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시대가 가고 공유의 시대가 왔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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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시대가 가고 공유의 시대가 왔다

2016.04.25 · HEYDAY 작성

공유(共有), 함께 소유하고 함께 사용한다는 말이다. 몇 년 전부터 이 단어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더니 이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 대세가 됐다. 내 것을 많이 갖는 게 당연시되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과 나눠 쓰는 세상이 되고 있다. 내 삶과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고, 그 영역도 점점 확장되고 있다.


 

함께 사는 공유  주택을 공유하는 코하우징

성미산 자락에 있는 소행주의 옥상에는 공동 정원을 조성했다. 아이들의 놀이터도 되고 빨래 건조대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성미산 자락에 있는 소행주의 옥상에는 공동 정원을 조성했다. 아이들의 놀이터도 되고 빨래 건조대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 있는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집). 평범한 다세대주택처럼 보이지만 5년 전 여섯 가구가 입주한 공동주택이다. 5층 건물로, 1층은 주차장, 2층에는 공방과 방과후학교가 있고 주민 커뮤니티 공간 ‘씨실’이 있다. 3층부터 5층까지는 개별 가구의 주거 공간이다. 옥상은 공동 정원을 조성했다. 여행용 가방, 공구 등 함께 사용하는 물건을 모아둔 공용 물품 보관소도 있다. 이곳에 사는 박흥섭 소행주 대표는 “설계부터 다 같이 모여 결정했는데 커뮤니티 공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씨실은 입주민의 회의 공간이자 함께 영화도 보는 마을 회관 같은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주거 공간을 공유한다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부터 들지만 개별 가구는 독립적으로 생활하기에 사생활 침해는 없다. 오히려 공간을 공유하며 주민들만의 특별한 문화를 형성했다. 박 대표는 “설과 추석 다음 주는 엄마들끼리 여행 가고 정월 대보름은 입주민들의 설날로 아이들이 다 같이 세배하며 함께 논다”며 “여름에는 입주민 전체가 함께 여행 간다”고 말했다. 이곳은 그야말로 작은 공동체 마을인 것이다.

소행주는 이곳을 시작으로 현재 안양, 대전, 과천, 화곡동으로 확산돼 9호점까지 입주가 계획돼 있다. 특히 최근 서울시의 토지임대부 공동체 소감주택의 사업자로 선정된 사회적 주택의 모델이다. 이렇게 주거 공간을 공유하며 각자의 사생활을 누리는 공동주택 형태를 코하우징이라고 한다. 보통 30가구 정도가 모여 살면서 입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주택과 주방, 세탁실, 커뮤니티 공간 등 공용 공간을 설계해 비용을 절감한다.

코하우징은 덴마크에서 시작돼 지구촌으로 보급됐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오렌지주택 ‘자륵파브릭’이 유명하다. 독특한 외관 덕에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된 이곳은 ‘관 공장’이었던 건물을 재활용해 입주민들이 7년 동안 건축가와 의견을 교환하면서 자신들만의 공동주택을 만들었다. 공용식당, 공동세탁실, 목욕탕, 도서관, 세미나실, 옥상정원, 유치원, 수영장, 카페 등의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입주민 소통의 장으로 활용한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몇몇 아파트는 코하우징을 응용, 커뮤니티 시설에 공동세탁실 등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 코하우징은 유럽과 일본에선 실버 세대를 위한 주거 공동체로 각광받는다.

 

함께 사용하는 공유  물건공유

마켓인유는 중고품 위탁 판매점이다. 매장은 마포 공덕동점과 서울대점 두 곳에 있다.
마켓인유는 중고품 위탁 판매점이다. 매장은 마포 공덕동점과 서울대점 두 곳에 있다.

서울 용산구 보광로에 있는 유명한 공인중개사. 이곳은 ‘용산구민을 위한 무료공유사업 참여업소’란 스티커가 붙은 ‘공구도서관’이다. 평소 자주 사용하지 않아 구입하기엔 부담스럽지만 없으면 아쉬울 때가 많은 공구를 용산구가 지역 주민들에게 빌려주는, 공유 사업이다. 주민센터 4곳에서 운영하다, 최근 주민들이 거리가 멀고 주말엔 이용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동네 곳곳에 있는 49개 부동산에 공구도서관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곳에선 공구 외에 복사기와 팩스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물건 공유는 기본적으로 빌려주고 빌려 쓰는 개념이다. 어쩌면 가장 편리하고 안전한,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공유경제 모델로, 확산 속도도 무척 빠르다. 최근엔 사람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결합해 공유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가령 공간만 차지하고 쓰지 않아 애물단지가 된 생활용품은 그냥 두자니 짐만 되고 버리자니 아깝다. 특히 부피가 큰 것은 버릴 때도 비용을 내야 한다. 그런데 이 물건을 통해 돈을 번다면? 이런 잠자는 물건을 공유해 수익을 얻는 장터가 속속 생기는 중이다. 사회적기업 자락당이 운영하는 ‘마켓인유’는 중고품 위탁 판매점이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중고품을 구입해 매장에서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판매자가 가져온 물건의 가격을 제시하고, 현금으로 가져가면 가격의 30%를 지급하고, 매장 내 다른 물건으로 교환해 가면 물건 가격의 50%를 지급한다. 가격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판매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위탁 판매하는 방식이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점과 서울대점, 두 곳에서 운영 중이다.

