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를 터는 남자들’ 김흥국과 봉만대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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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를 터는 남자들’ 김흥국과 봉만대

2016.05.09 · HEYDAY 작성

김흥국,봉만대,털어야산다들이대는 가수 김흥국과 에로영화 감독 봉만대.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두 사람이 마주했다. 두 사람을 제대로 ‘털기’ 위해, 봉만대가 묻고 김흥국이 답했다.


김흥국과 봉만대? 이 파격적인 만남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SBS 라디오 러브FM(103.5MHz) <김흥국, 봉만대의 털어야 산다>(월~금, 오후 4시 5분~6시)에서 뭉친 둘은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재미있는 조합이다. 3월 말 첫 방송부터 시사, 스포츠, 영화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제대로 입담을 털며 화제 만발이다. 매일 나른한 오후 4시를 분위기 ‘업’시키는 두 남자, 라디오를 통해 처음 만났다.

봉만대(이하 봉) 제가 누군지도 몰랐다면서요?
김흥국(이하 김) 솔직히 그렇게 유명한 감독이 아니잖아요(웃음). 그냥 에로영화 감독으로, ‘김구라 친구’라는 정도만 알았죠. 남자 둘이서, 생소한 사람끼리 만나서 일주일 정도 해봤는데 좋아요. 긴장할 줄 알았는데, 아주 잘하더라고요.

라디오 DJ를 한 지는 얼마나 됐죠?
‘호랑나비’로 뜨고 바로 했으니까 오래됐죠. 박미선 씨와 잘 맞았는데, 둘이서 15년을 했고요.

진짜 궁금한 건데, 우리 둘 중 누가 먼저 배정이 되었을까요?
봉 감독을 만나면 봉만대를 먼저 했다 하겠지, 나를 만나면 나를 놓고 파트너를 남자로 할 거냐 여자로 할 거냐, 누가 어울리나 생각했다고 했겠지(웃음).

저는 혼자 하는 줄 알았어요.
아니, 그렇게 자신이 있나 본대? 방송을 아주 우습게 보네(웃음).
두려움이 없는 거라고 해두죠.

겁이 없다는 건데, 슛 들어가면 왜 그렇게 떨어?
이제 10일 됐잖아요(웃음). 우리 방송에 오는 게스트도 다 떨어요. 왜냐면 김흥국 씨가 TV에서 보던 거랑 다르게 기가 어마어마하게 세고, 카리스마가 있어서. 저는 선글라스 쓰는 이유를 나중에 알았어요. 눈빛이 워낙 강해서 사람들이 보기 힘들어서라면서요? 이런 눈빛은 처음 본 것 같아요.

왜 이런 거는 방송에서 말을 안 해?
하하하. 라디오를 하면 파트너에 대한 기대가 있잖아요. 근데 파트너가 ‘듣보잡’이야. ‘내가 나름 라디오의 스타이자 유행어 제조기인데 봉만대가 뭐야? 어떻게 나를 걔한테 붙여놔?’ 이런 생각은 안 했나요?

안 할 순 없죠(웃음). 라디오 DJ를 다시 시작해 기분이 좋고,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했는데, 하필 파트너가 봉만대야. 라디오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내가 이 사람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지. PD, 작가들은 자신 있다고 했는데, 청취자들은 내가 어수선하고, 털어놓고 수습이 안 되고, 생방송인데 사고 칠 거 같아 불안하고, 이런 맛에 듣는데, 내가 이 사람을 이끌어간다? 이건 진짜….

근데 그거 아세요? 라디오 들어보니 목소리가 정말 좋으세요.
목소리 좋으니까 가수를 했죠. 남진 형님이 “왜 좋은 목소리로 노래를 안 하느냐, 너의 목소리는 대한민국에서 너 하나다. 왜 딴짓하냐”고 그래요. 제가 지금 대한가수협회 회장인데, 굉장히 많은 가수들이 신곡이 안 나오면 초조해해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삶이 불안해져요. 저는 ‘호랑나비’ 하나로 만족합니다. 좋은 노래는 오래가는 법이에요. 방송인으로 사랑받는 것도 좋아요.

