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생 지도의 핵심 ‘앙코르 단계’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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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인생 지도의 핵심 ‘앙코르 단계’

한국은 그동안 가장 젊은 나라였지만, 향후 50년 이내 가장 늙은 나라로 변할 것이라고 OECD는 전망했다. <UN 보고서> 역시 “우리나라가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 이상)로 진입이 예상되며, 2000년 고령화 사회 진입 후 불과 26년 만이라, 이 수치는 일본보다도 10년 빨리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는 것이기에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추세인데도 우리의 노후 정책과 사회 구조는 아직도 수명 70~80세에 머물러 있으니 미래 재앙을 막으려면 단순히 ‘변화(change)’가 아닌 ‘큰 변화, 일대 전환(big shift)’이 시급히 필요하다.

노인 손
202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을 앞둔 한국에 불어닥칠 재앙을 막으려면 단순히 ‘변화(change)’가 아닌 ‘큰 변화, 일대 전환(big shift)’이 시급히 필요하다. ⓒKPG_Payless/Shutterstock

DIY, 강력한 개인 스토리로 그림 그리기

2011년 4월 미국에서 처음 발행되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유에스에이투데이> 등 언론에 호평을 받은 시민 운동의 선구자 마크 프리드먼의 <The Big Shift: Navigating the New Stage Beyond Midlife(일대 전환: 중년 이후의 새로운 단계 항해하기)>라는 책에 우리에게 절실한 혁신의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지난해 말 이 책은 <빅 시프트 100세 시대 중년 이후 인생의 재구성>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프리드먼이야말로 인생 후반기에 의미 있고 지속가능한 일을 찾고 싶어 하는 나이든 베이비부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환호했다. 또 미국에 닥쳐오는 중년의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꿀 수 있는지 대처 방안을 제공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수백 만 명의 50~70대들이 “그 다음에 뭘 하지?”라며 질문할 때 그 답을 찾아주어서 중년기만큼 길어질 ‘인생의 완전히 새로운 시기’를 잘 항해해 나아가도록 인도하고 있다.

훨씬 길어진 기대여명에 적응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전환하는 것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이 과정을 해내는 것은 ‘DIY(do-it-yourself, 스스로 하기)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강력한 개인 스토리로 그림 그리기’라고나 할까? <빅 시프트>는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인생의 새 지도에 초안을 그리는 데 도움을 주며 방향뿐 아니라 비전까지 제시해 주고 있다. 개인의 생활, 나아가 우리 집단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잠재력이 가득한 상상력 풍부한 책이라고 <뉴욕타임스>는 표현했다.

 

낡은 지도 버리고 새로운 인생 지도 펼칠 때

1900년에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49세였다. 2011년에는 77.9세로 계속 오르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거대 인구 집단인데, 가장 나이든 베이비부머가 책 나오던 해에 65세였다. 프리드먼은 그의 책에서 이런 인구통계학적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인생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대수명 70세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인생 지도를 가지고 임시 변통으로 살아왔는데, 21세기 수명을 20세기에 맞게 설계된 구조에 끼워 맞출 수는 없다.”

프리드먼은 50세 이후의 가치 실현과 사회공헌으로 지역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는 ‘시빅 벤처스’라는 비영리단체의 설립자이자 대표다. 의술과 영양이 좋아지고 다른 분야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이 증가하는 동안 장수를 재해석하는 우리의 능력은 한심하게 뒤처져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앙코르 단계,  미래 세대의 웰빙에 공헌하는 것

베이비부머들은 60대와 70대를 그 이전 세대처럼 살 수 있을까? 프리드먼은 대략 60~75세, 즉 중년기 이후 노쇠기 이전의 기간이 실제로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생의 이 시기를 ‘앙코르 단계 (encore stage)’로 칭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전통적인 은퇴를 위해 충분히 저축하지 못하고 정부의 혜택이나 회사에서 제공한 연금으로 그 차이를 메우기에는 여의치 않아 의지할 곳 없는 현재 사회에 폭넓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앙코르 단계’를 잃어버린 젊음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목적 및 기여, 특히 미래 세대의 웰빙을 위한 공헌의 방향으로 우리의 진화한 정체성 및 경험의 활용을 의미한다고 강조하며 그리스의 격언을 인용한다.

“나이든 사람들이 자신은 절대 그 그늘에 앉아 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무를 심을 때 그 사회는 훌륭하게 성장한다.”

청소년기의 개념은 아동기와 성인기 사이의 과도기로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시작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16세 미만의 아동에게 일 시키는 것을 금지하며 공교육의 기회를 부여하여 학교에 다니게 해야 한다는 아동 노동법이 제정되던 때였다. 그 결과 부모에게 의존할 횟수를 늘려주고 성인으로서의 책임은 늦춰줬다.