물건 공유 스마트폰 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쏘시오’와 ‘사지말고 빌리집’ 등이다. 내 물건을 사진 찍어 해당 앱에 올리면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이 소정의 사용료를 내고 빌리는 방식이다. 장난감, 유모차 같은 육아용품을 비롯해 IT 기기, 주방 가전용품, 명품 가방까지 공유하는 제품군은 생활용품 전부를 아우른다. 빌려주는 사람은 돈을 벌 수 있고 빌리는 사람은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모두에게 만족이다.

여러 사람의 책이 모여 도서관을 이룬 곳도 있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책을 위탁 보관하는 대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빌려 보는 책 공유 도서관이다. 대여 기간은 2달, 5권까지 대출할 수 있다. 이 도서관은 더 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더 많은 책이 쌓이는 시스템으로, 이렇게 보관된 책은 현재 5만여 권이다.

 

함께 먹는 공유 소셜다이닝

우리나라 소셜다이닝 기업 집밥은 식사 모임을 주선하는 사람이 공지를 올리면 원하는 사람이 신청하는 방식이다. 일주일 평균 100회 이상의 식사 모임이 진행된다
우리나라 소셜다이닝 기업 집밥은 식사 모임을 주선하는 사람이 공지를 올리면 원하는 사람이 신청하는 방식이다. 일주일 평균 100회 이상의 식사 모임이 진행된다

“미술 상식 쫌 아는 여자, 남자 되는 미술잇수다 [인상주의 살롱]  알고 보자, 그 전시, 그 작품, 봤으면 공부하자, 그 작가와, 그림이야기.” 소셜다이닝 사이트 ‘집밥’에 미술 기획자가 주최한 식사 모임 공지다. 이 식사 모임은 앵콜 100명, 누적 참가자가 618명일 정도로 인기인 소셜다이닝이다. 밥을 함께 먹는 것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와 먹느냐는 중요하다. 이렇게 SNS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는 소셜다이닝은 거대한 글로벌 트렌드다.

국내에서도 하나의 문화로 형성됐다. 대표적인 소셜다이닝 기업 집밥은 누적 방문자 수 4천2백만 명, 회원 수 10만 명, 총 모임 2만3천 건, 진행 중인 모임 145건(3월 20일 현재)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집밥 박설미 대표는 “자취 생활을 오래해 말 그대로 집밥이 그리워 집밥을 같이 먹자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사람이 고픈 분들이 많아서 이렇게 사업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박 대표는 “일주일 평균 200회 정도 모임 공지가 올라오며 그중 50% 이상 모임이 열린다”며 “연령층 제한은 없지만 최근 들어 평균연령이 올라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집밥은 쉽게 말하면 사람 간의 소통 플랫폼이다. 처음엔 우리 정서상 생면부지인 사람과 밥을 먹는 게 쉬울까 우려도 있지만, 처음에 만나면 뻘쭘하고 어색하다가도 서로 공통 관심사를 꺼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어 서로의 고민 상담까지 나누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밥은 사람을 연결하는 훌륭한 매개체이다. 운영 방식은 함께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이 모임 공지를 올리면 원하는 사람이 신청을 하는 형태다. 지역 알림 기능으로 활동 지역을 설정하면 자동으로 모임 알림 메일이 온다. 물론 그냥 밥을 먹는 게 아니다. 식사 자리의 주제가 있다. 요리와 음식, DIY 공예,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고 초보자를 위해 적절한 모임도 추천한다. 참여를 원한다면 자신의 식성과 취향을 고려한 모임을 찾아 결제하면 끝. 연령과 성별에 제한이 없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지식을 나누는 공유 휴먼라이브러리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이 독자와 일대일로 만나 자신이 가진 정보를 전해주는 휴먼라이브러리는 휴먼북 목록을 보고 신청하면 된다.
휴먼라이브러리는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이 독자와 일대일로 만나 자신이 가진 정보를 전해주는 방식이다. 대출은 독자가 휴먼라이브러리의 휴먼북 목록을 보고 신청하면 된다.

