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를 부르는 침실 인테리어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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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를 부르는 침실 인테리어

2016.04.27 · 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작성
침실에서 사랑을 나누는 부부
섹스를 부르는 침실 인테리어의 핵심은 침구와 조명이다. ⓒclownbusiness/Shutterstock

침구, 조명만 바꿔도 분위기가 확~

필자는 내 남자가 너무 익숙해지는 기분이 들면 침구를 교체한다. 아직 진실로 권태기를 맛본 적은 없지만 사람이 지겨워지면 사람을 바꾸는 것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백년해로를 약속한데다 가족을 지켜야하고, 아직 파트너를 사랑하는 것 같아 사람을 교체할 생각이 없다면 침실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이 최선이다.

여름에는 까슬한 린넨, 겨울에는 도톰한 퍼 소재의 베드 스프레드를 침대 끄트머리에 놓는 걸로 계절 분위기를 낸다. 원래는 100% 실크 침구로 럭셔리한 야함을 시도하려 했다. 아니면 침대 머리맡 장식용 쿠션이라도 실크로 도배할 생각이었다. 남자가 위에서 삽입할 때 여자의 골반 아래에 베개나 쿠션을 괴면 성기가 서로 만날 때 밀착력이 훨씬 좋아진다. 엉덩이 아래 부들부들한 실크 쿠션이 버티고 있으면 성감이 200% 오를 것 같다고 내 남자를 슬쩍 유도해 보았지만, 피부에는 오가닉 코튼이 최고라며 드라이클리닝 비용을 의식한 그의 저지로 올 실크 침대는 그렇게 무산되었다.

당장 피부에 닿는 침구를 바꾸는 것도 분위기 전환에 그만이지만 섹스 친화적인 침실 인테리어의 핵심은 ‘조명’이다. 우리나라 가정집 인테리어에서 차지하는 형광등의 무시무시한 점유율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분위기 있는 섹스를 집에서 즐길 생각이 있다면 적어도 침실에 있는 형광등은 다 뽑아버리자. 피부에 멋스러운 음영은 고사하고 푸르딩딩하게 보이지 않으면 다행이다. 조도가 낮은 테이블 램프도 좋고, 방 한 구석에서 방사형으로 불빛을 내뿜는 큰 플로어 램프도 좋다. 이왕이면 세기 조절이 가능한 센서가 달린 스타일을 고르자.

우리 집 침실에는 조명이 두 개 있다. 바닥에 놓는 공 모양의 램프와 침대 바로 옆 사이드 벽에 부착한 벽등이다. 섹스를 할 때는 보통 바닥에 있는 램프만 켜 놓는다. 빛이 은은하게 퍼지는 덕에 몸 라인에 음영을 주고, 무엇보다 피부의 흠을 자연스레 감춰줘 원래 얼굴보다 더 예뻐 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옷을 벗는 게 즐겁고, 섹스도 할 맛이 난다. 파트너의 페니스와 젖가슴이 훌륭하면 거기서 오는 섹스의 즐거움이 상당하지만 성적 자신감이 차오를 때의 기쁨은 그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또 조도가 낮은 조명은 침대 외에는 주위를 묻히게 만들어 섹스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말끔하게 정리된 침대와 침구
사랑을 유쾌하고, 화끈하게 즐기고 싶다면 일단 공간부터 눕고 싶게끔 준비하자. ⓒTish1/Shutterstock

즐거운 섹스 라이프를 위한 공간을 만들자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화장을 메이크업 아티스트 뺨치게 잘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 집에 초대 받았을 때 그녀의 화장대가 제일 궁금했다. 그 집에는 화장실이 두 군데 있는데, 가장 큰 화장실을 친구의 전용 뷰티 룸으로 쓰고 있었다. 큰 거울 주위 눈부신 백열등 아래 확대경이 벽면에 붙어있고, 그녀의 화장품을 멋스럽게 수납하기 위해 맞춤 제작한 수납장까지, 온전히 화장을 위한 공간이었다. 설사 눈곱만 떼고 잠깐 외출을 다녀올까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그 화장실에만 들어가면 립스틱이라도 스윽 바르고 나와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화장을 하고 싶게끔 만드는 공간이었다.

필자도 침실에서 섹스에 집중하기 위해 가구를 최소화했다. 조명과 침대 그리고 그림 두 점. 섹스와 잠을 자는 것 빼고는 할 일이 없도록 꾸몄다. 그래서 필자의 침실을 보고 실망한 사람도 있었다. 판타지 속 아라비아의 할렘 궁이라도 상상한 모양인지 섹스 칼럼니스트의 공간인데 너무 심플하다고 말이다. 의도한 바다. 무채색의 미니멀리즘 취향을 그대로 반영했다. 자신이 컬러풀하고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침실도 그렇게 꾸미면 된다. 즐거운 섹스 라이프를 위해 파트너와 함께 뒹굴고 싶어 안달이 나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사랑은 아주 짧고 잊는 것은 너무 길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을 되새길 때마다 필자는 쿰쿰 씨(가명을 이렇게 붙인 이유가 있다)가 떠오른다. 쿰쿰 씨의 성기가 어떤 빛깔이었는지, 무슨 포지션을 좋아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의 방은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방안 가득 스며든 담배 향과 쿰쿰한 젓갈 냄새, 몇 달은 빨지 않은 듯 한 이부자리의 잔상이 아직도 필자를 쫓아다닌다.

호르몬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의 냄새가 나도록 미리 설정할 수는 있지 않나. 여자 친구를 자신의 공간으로 초대했음에도 방향제 하나 뿌리지 않는 준비성 없음에 화가 났고, 털털함이 사실은 게으름과 지저분한 캐릭터를 순진하게 오해한 것임을 알았을 때, 그를 향한 마음이 떠나버렸다. 매칭이 되지 않는 베갯잇과 이불보는 화룡점정이었다. 그런 공간에서 오르가슴과 영원한 사랑을 기대하는 사람은 뇌를 검사해봐야 한다.

벌떡 서야 할 순간에 준비가 끝난 성기 하나면 모든 일이 해결되리라 믿는 사람들에게 특히 당부하고 싶다. 사랑을 유쾌하고, 화끈하게 즐기고 싶다면 일단 공간부터 눕고 싶게끔 준비하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