영화랑 비슷하네요. 저도 데뷔 영화를 지금도 사람들이 좋아해요. 하지만 그 한계를 넘으려고 몸부림쳐본 적도 있거든요. ‘호랑나비’ 이후로 넘어서는 노래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았나요?

예전에 작사가, 작곡가들이 저에게 돈을 많이 줄 테니까 ‘호랑나비’보다 더 대박 칠 노래를 만들어 오라고 했었지요. 근데 그런 노래는 나올 수 없어요. 당시 어떤 사람들은 ‘잠시 왔다 가는 노래겠지!’ 하고 우습게 봤죠. 모 유명 가수는 ‘호랑나비’를 듣더니 “이 노래가 뜨면 가요계 은퇴하겠다”고도 했어요.

그 분 은퇴했나요?
안 했죠. 근데 조용필 형은 “굿 아이디어다. 우리 시대에 이런 밝은 노래, 스트레스 해소용 노래도 필요하다”고 했어요. 기존 가수들의 음악 스타일과 완전 다르니까 충격이었지. 뭐든 충격을 인정하는 사람은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데, 그걸 못 받아들이는 사람은 좌절하게 되는 거죠. 모 가수와 조용필 형은 그런 차이입니다.

당시 몇 살이었죠?
30대 초반이에요. 뜨기 전 저도 11년 정도 무명 생활을 했죠. 해병대 동기들과 ‘5대 장성’이란 그룹을 결성해 활동했어요.

군 장성 출신들로(웃음)?
군대 안 갔다 왔습니까? 우리나라는 4성 장군(대장)은 있어도 5성 장군이 없잖아요. 그래서 병장을 두고 ‘5성 장군’이라고 하잖아요. 한 달에 10만원 벌면 감지덕지했죠. 하여간 음악이 좋아서 버텼지, 그때는 살기 어려웠어요. 슬프고 아픈 과거죠.

무명 생활이 길었지만 이제는 방송인으로 롱런 중이고, 대한가수협회 회장이잖아요. 요즘은 빨리 데뷔하고 빨리 인기가 시드는데 협회장님이 보기에는 어떤지?
환경도 좋아졌고 음악적 수준도 높은 건 사실이죠.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 아이돌이 10년 이상 가는 팀이 몇 팀이나 있습니까? 대개 20세 안팎에 데뷔해서 30세 이전에 해체돼요. 솔로로 활동하거나 다른 길로 전향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머지는 그 나이에 어떻게 할거야? 배운 것이 그게 다니 어디 취직할 수도 없고요. 이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보안장치는 현재 없잖아요? 다들 꿈만 좇고 있으니까.
그런 친구들은 대한가수협회에 얼른 등록해야지.
자격 조건이 어떻게 되나요?
음반은 싱글 앨범이라도 하나 있어야 해요. 한국어 음원만 있어도 가입할 수 있고요. 연회비는 18만원입니다. 이거 깎아준 거예요. 우리는 사단법인이니까 방황하지 마시고 나를 믿고 협회로 들어오시길 바랍니다(웃음).

김흥국,봉만대,털어야산다

회장이시니 하나 물어볼게요. 제 친구가 개그맨인데 행사를 뛰려고 노래를 만들고 있어요. 냉정하게, 그런 사람 가수로 봅니까?
요즘 개그맨인데 가수 하는 사람들 많아요. 다들 재주가 많아서 분야에 상관없이 노래도 했다가 연기도 하니까요. 저도 우리나라 가수 중 예능 1호잖아요.
정말요? 확인이 필요한데요?
아, 한번 찾아보세요. 여자는 노사연입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더니) 예능 1호 맞군요. 기러기아빠 13년이면 가족들 보고 싶잖아요.
이번 라디오 진행 시작하기 전에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잠깐 보고 왔죠.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니까. 늦둥이 딸이 이제 고등학생이 됐어요.
비용도 만만찮겠어요.
하늘에 뿌린 돈이 엄청 많아요. 그래도 보고 싶으니까. 술을 덜 마시면 되거든요.