“내가 말하는 법을 알려줄게!” 최근 KBS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에서 정다은 아나운서가 안전귀가지킴이로 활동하며 초등학생에게 한 말이다. 아나운서로서 가진 재능을 공유하겠다는 뜻이다. 재능 공유란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함께 나누는 일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식 공유 플랫폼 ‘휴먼라이브러리’다. 도서관은 도서관인데, 사람이 책이다. 즉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이 독자와 일대일로 만나 자신이 가진 정보를 전해주는 방식이다. 대출은 독자가 휴먼라이브러리의 휴먼북 목록을 살펴보고 읽고 싶은 휴먼북을 신청한다. 그후 휴먼북과 마주 앉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종이 책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사람의 지식과 생각을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지난 2000년 덴마크 사회운동가 로니 아베르겔이 한 뮤직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이후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보급됐고, 국내에서는 서울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100여 명이 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휴먼북이 이웃, 재테크, 문화 ·예술, 복지, 사회운동, 인생 동행, 법조, 교육, 취미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돼 다양한 지역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이와 같은 콘셉트의 지식 공유 플랫폼 민간 기업으론 ‘위즈돔’이 유명하다. 누구나 이곳의 휴먼북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 건강, 창업, IT기술, 여행, 자기 계발 등의 분야에 3천 명이 넘는 휴먼북이 등록돼 있다. 다만 이들의 생생한 삶의 자산은 무료가 아니다. 만남을 원할 경우 지식 습득료로 소정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사람의 경험과 인생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공유하기 위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가격은 대출자가 스스로 정한다.

이 외에도 어학이나, 미술 등 자신이 가진 삶의 기술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올려 판매하는 지식 공유 플랫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재능 공유 플랫폼으로 유명한 곳은 미국 뉴욕의 ‘스킬쉐어(www.skillshare.com)’다. ‘보스처럼 일하기’ ‘당신만의 패션 회사 만들기’ ‘소셜미디어 세상에 글 잘 쓰기’ 등 실생활에 유용한 기술을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다. 이제는 내가 쌓아온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돈을 버는 시대인 것이다.

 

함께 배우는 공유  지역 공유 커뮤니티

어반비즈는 인간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꿀벌을 양봉해 지구를 살리자는 프로젝트로 대표적인 지역 공유 커뮤니티이다.
어반비즈는 인간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꿀벌을 양봉해 지구를 살리자는 대표적인 지역 공유 커뮤니티이다.

‘별다방 미스타’, 이름부터 재미있다. 이곳은 서초동의 카페이자 지역 커뮤니티 이름이다. 육아 문제를 공유하기 위해 구성된 부모 모임으로 시작했는데, 요리를 전공한 청년들이 결합해 공간, 재능, 취미를 공유한 커뮤니티 카페로 발전했다. 지역 주민을 위한 열린 공간이었던 카페는 ‘우리 엄마 바리스타’ ‘반찬학교 프리마켓’ ‘아빠는 히딩크 축구교실’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주말에는 강연과 인디밴드의 공연까지 열리는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별다방 미스타를 이끈 최상범 명지대 교수는 “대학에 몸담고 있어 지역과 청년들의 재능이 결합하면 어떨까 싶어 사비로 공간을 빌려 지역 주민의 소통 카페로 운영했다”며 “청년 취업난을 보며 시도한 일종의 실험이었는데, 그들의 재능이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걸 보면서 새로운 창업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배워 지구를 살리는 착한 공유 프로젝트도 있다. <헤이데이>에도 소개가 되었던 도시양봉가를 육성하는 ‘어반비’가 대표적이다. 벌이 지구를 살린다? 아마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대다수일 터. 하지만 우리가 식량으로 먹는 농작물의 약 70%는 꿀벌의 꽃가루받이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면 수긍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4년 이내에 인간도 사라진다”고 말했는데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어반비즈는 인간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꿀벌을 함께 양봉해 지구를 살리자며 시작된 글로벌 공유 프로젝트다. 런던과 파리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도시양봉을 시작했고 뉴욕에서도 건물 옥상에서 꿀벌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에서도 어반비즈서울이 활동 중이다. 어디에서 양봉하는지 궁금하다면 명동 유네스코 빌딩 옥상에 올라가보자. 벌이 날아다니는 모습과 벌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을 비롯해 20여 곳이 넘는 건물 옥상에서 양봉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 숫자도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양봉으로 얻은 꿀을 판매해 수익도 얻고, 생태계를 살리는 착한 공유 프로젝트다.

여행 공유 앱 Tripadvisor
처음 가는 여행지, 가장 필요한 것은 현지 정보다. 이럴 때 현지 여행자의 생생한 리뷰는 보석 같은 정보다. 트립어드바이저는 매달 2억 명이 방문해 1억 개의 여행 리뷰를 작성해 공유하는 곳이다. 여행 가기 전 필수 방문 코스가 된 이 사이트는 호텔 숙박, 관광 명소, 음식점 정보, 여행 루트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총망라돼 있어 어디서 자고 먹고 놀지, 계획을 세우는 데 요긴하다.

 

기획 이인철 사진 박충열(스튜디오 텐), 셔터스톡
※ 이 기사는 <헤이데이> 23호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