널을 개설, 50+를 위한 유익한 콘텐츠를 지속 제공합니다.

전성기뉴스는 2017년 12월까지 운영되며, 기존 콘텐츠는 라이나전성기재단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콘텐츠 보러가기

그동안 <전성기뉴스>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SNS 채널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