이와 유사하게 인구통계학적 전환은 이제 인생의 새로운 앙코르 단계를 설정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 단계를 지칭하는 명칭도 ‘서드 에이지’ ‘인생 제3장’ ‘제2성인기’ ‘아트리움’ 등 여러 가지다. 영국에서는 ‘서드 에이지’가 널리 쓰이는데 영국의 역사학자 피터 래슬릿(1915~2001)이 노인들의 보다 나은 삶에 관심이 많아 1982년 ‘서드 에이지 학교(U3A; University of the Third Age)’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오늘날 U3A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평생 학습 기관으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프리드먼은 1989년 출간된 래슬릿의 <새로운 인생 지도(A Fresh Map of Life)>를 읽고 우연한 기회에 그를 만났는데 서드 에이지의 부상, 장수의 역설, 그리고 오늘날 많은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걸 그 당시는 깨닫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 만남 5년 후 래슬릿의 부고를 들었다고 한다.

 

선택에 따라 중년 이후가 인생의 절정기

정체성의 상실,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역할 상실로 특징되는 중년 이후의 시기를 어떻게 하면 인생의 절정기를 맞는 시기로 만들 수 있을까? 우리에게 일어난 최고의 인생 사건, 즉 건강하게 장수할 가능성이 현재와 미래의 더 넓은 공동체에 유익함이 될 수는 없을까? 이런 질문에 프리드먼은 “다르게 생각하기, 새로운 범주를 창조하기, 성인을 위한 ‘갭이어(gap year; 안식년)’, 높은 수준의 평생 교육, 인력 정책의 대폭 수정, 개인 목적 계좌(Individual Purpose Account; 50대와 60대에 전환기 활용 자금) 신설”을 포함한 10가지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고령화 국가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 그리고 창의성의 감소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는 통념을 뒤엎어야 한다고 프리드먼은 강조한다.

“피터 래슬릿이 언급했듯이 이러한 발상은 완전히 과거의 케케묵은 개념을 오늘날에도 고집하는 것일 뿐이다. 새로운 현실을 직시하고 분연히 일어나 진지한 도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적 자원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서도 가장 경험이 풍부한 인구층을 낭비하려 하고 있다. 더욱이 그들이 제공할 수 있는 많은 것이 꼭 필요한 시기에 말이다.”

이들의 사회 참여가 길어지면 필연적으로 젊은이를 희생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삶과 사회 발전을 지체시키는 그런 시대착오적인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새로운 인생 단계가 요구하는 사회 프로젝트를 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앙코르 단계의 성인은 물론 젊은 세대를 위한 사회 운동을 일으켜 많은 일자리와 의식 변화를 가져온다면 뜻하지 않은 풍요로움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새로운 세계로 가는 열쇠
‘앙코르 단계’의 인구 층에 축적된 방대한 인적 자원과 사회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면 완전히 새로운 기회로 가는 돌파구를 찾아내어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ra2studio/Shutterstock

‘앙코르 단계’로 새로운 돌파구를 열자

중년기와 노년기 사이의 단계를 새로 추가하는 것은 삶의 과정에 대한 더 나은 비전, 즉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 및 수명 연장에 따라 제작된 새로운 지도의 기반이 된다. 완전히 실현된 앙코르 단계의 특징은 재창조를 뛰어 넘는 융합, 즉 축적된 기술, 통찰력, 균형감, 그리고 경험을 묶어 새로운 결과물로 엮어 내는 것이다. 각 세대마다 주어진 임무, 기회와 진실의 시절이 있다. 하나의 세대로서 시간, 경험, 이해, 그리고 무언가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우리는 앙코르 단계를 가장 잘 활용한 앙코르 세대로 무대를 떠날 수 있다. 우리가 떠난 뒤 남긴 것과 유산을 나누며 살아간 모습, 그리고 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는 사실로 우리 세대를 기억하게 하자고 저자는 끝맺고 있는데 지극히 공감한다.

우리나라도 ‘신 노년’ ‘인생 2막’ ‘인생 이모작’ 등 여러 용어로 지칭하는데, 미국보다 은퇴가 빠른 한국은 앙코르 단계를 50~75세로 잡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앙코르 단계의 인구층에 축적된 방대한 인적 자원과 사회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면 완전히 새로운 기회로 가는 돌파구를 찾아내어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또 개인에게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기 보다는 빠르게 사회 운동화하여 역량을 결집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의 마크 프리드먼의 출현이 너무도 간절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