가족은 언제 돌아오나요?
이제 고등학교 졸업하면 기러기생활이 끝나지 않을까 싶어요. 2~3년만 지나면 희망이 보입니다. 이 지긋지긋한 기러기생활.
가족이 돌아오면 통제받게 될 텐데요?
어? 예리한 질문을 하네요. 결혼 생활 얼마나 했죠?
12년 정도 했습니다.
너무 많이 묶여 있군요. 저보고 지금 존경하는 연예인이 누구냐고 물으면 송해 선생님이라고 답해요. 안성기 씨가 주부들 사이에서 톱 연예인이었는데 그분을 유일하게 누른 사람이 송해 선생님입니다.
왜 그런 거죠?
집에 계신 분들은 남편이 옆에 자주 있는 걸 싫어합니다. 돈 벌어다주고 귀찮게 안 하고 편하게 해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송해 선생님, 그 연세까지 돈 벌고, <전국노래자랑> 진행하시면서 맛있는 거 다 갖다드리니까요.

참, 오늘 미주방송 녹화하고 왔잖아요? 그것도 가족 때문에 하나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SBS 라디오에서 생방송을 하고 주말은 미국 라디오코리아를 통해서 <김흥국의 들이대 쇼>가 나갑니다. 미주 전 지역에서 교민들이 다 듣고 있습니다. 출연료는 무료 봉사 수준인데 가족이 그리워서,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제 목소리를 들려주려고 한 겁니다.

혹시 이제 가족들 들어오니까 미국 나가려고 미리 준비하는 거 아니에요?
바로 그게 내 마음입니다(웃음).

봉사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김흥국 장학재단이 있죠? 모르는 사람이 꽤 많던데요.
16년 정도 됐죠. 좋은 일은 알리지 않는 게 좋다고 봐요. 그냥 제 씀씀이를 아껴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주고 있어요. 저도 초등학교 때 도시락도 못 싸 가고 등록금이 없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어 시작했죠. 200명 이상에게 도움을 줬는데 학생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요. “오늘 한 번으로 나랑 인연을 끊어야 한다. 나한테 연락할 필요 없다. 너희들도 공부 열심히 해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라.” 그날 같이 밥 먹고 사진 찍고 장학증서 주는 것이 다입니다. 가끔 제 통장을 보면 저 모르게 장학금으로 사용하라고 돈을 보내주신 분들도 있어요.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날까지 할 수 있었죠.

한마디로 김흥국에게 봉사란?
자비죠. 베푸는 것으로 끝이지.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요즘 저는 ‘김흥국 씨 어때’ 하면, 필터가 없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말할 때 0.1초 0.2초 생각하고 말을 하는데, 바로 나와요.
아, 그건 아니에요. 방송은 스피드예요. 틀리든 맞든 질러야 해요. TV는 걸러도 라디오는 걸러주면 안 돼요.
지난번에 제게 “중요한 시간대야! 처지면 안 돼. 목소리 좀 올려라”고 조언했잖아요? 왜 그런지 궁금했어요.

오후 4시잖아요? 자살하려는 사람도, 희망을 잃은 사람도 살리는 게 라디오입니다. 택시 기사분들도 그 시간대가 얼마나 피곤하고 졸리겠어요. 그분들도 살려야 합니다. 이게 중요한 사명감입니다.

우린 서민적인 구수한 방송이고 털털한 방송이죠. 아무리 채널이 많더라도 오후 4시에 김흥국이 라디오를 한다고 알려지면, 몰라서 다른 방송 듣고 있던, 옛날 저의 목소리를 좋아했던 팬들은 다시 찾아오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헤이데이>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조영남 형이 하는 방송 듣고 있을까 봐, 기사 보고 찾아오시라고.

마지막으로, 봉만대가 김흥국 씨와 라디오 콤비로 얼마나 갈 것 같습니까?
사실 불안합니다. 봉만대 챙기려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웃음). ‘봉만대 때문에 김흥국이 더불어 산다’고 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죠.
‘들이대’ 많이 하셨는데 앞으로 ‘만대’ 많이 챙겨주세요.

기획 이인철 사진 박충열(스튜디오 텐)
※ 이 기사는 <헤이데이> 24호에 게재된 것입니다.